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찾는 게 아냐. 때가 되면 오는 거지."
개펄에서 진주를 얻은 느낌이다. 이런 영화를 발굴하고자 내가 그 동안 '추천 DVD 영화'를 썼던가.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필히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매년 브루클린 다리에서 35명이 실연때문에 자살을 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남주인공 윌 헤이스 딸이 마지막 장면에서 그런다. 이외에도 숱하게 좋은 대사들이 곳곳에서 달콤한 솜사탕처럼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이를 바탕으로한 시나리오도 탄탄해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원제는 <Definitely, maybe>다.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제목은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 원제가 더 영화와 맞는다.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것이다. 확신할 수도, 그렇다고 부정만할 수도 없으니까. 참 제목도 잘 지었다. 철학적인 말보다는 1초 내에 어떤 내용인지 확 와닿게 만든 우리나라 제목도 나쁘진 않다.
남주인공 윌 헤이스(라이언 레이놀즈)가 딸에게 자신의 과거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 딸은 이혼한 부모덕에 자신의 친모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
과거 회상씬은 어느 영화나 흥미롭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고, 미래의 자화상일 수 있어 그런가. 나는 그런 영화가 좋다. 과거 <빽투더퓨처>를 보려고 대한극장에 새벽 6시 갔던 기억이 새롭다. <박하사탕>도 그랬고, 김희애 주연의 <영웅 돌아오다>도 그랬듯이 항상 '과거'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매우 설렌다.
과거 '윌'에게는 3명의 여자가 있었는데,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와 견주어도 될 만큼 아기자기하게 3개의 러브스토리를 잘도 다뤘다. 특히 윌이 에밀리에게 청혼하기 위해 연습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너랑 아침에 같이 눈뜨고, 저녁에 같이 잠들고... 이렇게 널 사랑하는데 같이 살아야 하는 것 아냐?"
그러나 연습은 그저 연습으로 끝났다. 윌과 섬머가 함께 뉴욕 어느 공원에서 '난 그대에게 반했어요'라는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도 좋다.
클린턴 선거사무실이 공간적 배경이 된 것도 흥미롭다. 연출자가 민주당파였을 지는 모르지만, 뭐 그게 대수인가.
이혼율이 46%에 이르는 현실에서(실제 대사임) 미국이라는 그릇에 사랑과 섹스를 잘 버무려냈다. 미국의 실제 현실인 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그들은 쿨하다. 그런 쿨함을 지저분하게 그려내지 않은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적 정서로 치면 무척이나 암울하고 그늘지고 어두웠을 지도 모를 소재인데.
결국 해피엔딩이다. 에이프릴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인연은 찾는 게 아냐. 때가 되면 오는 거지.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은 그 상대가 아니라 시기라 할 수 있어."
이 영화를 보고 딸을 갖고 싶어졌다. 저런 딸이라면... ㅜㅜ 우리나라도 차츰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터치하는 영화가 나오기 시작했으니 주의깊게 볼 일이다. 그러나 뿌리깊은 유교 사상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서양의 그것과는 사뭇 차이가 있을 것이니 너무 기대하진 마시라.
# 명대사
▶ 좋아한다는 말, 참 비겁하지? 부담없고. -윌-
--> 윌이 사랑한다는 말은 부담될 것 같아서 그랬는지, 저런 말을 내뱉는다.
▶ 인연은 찾는 게 아냐. 때가 되면 오는 거지.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은 그 상대가 아니라 시기라 할 수 있어.
--> 에이프릴이 윌에게.
▶ 너랑 아침에 같이 눈뜨고, 저녁에 같이 잠들고... 이렇게 널 사랑하는데 같이 살아야 하는 것 아냐? -윌-
--> 윌이 에밀리에게 청혼하기 위해 연습한 대사
★★★★☆
코미디, 드라마, 미스터리, 멜로/애정/로맨스 | 영국, 미국, 프랑스 | 111 분 | 개봉 2008.04.09
고구마DVD영화관 찾아오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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