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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GGM/고구마의 추천 영화

[한국] 왕의 남자

왕의 남자.

80년대 팝그룹 컬쳐클럽의 보이조지를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90년대 마약 복용과 동성연애 등등으로 얼룩진 그를 보면서 팝의 한 획을 그었던 추억은 그렇게 잊혀져 갔었다.

그리곤 2006년 1월... 하나의 미시가 태어났다. 미스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미스터라고 하기엔 이상하다. 그런데 남자인데 여자같다. 영화 '왕의 남자'를 보면서 그의 허리 라인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남았는데,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대단한 내용임엔 틀림없지만, 난 그 허리 라인에 눈을 떼지 못했다. 연산군도 아마 그랬으리라.

여자인가 남자인가.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더라도 그는 이미 장안의 화제다. 인기가 폭발해 활화산처럼 타오르고 있다. 단지 여자같다는 이유가 후광에 더해졌으리라.

영화는 단순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단순한 내용으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 지, 눈에 선하다. 연극을 영화화하는 것이 벌써 많은 한계에 부딪혔을 테고, 사극을 영화화한다는 것이 한국에서는 고난위도의 기술과 비용이 든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것인데, 어찌 그리 만들어냈는지...

지금에서야 흥행했으니 망정이지, 보통 사극 영화는 큰 흥행을 거둔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배우 감우성도 런닝개런티를 포기했다고 한다. 지금에야 배아플 일이지만. 이 영화는 사극은 TV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듯 하다.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고작 2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참으로 놀랍도록 잘도 해냈다. 2시간 남짓한 시간안에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은 자칫 중요한 대목이 가위질 될 수 있는데.

영화 '왕의 남자'에서 돋보이는 배우 중 한 명이 '정진영'이다.(사실 이름 너무 헷갈린다. 장진영, 장재영, 정재영, 정진영. 이 들 중 한 명은 개그맨이다. ㅡㅡ;) 연산군의 역할은 이미 많은 배우들이 소화해 냈는데, 정진영 또한 대단히 뛰어나게 소화해냈다.

실제 의정들을 그리 죽였는지, 계모를 그리 죽였는 지는 모른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를 보면, 그는 31세에 죽는다. 영화에서도 나오는 쿠데타에 의해 하야하게 되는데, 그 때 나이가 대략 30대 전후라 보면 된다. 연산을 이은 중종은 연산의 아버지인 숙종의 둘째 왕비의 손이니, 연산의 대를 거기서 끊겼을 지도 모를 일. 역사 공부를 더 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너무나 젊은 나이, 혈기 왕성한 나이를 표현해 낸다는 것이, 또 '녹수'를 비롯한 수 많은 후궁을 거느리고 불우한 어린 시절의 고독을 그 짧은 2시간안에(더 나아가 정진영의 장면만 따지자면 대략 몇 분 정도다) 표현해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난 이준기나 감우성보다도 그의 연기가 더욱 돋보였다고 생각된다. 언제부터인가 영화를 보게 되면 '연출 감각'보다 배우들의 '연기 감각'을 더 눈여겨 보게 됐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마지막 작업은 결국 그들의 몫인 것 같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영화의 백미는 연산군 앞에서 첫 공연(?)을 감행하는 그 장면인 것 같다. 보통 배짱이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일. 그것이 실제라면 참 멋진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그 장면에서 얻은 교훈은 '죽기 살기로 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라는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행하라는 것. 크크.

좋은 영화다.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내 말을 듣는 것 보다 꼭 한번 봤으면 한다. 2-3번 보아도 좋을 영화. 왕의 남자.

★★★★☆
 
 

 


 

 

2005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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