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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수필

눈을 감는다.

 


눈을 감는다.


싱그런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면 밝은 햇살이 몽블랑의 눈 속에 요동 친다.
살짝 비껴간 아름드리 나무의 그늘은 젖은 속옷에까지 '세상은 푸르르다'고 속삭인다.


들꽃밭 언덕 언저리에 자리한 통나무집.
보글보글 익어가는 스튜의 향기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나의 가족.
아이는 한가로이 풀밭에 앉아 리트리버의 따뜻한 털을 배게삼아 누웠다.
멀찌감치 흘러가는 뭉게구름은 '삶을 사랑하라'고 속삭인다.


가끔 날아든 흰나비를 좇아 뛰어노는 아이와 강아지.
사내는 파이프 문 손으로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는 낡은 종을 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는 몽블랑 봉우리에 햇살이 걸쳐져 통나무집의 지붕 위에 반짝인다.
햇살이 기울면 알프스 협곡은 조용히 숨을 죽이며 밤을 준비한다.


작은 화로와 벽난로.
낡은 식탁에 저녁 식사가 마련되면 흔들 의자에 앉았던 사내는 성경책을 잠시 접어두고
아이의 웃음을 따라 아내의 미소에 화답하며 자리에 앉는다.


하얀 도화지에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의 속삭임이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며 차 한 잔과 흔들 의자에 앉아 나누는 부부의 이야기.


...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1998년작 '천국보다 아름다운'이란 영화에서 나온 천국의 모습.
매우 아름다워 그 장면을 글로 표현하기란 어렵다.


지금 내가 살고 있고, 내가 숨쉬고 있는 이 세상은 과연 천국일까, 지옥일까.
흰나비 좇는 아이의 모습과 몽블랑의 안개 속에서 맞는 모닝 커피를 마셔야만 천국일까.


삶은 고단하지 않다.
괴로움과 고통이 수반되기도 하지만, 행복은 늘 가까이에서 우리를 지켜본다.
또 나를 지켜본다.


그 행복을 잡자.
그래, 행복이 있을 때 굳건히 잡자.


그 손 끝에 서린 사랑의 멜로디가 비록 지금 사라졌다 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