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정말 먼 곳으로 갔네.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뭔가 남는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꼼꼼히 되새김질 할 수 있도록 영화 전반에 그만의 흔적을 남겨놓는다. 베트콩과 미군, 그리고 한국군. 그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조용히 그릇에 담아 관객들에게 일일이 하나씩 나눠주며 묻는다. '이건 정치 영화가 아니다'라고. 그러나 느끼는 건 관객의 몫.
거기에다가 수애의 표정 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정말이지 배우 정윤희를 닮았다.(정윤희를 아는 필자의 나이ㅜㅜ) 개인적으로 수애를 좋아해서 그런지 그의 연기는 참으로 심금을 울린다. 이준익 감독과 찰떡궁합이라는 배우 정재영도 무게감있는 연기로 작품성을 높였다.
영화 <왕의 남자>로 번 돈을 고스란히 이 영화에 모두 투자했던 것일까. 전쟁씬과 미군들, 베트남 현지 촬영 등 무척이나 많은 제작비가 들었을 법한 장면이 여럿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웬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은 영화는 성공하고, 성공할 것 같은 영화는 실패하는 이감독의 포트폴리오다.
전쟁 중에 저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허구라는 잣대를 들이대면 못할 것도 없지. 그래도 팩트 위에 덧붙여진 살들이 고만고만하지 않다. 이 영화가 담아내는 색깔이 있다면 필자는 '무채색'이라 말하고 싶다. 뭔가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채색하지 않은 도화지에 수애의 눈물 한 방울이 번져 있는 그런 인상을 풍기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영화. 월남전에 참전한 용사들은 아직도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이면, 잠을 잘 못이룰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들을 위해서도 그 날의 상황을 잠시나마 되새겨볼까.
영화 <타이타닉>도 재난 영화이면서 로맨스가 기본 줄기임을 감안하면, 이 영화도 전쟁 영화로만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영화 곳곳에 '님은 먼곳에'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도 그렇다. 석양 속을 뚫고 헬기 '이노코이즈'가 날아가는 장면은 <지옥의 묵시록>, <플래툰> 등 여러 전쟁 영화에 등장했던 아우라다. 그 포스는 정말이지, 몇 초내에 이곳이 전쟁통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대사가 많지 않고 배우들의 표정 연기로 많은 것을 전달하는 연출력에 박수를 보낸다. 2008년 영화이지만 꽤 오래 전에 만들어진 영화로 남는 명작이다.
★★★★
전쟁, 드라마, 모험 | 한국 | 126 분 | 개봉 2008.07.23
고구마DVD영화관 찾아오시는 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 대학로 CGV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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