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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종병기 활(일찌기 감독을 알아봤어야 했다)

 

 


최종병기 활 - 지루할 틈 없는 스피디한 질주


최종병기 활이다. 제목에서도 그러하듯이 '최종병기'가 될 만 했다. 적어도 배우 박해일, 감독 김한민에게는. 주인공 '남이' 역할에 박해일을 점찍은 것은 참으로 탁월한 캐스팅이다. 근육질 배우가 활시위를 당겼다면, 배고프지도 않은 늦은 오후에 맛집 탐방 나선 꼴이 될 뻔 했다. 선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배우 박해일의 진가에 만주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쥬신타'(배우 류승룡)의 눈빛이 더해져서인지 이 영화는 현재 최단 기간 흥행 기록을 작성 중이다.


모언론사 기자는 이 영화를 두고 21세기 최고의 사극 영화라 칭했다. 정말 그럴만 한가? 사실 이런 사실을 몰랐다. 일찌기 감독 김한민을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2007년 제28회 청룡영화상에서 각본상과 신인감독상을 받았을 때부터 알아봤어야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가 궁금했으므로.


영화는 스피디하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모인터뷰에서의 박해일이 떠오른다. 박해일의 입김이 작용했을까. 그러나 평범한 스토리를 평범하지 않게 그려내는 능력은 역시 감독이다. 영화가 감독의 산물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17세기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그려진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다소 정치적인 멘트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심한 얘기를 원했다.


갈비뼈 부러졌을 것 같은 계곡 뛰어넘기나 CG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호랑이가 출연하는 등의 장면은 다소 억지스럽지만, 이는 충분히 참아낼 수 있을 만큼 박진감이 넘친다. 지금으로치면 '남이'가 군부대의 '스나이퍼' 역할인 셈인데, 그 실력이 매우 출중하다. 정찰병과 호위병, 저격병 역할을 혼자 소화해 낸다. '람보'라 칭해도 뭐... 무리 없다. 정교한 람보쯤? 총알이 원을 그리며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선 영화 <원티드>의 졸리가 생각났다. 팔을 돌려 쏘면 그리 총알이나 활이 그리 휘는 지는 모르겠다.


이런 장면이 리얼리티를 떨어뜨릴지는 몰라도 일반인이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오히려 더 '호기심천국'이 되는 셈이다. 실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액션에는 항상 '흥행 코드'가 삽입되곤 하는데, 바로 이런 장면이 이 영화를 살리는 듯 하다. 이런 점을 차치하면 거의 대부분 장면에서 리얼리티가 극대화돼 있다. 감독도 이 점을 살렸다고 모인터뷰에서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옷이나 손톱, 목뒤, 입술, 머리카락 등의 더러움이 매일 목욕하고 방금 화장하고 나온 듯한 공중파TV 사극의 녹아들지 않은 '어색함'을 보여줘 시대극으로써는 영화 사극이 최고인 듯 하다.(TV 사극에서는 다들 왜그리 깔끔한 것인지...)


사극으로 연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문채원의 연기도 볼 만 하다. 이 영화로 그녀는 연기력 논란에서 다소 사정거리를 벗어날 것 같다. 류승룡은 이 영화를 위해 다이어트와 삭발을 감행했고, 박해일은 <살인의 추억>과 <인어공주>의 눈빛을 적절히 섞어 진정한 '스나이퍼' 역할을 소화해냈다.


이 영화가 그가 내 놓은 신작 <최종병기 활>은 그가 기획하는 사극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니, 기분 좋은 기다림이 이어질 듯 하다. 언제 나오려나.


★★★★☆
액션, 전쟁 | 한국 | 122분 | 개봉 201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