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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GGM/고구마의 추천 영화

[한국] 봄날은 간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는 2001년 개봉된 영화다. 손님 중에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찾아 다시 구입해 나 또한 다시 보게 됐다. 원제 <One Fine Spring Day>처럼 영화는 화창한 '봄날'만 그리진 않았다. 면면을 살펴보면 그 '봄날'은 지극히 처절하고 잔인하고 외롭고 고통스럽다.


지방 방송국 아나운서 겸 프로듀서인 은수와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는 소리 채집 여행을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데, 이것이 화근이었다. 결론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사랑은 그렇게 찾아옴을 알면서도 그 늪에 빠져버린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엮여 나온다.
"라면 먹을래요?" "자고 갈래요?"
"언니 누구야?" "응, 아는 동생."
이 대사들 몇 마디로 내용 전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허진호 감독의 능력이라고 밖엔 할 말이 없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사랑. 그 아름답고 빛나는 사랑, 그러나 처절한 고통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강추다. 술에 취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나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온 은수가 상우를 껴안으며 "안 취했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대한 이해는,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고개 끄덕일 장면들이다.


특히, 아파트 창문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손 흔드는 장면, 침대에 누워 사랑하는 이의 등을 긁어주는 장면, 술 먹고 강릉까지 택시타고 가는 무모함 등은 더더욱 그렇다.


사랑과 이별의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든 영화다. 토스터기로 구운 식빵에 버터 한 조각 올려놓은 것처럼 향긋하고 느끼하면서도 말랑말랑하다. 목에 실핏줄 세우며 너울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앞에서 의젓할 수 있는 자, 과연 몇이나 될까.


런닝타임 50분까지만 보면 '봄날'이 진짜 '봄날'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 후의 봄날은 차가운 북풍의 '겨울날'이다.


당시 나이 31세의 이영애와 26세의 유지태를 보는 재미도 좋다. 과거의 소주 '그린' 크라운 맥주. 프린스, 갤로퍼, 옛 수색역, 파출소, 컵라면, 옛 휴대폰 등의 등장도 새롭다. 당시 이 영화를 봤던 기억 중에 은수가 이혼녀로 나왔던 기억이 없어 더욱 새로웠다.


허진호 감독 영화에는 '절제된 대사의 미학'이 있는 듯 하다. 대사 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초침소리, 서로 얼굴만 바라보게 되는 민망함의 극대화. 또는 강약중강약의 반복 속에 빠르고 지루한 전개가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


"우리 헤어지자."
"내가 잘 할게."
"헤어져."
"너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헤어지자."


빛이 싫어 커튼을 치던 나의 모습과 어찌나 오버랩 되던지. 할머니에게라도 기대어 울고 싶었던 상우에게 할머니는 명대사를 던지신다.


"버스나 여자는 떠나면 잡는 게 아니란다."


이 봄날, 아픔이 있었다면 추천해주고픈 영화다.


★★★★
로맨스/멜로 | 한국 | 106 분 | 개봉 2001-09-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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