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해외나들이
태국으로 가셨다. 3박 5일. 초특급 호텔에 묵으셨다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랑을 늘어놓으신다. 부페로 만든 음식에 깨끗한 호텔이었다고 하신다. 코끼리와 찍은 사진과 해변에서 나름대로의 폼을 잡고 찍은 모습들. 그릇에 담겨진 사진은 즉석에서 만들어 준 것이라며 자랑하신다.
어머니의 해외나들이는 처음이시다. 출국전에 어머니는 여권을 처음으로 만들어 보이시며 '가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었다. 큰 삼촌 덕에 이모님들이 공짜 해외여행 하시게 됐다며 기뻐하는 나와 내 동생의 말은 듣지도 않으시고 별로 가고 싶지 않다는 표정만 지어보이셨다.
그러시더니 다녀오시고 나선 대뜸 내게 "갈 만 하다"며 웃으신다. 내가 업무차 홍콩을 다녀왔던 지난 2001년 11월. 다짐했었다. 여권이며 비행기며 내 돈으로 필히 어머니 해외여행 시켜드리겠노라고. 그랬었다. 해외여행. 별거 아니다. 돈 있는 양반네들은 골프다 명품 쇼핑여행이다 뭐다 해서 안방 드나들듯 그렇게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몸을 싣는다.
난 이코노미석이지만, 자리는 비좁지만, 그래도 비행기는 무조건 창가를 타고야 마는 촌스런 나의 행동을 어머니 앞에선 자랑으로 바꿔 말씀 드렸다. 해외 나가셔야 할 것이라고. 나가면 달리 보인다고. 이래서 다들 가는 것이라고.
올 여름 괌 여행을 가려고 했다. 여유가 생기면 그럴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보내드리고 싶었다. 내가 여자친구가 생기면, 아니 결혼을 하게 된다면 함께 가야지...하고 상상속으로 그런 여행을 꿈꿨던 것 같다. 함께 가려고 했다. 내 여자친구 없다고 못가나. 가족끼리 가면 되지.
그러던 중, 큰 삼촌이 형제분들을 모시고 그렇게 다녀오시니 내 마음이 더 좋았다. 내색은 안했지만, 정말 좋았다.
해외 나들이를 누구처럼 매일 다녀오시는 것도 아니고... 한평생 처음 가시는 곳인데도 별 흥분 안하시는 어머니의 모습 때문에 다소 우울해지긴 했지만, 어머니도 속으론 그렇지 않으셨으리라. 정말 즐거우셨으리라. 처녀시절 찍은 해변가 사진과 그날 태국의 한 해변에서 찍었을 그 사진의 표정과 포즈는 똑같았다. 어쩌면 저리도 같을까.
바로 그런 느낌이셨을 것이다. 쉰을 넘으시면서 주름살이 하나둘 늘어가는 어머니.
그런데, 어머니가 서울에 도착하기로 했던 일요일. 아무런 전화도 없고 연락 두절인 상태로 집에 들어오시질 않았다. 걱정은 일파만파 커져만 갔고, 그러다 잠이 들었다. 아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현관문을 보았다. 신발이 없다. 안들어오셨다. 이런...
전화를 또 해보았지만 받질 않으신다. 불길한 예감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큰이모댁에 전화를 드렸는데 아직 안들어오셨다는 어젯밤 조카형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 하다. 무슨 일일까. 그래도 별일 있겠어하는 심정으로 출근했다.
아침 10시. 전화가 왔다. 어머니다. 공항이라고. 지금 왔다고. 새벽 1시에 비행기타서 이제 도착했다고.
휴~~
가볍게 웃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인데도 왜 난... 이런 것에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걸까.
지난 주 인터파크에서 주문한 달마이라마의 행복론을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태국으로 가셨다. 3박 5일. 초특급 호텔에 묵으셨다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자랑을 늘어놓으신다. 부페로 만든 음식에 깨끗한 호텔이었다고 하신다. 코끼리와 찍은 사진과 해변에서 나름대로의 폼을 잡고 찍은 모습들. 그릇에 담겨진 사진은 즉석에서 만들어 준 것이라며 자랑하신다.
