왜 '낯선 조류'인가?
스모키 화장의 조니 뎁을 그리워한 팬이라면 이 영화 자체만으로도 흥분을 감출 수 없을 듯 하다. 또한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와 거의 매번 작업을 같이 한 음악 감독 한스 짐머의 웅장하고 비장한 메인 테마곡을 그리워한 팬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블록버스터가 미미했던 올 영화계에 <캐러비안 해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흥행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한국 영화 <써니>의 선전은 크게 박수칠 만 하다. 필자도 사실 영화 <써니>와 크게 갈등하였으나, 예매 우선 순위는 <캐러비안 해적>에게 할당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 것뿐이었다. 전편만한 속편이 종종 출현하는 영화계에서 이 영화의 실망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도 줄을 잇는 모양이다. 1, 2, 3편의 고어 버빈스키 감독에서 <애니>, <시카고>, <게이샤의 추억>, <나인> 등 주로 뮤지컬 영화를 감독했던 '롭 마샬'로 연출자가 바뀌어서 그럴까. 여주인공도 키이라 나이틀리에서 영화 <나인>에서 롭 마샬 감독과 호연했던 '페넬로페 크루즈'가 동참했다. 임신 중임에도 열연을 펼쳐 그나마 작은 위안 거리를 안겨준 그녀지만, '잭 스패로우(조니 뎁)'와의 러브라인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작가 때문인지 비중은 미미해 보인다.
10여 년 전과 비교했을 때, 거의 블록버스터급 영화 제작비가 약 2배 가까이 늘어나 이 영화도 2억 5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였다고 한다. 점점 금액은 늘어나는 만큼 관객의 '기대치'도 늘어나는데, 그것을 충족시키지 못하니 영화 만들기 참 어렵게 됐다.
오히려 굵직한 액션씬 보다 잔잔한 로맨스를 보여준 인어아가씨 '시레나 머메이드(베흐제 프리스베)와 선교사 '필립(샘 클라플린)'에 더욱 주목을 하게 만드니, 제작진도 제작비 장부를 들여다보며 참으로 어이없을 듯 하다.
1편과 2편, 3편에서 보여줬던 웅장하고 탄탄한 구성미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인어아가씨들이 등장하는 씬이 그나마 '졸음'을 깨우는 장면이긴 했으나, 그것도 잠깐이다. 워낙 때려부수는 영화들이 많아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긴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강하고 센 것만이 정석은 아닐 것이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제작비는 이 영화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칠 테니까 말이다.
이 영화를 그렇다고 성공이다 실패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니까.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지만, 곧 <쿵푸 팬더2>의 절권에 막혀 2위로 내려앉아 있다. 영화를 보는 기준에 있어 제각각 주관적 판단이 앞서겠지만, 이 전의 그것들보다 못하다는 것이 전체적인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물음표를 만들어 놓게 만든다. 기존 배역들이 줄줄이 빠져 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잭 스패로우의 원맨쇼인 셈이다.(가장 궁금한 것은 바다 속으로 들어간 인어아가씨와 선교사의 운명이다)
그래서일까. 엔딩 후 10분 만 참았다가 극장을 나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뭔 내용이 나왔다던데... 그리고 왜 '낯선 조류'인지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한 1인. ㅜㅜ
★★☆
액션, 모험, 판타지 2011 .05 .19 137분 미국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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