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소설의 오류 짚어보기
중고등학생 때 배웠던 고전 소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 소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영웅이거나 대단한 로맨스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런데 머리가 굵어지고 대학에 들어가면서 그런 부분들이 약간의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게 됐다.
아마 영화 <방자전>도 그런 상상에서 시작했으리라. 이미 <음란서생>과 <스캔들>에서 조선시대의 일탈을 꿈꿨던 김대우 감독이 이번에도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방자전>은 그런 의미에서 이채롭다. 색다른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방법, 그것이 소재 고갈로 힘든 충무로의 고민과 맞닿아 있으리라.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영화화할 만한 소재라 본인도 긍정적이다.
출연진부터 배우 김주혁과 류승범의 레벨 차이를 굳이 나눌 순 없겠지만 배우 김주혁이 '방자'로 굳혀질 인물은 아니지 않은가. 다만 어떤 내용일까라는 호기심은 선물 포장을 뜯는 마음과 같으리라. 주연배우들에 못지 않게 조연들의 열연이 빛난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에 막강한 조연배우들이 즐비하다. '마노인'역으로 분한 오달수가 들려준 '장판봉 선생'의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전라도 한량이셨지. 평생 2만 명의 여자와 주무셨어. 선생은 여자의 마음을 읽으셨어. 단지 그 것뿐이야."
그가 들려준 이런 이야기들로 관객의 몰입도는 극에 달한다. 그런데 그것이 '첫심'이다. 영화는 이몽룡과 방자, 그리고 춘향의 얽힌 관계를 풀어내르나 오락적 재미는 초반보다 덜하게 된다. 즉 '뒷심'이 부족했단 얘기다.
다만 극이 연결되면서 TV 사극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나온다는 것이 흡족하다. 정형화된 조선시대의 모습은 이제 지겹지 않나. 아무리 이 영화가 '청소년 관람불가'라고 해도 양반들이 매사 정갈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제 청소년들도 여러 차례 사극을 접하면서 깨달았으리라.
내용 중 가장 독특했던 '이성 꼬시기'의 방법을 소개해 본다.
▲ 조선시대 女心을 사로잡는 방법
▷‘툭’ 기술
전라도 한량 장판봉 선생에 의해 생겨난 ‘툭’ 기술은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 상대 여성을 방심시키는 기술 중 하나이다. 1대 1 대면 중, 반응이 있건 없건 개의치 않고 자신의 용건을 주절주절 말하다가 상대 여성이 방심한 틈을 타 그녀의 ‘그 곳’을 ‘툭’하고 잡으면, 백이면 백 힘이 빠지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게 된다.
▷ 차게 굴기
맹자와 논어의 가르침에서 응용된 ‘차게 굴기’ 기술은 여성의 기대와 어긋나는 행동을 함으로써 그녀의 심리 상태를 교란시키는 기술이다. 현대 사회에서 ‘밀고 당기기’ 중 ‘밀기’에 해당하는 기술로, 따뜻한 배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차게 굴기’ 기술을 씀으로써 여성을 안달 나게 할 수 있다.
▷ 은꼴편
상대방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키는 기술인 ‘은꼴편’은 ‘은근히 꼴리는 편지’의 줄임 말로, 편지 한 장으로 상대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비장의 기술이다. 직접적인 표현 대신 상상력을 자극하는 은근하고 아슬아슬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 어느 양반이라도 한 걸음에 달려오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 뒤에서 보기
‘뒤에서 보기’ 기술은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이도 상대방을 눕힐 수 있는 기술이다. 뒤로 기대 누운 채, 상대 여성의 어깨를 사랑과 정성을 다해서 뚫어지게 바라보면, 여성은 뜨거운 시선을 느껴서 마음이 흐트러지게 되고, 최후의 일격 ‘재채기’ 한 번이면 여성은 놀라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지고 만다.
이런 기술이 현재에도 통할까? 크크.
마지막 장면은 경주 양동마을에서 촬영했단다. 팝콘같은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장면이 인상 깊다. 김대우 감독의 후속작이 기다려진다.
얼마전 제47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작품상 후보와 여우주연상 후보(조여정)에 올랐고, 변학도 역할을 맡았던 송새벽은 '남우조연상'과 제19회 부일영화상에서 '신인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
시대극 | 한국 | 124 분 | 2010-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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