어머니의 해외나들이는 처음이시다. 출국전에 어머니는 여권을 처음으로 만들어 보이시며 '가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었다. 큰 삼촌 덕에 이모님들이 공짜 해외여행 하시게 됐다며 기뻐하는 나와 내 동생의 말은 듣지도 않으시고 별로 가고 싶지 않다는 표정만 지어보이셨다.
그러시더니 다녀오시고 나선 대뜸 내게 "갈 만 하다"며 웃으신다. 내가 업무차 홍콩을 다녀왔던 지난 2001년 11월. 다짐했었다. 여권이며 비행기며 내 돈으로 필히 어머니 해외여행 시켜드리겠노라고. 그랬었다. 해외여행. 별거 아니다. 돈 있는 양반네들은 골프다 명품 쇼핑여행이다 뭐다 해서 안방 드나들듯 그렇게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몸을 싣는다.
난 이코노미석이지만, 자리는 비좁지만, 그래도 비행기는 무조건 창가를 타고야 마는 촌스런 나의 행동을 어머니 앞에선 자랑으로 바꿔 말씀 드렸다. 해외 나가셔야 할 것이라고. 나가면 달리 보인다고. 이래서 다들 가는 것이라고.
올 여름 괌 여행을 가려고 했다. 여유가 생기면 그럴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보내드리고 싶었다. 내가 여자친구가 생기면, 아니 결혼을 하게 된다면 함께 가야지...하고 상상속으로 그런 여행을 꿈꿨던 것 같다. 함께 가려고 했다. 내 여자친구 없다고 못가나. 가족끼리 가면 되지.
그러던 중, 큰 삼촌이 형제분들을 모시고 그렇게 다녀오시니 내 마음이 더 좋았다. 내색은 안했지만, 정말 좋았다.
해외 나들이를 누구처럼 매일 다녀오시는 것도 아니고... 한평생 처음 가시는 곳인데도 별 흥분 안하시는 어머니의 모습 때문에 다소 우울해지긴 했지만, 어머니도 속으론 그렇지 않으셨으리라. 정말 즐거우셨으리라. 처녀시절 찍은 해변가 사진과 그날 태국의 한 해변에서 찍었을 그 사진의 표정과 포즈는 똑같았다. 어쩌면 저리도 같을까.
바로 그런 느낌이셨을 것이다. 쉰을 넘으시면서 주름살이 하나둘 늘어가는 어머니.
그런데, 어머니가 서울에 도착하기로 했던 일요일. 아무런 전화도 없고 연락 두절인 상태로 집에 들어오시질 않았다. 걱정은 일파만파 커져만 갔고, 그러다 잠이 들었다. 아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현관문을 보았다. 신발이 없다. 안들어오셨다. 이런...
전화를 또 해보았지만 받질 않으신다. 불길한 예감이 조금씩 고개를 들었다. 큰이모댁에 전화를 드렸는데 아직 안들어오셨다는 어젯밤 조카형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 하다. 무슨 일일까. 그래도 별일 있겠어하는 심정으로 출근했다.
아침 10시. 전화가 왔다. 어머니다. 공항이라고. 지금 왔다고. 새벽 1시에 비행기타서 이제 도착했다고.
휴~~
가볍게 웃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인데도 왜 난... 이런 것에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걸까.
지난 주 인터파크에서 주문한 달마이라마의 행복론을 읽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2003.6
'Sensibility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상 #1... 그리고, 나머지 두 개. (0) | 2009.07.21 |
---|---|
어머니의 손(2003) (0) | 2009.07.21 |
내 인생의 캠코더(2003) (0) | 2009.07.21 |
길을 갑니다.(2003) (0) | 2009.07.21 |
집착이라는 것(2003) (0) | 2009.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