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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GGM/고구마의 추천 영화

[한국]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제대로된 '복수'와 서영희의 빛나는 열연


영화 제목 참 잘 지었다. '물에 타서 쓰면 잘 녹는 **'식의 상품 브랜드 네이밍이 유행하는 것이 몇 해 전부터이지만, 영화에 이런 식의 네이밍이 등장하면서 관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영화 포스터는 이 영화를 함축적으로 상징하는 한 장면이다. '김복남'이라는 여주인공은 무인도와 같은 곳에서 진정 '無人'처럼 살아간다. 얼마나 많은 전생의 빚이 있었기에 그런 고초를 겪을 지는 설명되지 않지만, 현실의 갈증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개돼 그녀가 휘두르는 낫자루에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 영화의 주요 맥(脈)도 '복수'다. <올드보이>에서 시작된 '복수'의 시놉시스는 여러 영화사에서 런칭하며 저예산 영화에까지 번졌나 보다. 다음 '아고라'나 '미즈넷'에서의 페미니즘을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성의 잣대를 제대로 구현해냈다 할 수 있겠다. 답답한 속을 위해 '소화제' 하나 먹음으로써 시원해진다는 플라시보 효과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역시 제작비와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배우 서영희의 열연은 이 영화를 빛냈다. 결국 지난해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케 했으니, 그녀의 지나간 흔적들이 제대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추격자>나 <청담보살>에 출연한 서영희는 알지만 <클래식>이나 <질투의 나의 힘>에 출연한 서영희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만큼 '원톱' 주연인 작품이 많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그녀는 빛났다. 아이가 죽었을 때 절규하던 그 모습은 잊을 수 없다. 흐드러진 매화꽃의 예쁜 꽃망울보다 들판에 핀 잡초의 입사귀에서 생명력을 느끼게끔 해주는 호연이었다. 칸 영화에 초청받을 만 하다. 사극과 현대물을 넘나들며 여러 모습을 보여준 배우 지성원도 마찬가지다. 하얀 민들레같은 드레스를 '자유'의 상징으로 잘 표현해준 표독스런 표정과 몸짓을 잘 표현했다. 마치 자유는 그 댓가가 확실한 달란트인 것 처럼.


감독 장철수는 오랜 시간 감독 김기독 밑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래서인지 여러 모습에서 김기덕 류의 '오싹함'이 엿보인다.


그녀의 수상 소감대로 보이지도 않는 계단을 오르는 심정으로 연기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배우 윤여정은 배우의 연기가 가장 돋보일 때가 '돈이 절실할 때'라고 했던가.
이번 영광으로 그녀의 연기가 후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스릴러 | 한국 | 115 분 | 개봉 2010-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