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영화 <호우시절>은 두보의 시를 영화 전반에 펼쳐 놓았다. <8월의 크리스마스>, <행복>, <봄날은 간다>에 이은 허진호 감독의 행복영화시리즈 제5편이다. 비릿한 여름날의 빗줄기가 영화 속에 뿌려지면서 그 안에 사랑을 녹여놓았다. 촉촉하고 감미롭다. 허진호 감독의 아이콘이겠지.
영화 속 배경은 지난해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쓰촨성, 즉 사천이다. 우리에게는 사천짜장으로 잘 알려진 그 곳의 돼지내장탕면을 직접 먹어 보고 싶을 정도로 영화는 사천에서 올로케이션 됐다. 영화를 보고 나면 중국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들 정도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여행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할 만 하다.
주인공 박동하(정우성)의 영어 연기가 일품이다. 대사의 90% 이상 영어를 소화해냈다. 배우 김상호의 중국어 연기도 좋다. 잘은 모르지만 웬지 네이티브에 가깝도록 연기한 듯 하다. 많은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서 그럴까. 영화는 시종 잔잔하다. 비온 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싱그런 바람,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 선율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랄까.
이런 멜로 영화에서는 비가 내리는 골목길 슈퍼마켓 앞에 서 있는 남자 주인공을 롱컷으로 1분 이상 잡아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다. 오히려 롱컷이 '애뜻함'을 증폭시키는 것 같다.
사랑, 그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함. 입 안 가득히 번지는 진득한 초콜릿처럼 뜨뜻하면서도 질퍽한 그 기분. 언제나 사랑이다. 개인적으로는 허진호 감독의 다음편이 기다려지지만, 다소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으니 성격 급한 사람은 비추천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시원한 여름날의 빗줄기가 그리워지게 된다.
# 명대사
"아! 기억났다." -메이-
"난 돼지내장탕면 잘 먹는 남자가 좋더라." -메이-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 -두보의 시를 인용한 메이-
"꽃이 펴서 봄이 오는 걸까, 봄이와서 꽃이 피는 걸까." -메이-
★★★
멜로/애정/로맨스 2009 .10 .08 100분 한국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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