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홀리데이'에 대한 짧은 소견.
우선 주인공 이름이 극화에 걸맞게 바뀌어 나왔다. 지강헌 사건을 모티프로 했기 때문에 주인공 이름은 그와 거의 비슷한 지강혁. 그 외의 사람들 이름은 사실 모른다. 최민수가 맡은 교도소장 역할도 허구 인물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난 88년 10월에 일어난 이 일을 명확히 기억한다. 사실 연합고사 준비로 바빴을 시절이기도 했지만, 그럼으로 인해 더더욱 무미건조했던 중학교 3학년의 가을이 이 사건으로 인해 다소 달라졌기 때문에.
내 기억으로는 지강헌은 총으로 자살하고, 그 외 1명은 사살된 것으로 안다. 실제 지강헌 자살 장면이 TV를 통해 방명됐는데, 영화에서는 다소 다르게 표현됐다. 소설보다 더 흥미로웠던 점은, 그들이 외친 어떤 말보다도 그 상황 자체에 흥미를 느꼈었다.(흥미라는 표현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사회에 대한 고민을 했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저 그 상황에 대해서만 눈길을 줬다.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 중 최고의 명대사로 꼽을 만 한 것은,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거잖아. 우리에게 그 만한 자유는 있는 거잖아"
선과 악이 바뀌어 표현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악역에 대한 호감이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흡입력을 갖는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이런 나 자신도 그렇게 빨려든다. 판단은 스스로의 몫이다. 최민수를 악랄하게 배치해 놓은 센스는 아마도 강혁에게 더욱 연민을 느끼게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
실제 일어난 일들이 자료를 토대로 했을 테지만, 그 자료라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거의가 픽션이다. 이런 말도 만들어냈을 테고. 극의 흐름을 돕기 위해 여러가지 장치를 했겠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무전유죄, 유전무죄"
지금도 그러하지 않나. 역사는 반복된다. 큰 틀 안에서 돌고 돌 뿐이다.
아무튼 근래 들어 본 영화 중 최고다. 휴머니티 하나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최근 몇 년 간 없다. 관객의 눈물은 그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정도로 끝나는 것 같지 않다. 영화 '실미도' 시나리오를 썼던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해서 인지는 몰라도 매우 비교된다. 실미도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면 이해가 쉬울지도.
최근 흥행 1위를 몰고다니는 '왕의 남자'와 비교하자면 좀 그렇지만, 굳이 비교하잔다 해도 그 보다 우위다. 강력히 추천!
★★★★★
2006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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