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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GGM/고구마의 추천 영화

[한국] 위험한 상견례(여러 곳에서 봤던 배우들의 짜깁기)

 

 

 

 

 


여러 곳에서 봤던 배우들의 짜깁기


나는, 나는, 나는 이런 영화가 싫다.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까지는 좋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듯 하여서. 그런데 문제는 그 때부터다. 작년에 배추가 귀해 배추값이 크게 올라 이듬해 배추만 심는다면 배추값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싫다'는 의미는 배우가 싫다기 보다는 제작사가 싫다는 게 더 맞겠다. 영화가 싫어지니 배우의 몸짓도 여간 과장된 폼이 아니게 느껴져 싫어지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영화만 골라 추천 영화에 대한 평만 써 온 필자로서 오늘 이 영화평을 작성하는 이유는, 최근 본 영화 중에 정말 '괜찮다'라고 느껴진 영화가 없어서다. 끓어오르는 손가락힘을 누를 길 없어 오늘도 자판 앞에 앉았을 뿐, 이 영화를 두둔하고픈 마음은 없다.


불법다운로드로 영화 본 적 거의 없고, 90년대 노점상에서 판매하던 베스트 가요 모음집을 한 번도 구입한 적 없는 필자에게 극장표를 예매까지 하게 만든 이 영화는 좀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예매율 40%를 육박했으므로. 혹시 제작사의 마케팅 전략이었다면, 난 소리치고 싶다.


감독 김진영은 미스터리물과 코미디를 넘나드는 실력파다. 그러나 2009년 <청담보살>을 제외하면 그다지 흥행을 기록한 영화는 드물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의 흥행은 그의 앞 날을 조금이나마 평탄하게 만들 것이다. 예매율 40%를 육박하는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지난해 신인상들을 휩쓴 송새벽과 권투이야기로 인터넷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이시영의 출연으로 이미 언론에 많이 노출됐었다. 아마추어 복싱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오히려 홍보에 독이 아니라 도움이 된 것 같다.


어쨌든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던 것이 최근에 두 편 있는데, 하나는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와 <위험한 상견례>다.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는 흥행 참패했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나와 세상의 '보편적 잣대'에 괴리감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며 온갖 '평'은 다 뒤져봤다. 평점이 높다. 그래, 내 잣대는 내 잣대일 뿐. 스스로 위안한다.


이 영화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린 점 세 가지만 꼽아본다.
▶첫째, 송새벽과 이시영의 사투리가 여간 귀에 거슬리는 게 아니다. 경상도 젊은 여성들에게 자주 듣게 되는 '오빠야~'만 외친다고 경상도인이 되는 건 아니니까.
▶둘째, 스토리가 진부하다. 그런데도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자문해 본다. 해피엔딩을 영화 시작 30분 만에 눈치챌 수 있었는데도, 끝까지 나의 예상을 헛되지 않게 만든다.
▶셋째, 출연 배우들의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종합선물세트다. 우수한 조연배우 박철민, 김정난, 김수미, 백윤식, 김응수 등 기존 갖고 있는 이미지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여러 곳에서 봤던 그들의 모습을 짜깁기한 느낌이랄까. 정성화만이 기존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접근할 뿐이지만, 그 또한 거부감이 있다.


이 외에도 가볍게 웃어넘길 코미디 영화로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 TV에서도 이런 류의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괜시리 지역 감정 조차 개념없는 사람들에게 '지역 감정은 이런 것'이라고 알려주는 듯 하다.


이 영화는 주관적 판단에 맡기고 싶다. 예술 작품들은 '주관의 산물'이므로, 스스로 판단하고 느껴야 한다. 평은 그저 곁눈질에 불과할 뿐.



코미디 | 한국 | 118 분 | 개봉 201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