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
요즘 모든 영화들의 소재 찾기가 '기억'으로 쏠리는 듯 하다. 기억과 관련된 영화 리스트를 갑자기 떠올려봐도 4~5개는 족히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메모리스릴러 '메멘토'를 시작으로, '사랑의 블랙홀', 최근의 '내 머릿속의 지우개', '첫키스만 50번째' 등등. 나비효과란 것은 카오스이론에 나오는 말로, 지구 반대쪽의 나비의 날개짓이 다른 반대편에 폭풍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론이다. 날씨만큼 그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게 또 있으랴. 나비에 빗대 표현한 이 말을 토대로 영화로 만들었으니 그 내용이 퍽 궁금했다.
'하나가 변하면 모든 것이 변한다'라는 메인카피가 그대로 통용되는 영화다. 이 영화의 백미는 여러 갈래로 찢어진 옷을 보는 듯한 마음의 상처 어루만지기라 할 수 있겠다. 한 사람이 행복하면 다른 이는 불행해 진다는 무척이나 단순한 논리로 관객을 설득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단순한 관객은 그것을 그대로 답습, 설득 당해 버린다. 나 또한 그러했다. 반대급부란 것. 시이소 이론이다. 하나가 올라가면 한쪽은 꼭 내려와야 하는.
세상사가 모두 그러한 걸까.
각본 쓴 이를 존경해 마지 않는다. 시나리오 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 여러갈래(최소 5개의 스토리가 액자 구성처럼 펼쳐짐)로 나뉜 것을 스스로 기억하면 만들어냈다는 것에 박수 세번 보낸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 최소한 영화의 시놉시스는 읽어보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길 권한다. 제대로 해석을 하려면 최소한 그래야 한다. 아니면, 영화가 끝난 후 바로 스토리를 곱씹으며 재분석하길 권한다. 그래야 영화의 줄거리가 섞이지 않는다.
출연자들의 행복과 불행의 반복 속에서 내 머릿속 기억 또한 믹서에 갈아놓은 야채 주스처럼 제 빛깔을 제대로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영화의 모티프는 결국 기억이다. 행복과 불행을 저울질 하며 기억을 되바꾸는 일이 현실에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영화로 나온 것이라 본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꾸미는 일, 결국 영화의 몫이 아닌가.
비주얼에 집착하기 보다 스토리보드에 열을 올리는 듯한 헐리우드의 최근 심경이 조금 노출된 듯 한 영화. 나비효과. 그 속으로 빠져보시라.
★★★★
2004년 과거 블로그에 올렸던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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