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산을 좋아하지 않았어.
산에 가려면 준비할 게 많았거든.
배낭도 있어야 하고, 등산화도 있어야 했거든.
그래서 산에 오른 적이 별로 없었어.
사실대로 말하자면 지난 번 산행 때 다친 다리 때문에,
산에 오르기가 겁났거든.
산에 오르다가 또 다칠까봐 겁이 났거든.
그래서 배낭이랑 등산화랑 창고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잊고 살았지.
그러던 중, 우연히 좋은 기회가 있어 산행을 하게 된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산은 참으로 편안했어.
길도 흙밭이라 푹신했고, 꽃과 나무들이 만발해서 맑은 공기를 뿜어내고 있었어.
길을 걷다 목이 마르면 맑은 물로 목을 축이고
정말이지 이런 산도 다 있구나 싶었어.
너무나 예쁜 산이었어.
그리고 시간이 흘렀어.
그런데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산의 모든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내 머릿 속을 채우고 있었어. 산행을 좋아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리만치 그 날 봤던 꽃과 나무들, 그리고 계곡물 조차 잊혀지지 않더라고.
그래서 그 산을 다시 한번 찾으려 준비를 했지.
오랜 동안 준비를 한 탓인지, 그 산을 찾자마자 나는 절망했어.
'입산금지'
...
그 후로도 나는 그 산을 잊지 못하며 살았어.
그 날의 모습들이 내 눈에 선해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어.
산에 오르지 못한 갈증으로 힘든 적이 없었는데, 참으로 힙겹더군.
그 산만 바라보는 내 자신도 참으로 바보같아 보이기도 했어.
그래서 결심했지.
잊을 수 없다면, 잊지 말자.
억지로 잊느니, 그냥 자연스럽게 보고픔을 받아들이자고.
그리고 그 산이 보고 싶을 땐,
눈을 감고 붓으로 그림을 그리 듯, 그리워하자고.
그랬더니 한결 마음이 편하더라고.
뭐? 지금은 입산 금지가 풀리지 않았겠느냐고?
훗...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그 후 그 산에 대한 소식을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지금쯤 풀렸을까?
날씨도 따뜻한데, 산행 준비 한번 해볼까?
좋지 않겠어?
^_____^
2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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