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때 혼자 자죠. 섹스와 같이 자는 건 별개요."
아무래도 이 영화를 본 듯 하다. 보는 내내 줄거리가 생각났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들은 기억이 나질 않으니, 이 영화가 개봉된 지 벌써 6년이 지났단 사실을 알고서야 나를 위안할 수 있었다.
누군가 그랬던가. 저런 남자라면 나이가 들었어도 '연애'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아마 10여 년 전 나보다 2살 연상이었던 누나가 했던 소리같다. 잭 니콜슨의 매력은 영화 내내 이어진다. 조지 클루니나 잭 니콜슨이나 저리 늙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이다. 그런 그의 매력이 넘실대는 영화다. 그의 팬이라면 이 영화를 이미 보았으리라. 그는 40살은 더 젊은 처자와 연애를 시작하다가 결국 그의 어머니(다이안 키튼)과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여자들보다 일찍 죽으니 쌤통이다."라고 페미니스트적인 말로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여성학 교수 마린의 이모가 어쩌면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한 건 아닐런지. 역시 미국이라 가능한 일인가 보다. 아니 한국이어서 다소 황당할 수도, 호기심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독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캐릭터다. 경제적으로 성공해야 가능한 일이며, 자신의 신념이 꿋꿋해야 성공(?)할 수 있는 인생이다. 핸섬한 젊은 의사와 나이든 여류작가, 그의 딸, 그리고 나이들었지만 혈기왕성(?)한 사업가 등 4명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CF 카피를 그대로 투영해 준다. 키아누 리브스가 젊은 의사로 분했는데, 아마도 매트릭스 이후 이미지 전환이 필요했나 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몇인데..."라는 말은 자기 자신을 사슬에 옭아매는 것 아닌가라는. 우리나라처럼 '나이'이 얽매여 사는 민족이 또 있을까 싶다.
독신남녀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면, 어느 정도의 아집과 독선은 기본 옵션일 수 있다. 해리(잭 니콜슨)는 이렇게 말한다.
"난 잘 때 혼자 자죠. 섹스와 같이 자는 건 별개요."
60년 이상 혼자 살며 굳어진 습관이 무더운 여름에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처럼 그리 쉽게 사라지겠는가.
그러나 에리카(다이안 키튼)는 해리에게 "당신의 심장마비는 내게 일어난 일중 최고였어요."라고 말하며 이 영화는 결국 사랑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위대하다고 말해준다.
영화 막바지, 해리와 헤어졌다고 믿는 에리카의 눈물 연기(사실상 통곡에 가깝다)는 공감 백배다. 쓰라린 경험이 있는 자는 아마도 몇 번 경험 했을 터. 웃다가 울다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70세의 할아버지가 30세의 처녀와 연애를 한다는 게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길 기원해 본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후훗.
★★★☆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 미국 | 117 분 | 개봉 200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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