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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ibility/수필

무상 #1... 그리고, 나머지 두 개.

11월의 시작은...

그래, 이렇게 시작되었어. 아주 어렸을 때 부터 시작됐다고 느꼈는데, 아직도 시작을 못했나봐. 11월은 다시 왔고, 11월의 아침은 상쾌했어. 비록, 내가 마실 물이 없었지만 그래도 갈증은 쉽게 풀렸어.

노곤한 몸으로 담배 한개피를 물며 하늘을 봤어. 10월의 하늘인지, 11월의 하늘인지 분간이 안됐어. 푸른 하늘에 먼지가 잔뜩 끼어 있어서인지, 푸른색이 조금은 옅은 회색을 띠었어. 그것으로 난 오늘이 11월인 줄 알았어.

전화기를 들었어. 번호를 눌렀어. 들리지 않는 신호음을 알아차리게 된 건 내 손을 보고 나서야. 훗. 난 아직도 반쪽인 걸. 힘들게 헤쳐온 시간을 두드려 돌아보면 쉽게 이뤄냈던 것 보다는 보람이 커서 다행이야.

김광석의 노래는 여지없이 오늘 아침에도 나를 둘렀어. 음원에 나를 맡기니 왜 그렇게 달력 한장 뜯기가 싫던지. 그것이 인생이겠지?

인생 위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네가 안다면 기필코 내게 가르쳐주기 바래.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게 더 힘들다는 것을 가르쳐줬던 지난번처럼 말야.

아직 내겐 나머지 두 개가 있어. 뭘 할까 생각 중이야. 이 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목에 핏줄 세워 소릴 질러도 꽉 막힌 골목길 처럼 메아리만 되돌아오거든.

나름대로 보람은 컸지만 이제 곧 나머지 두 개를 위해 다시금 일어서야 겠어. 힘내라 주황색을 외치며 말이지.

내게 힘을 줄 거지?

-小說 '無想 #1' 도입부 중에서-
 
2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