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야기에 이어서 계속...
다섯째날이다. 오전만 해도, 해남을 갈 때만 해도 서울로 갈 생각은 없었다. 태풍도 있고, 태풍때문에 여행을 망친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하고... 좀더 화창한 날씨의 바다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바다가 언제그랬냐는 듯이 잔잔했다. 여수 앞바다가 말이다. 저 멀리 바다에서는 배가 두어척 보이기까지 했다. 신기하다. 저 배는 어제 그 높은 파도에서 정박하지 않고 열나 드세좋게 바다 한가운데 떡하니 버텼던 놈이다.
해남을 가기로 했다. 그런 후에 미키 사촌동생이 있는 광주로 향할 심산으로 출발을 했다.
해남. 땅끝마을이라는 곳. 한반도 최남단. 의미있는 곳이라 기대가 됐다. 광주는 도시라서 별 생각없었고. 태풍도 오후를 지나면서 중부지방을 관통한다고 했고, 세력도 약해졌다고 했다.
그런데, 약 5-6시간을 운전하고 해남에 들어서니... 또 생각이 바꼈다. 바보같은 넘들... 갑자기 집이 그리워졌던 것이다. 광주에 가서 영화보고 도시생활 할 바엔 그냥 서울로 직행하자는 것.
해남은 정말 좋았다. 해남을 가는 길도 좋았다. 국도로 달렸다. 2번... 18번... 13번 등등. 현금을 찾기 싫어서 인지, 귀찮아서 인지 우린 남아 있는 안성탕면 3개를 해치우자고 의기투합했다. 길을 가다가 바람 안불고 비가 오지 않는 곳을 찾아 끓여 먹자고.
후훗... 그런 곳이 어디 있을까? 한참을 달리다 보니 공사중인 다리가 하나 보였다. 차를 조심스레 몰아 바로 앞까지 가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 문이 날라갈 뻔 했다. -_-;;
그래도 끓여 먹자고 비를 헤치며 다리 밑으로 들어갔는데... 우린 정말 바람이 불지 않을 줄 알았다. 멀리서 보니 무척 안정돼 보였기 때문이다. 안정... 우린 그것이 필요했다.
근데, 바람이 열나 분다. 버너를 꺼내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갔다. 도로로 나가 10여분쯤 가니 지방의 그... 버스 정류장.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빨간벽돌로 3면을 막아놓은... 그 장소. 딱이다.
바로 내렸다. 마을 근처에서는 쪽팔리기 때문에 좀 한적한 곳을 찾아 안성탕면 3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면을 넣고, 스프 2개 반을 풀었다. 설거지? 필요없다. 국물이 남을 리 없다. 핥았다. -_-;
다시 차를 타고 보니 농협이 보였다. 10분도 채 안되서. 식당도 보이고... -_-;; 돈을 찾고 땅끝으로 향했다.
땅끝은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98년도 였던가. 거제도를 갔을 때의 느낌이 다시 들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국립공원이 다르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둘다 멋지다. 섬과 바다... 그리고 구름이 빚어내는 햇살페인팅. 바다와 맞물린 그 풍경이란. 시상이 절로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전망대에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9층까지 돼 있는 데 꽤 쏠쏠했다. 육안으로 100km는 족히 보일만큼 바다가 드넓었다. 섬도 꽤 멀리까지 보이고. 땅끝마을은 헬기에서 보는 듯 했다.
사진을 찍고 3층 카페에 들러 팥빙수 2개를 먹었다. 5천원씩이다. 좀 갈등했었다. 500원도 안되는 안성탕면 3개를 끓여먹은지가 1시간도 채 안됐던 것도 있었지만, 식사와 간식의 가격차가 너무 크게 났기 때문이다.
걸인의 찬.. 왕후의 밥... 중학교때 배운 수필 문구가 생각났다.
정말 바보같은 짓을 또 했구나 싶었지만, 나름대로 분위기는 좋았다. 수십개에 이르는 계단을 내려와 차에 오르려 하니, 생각난 게 하나 있었다!
남방! 내 남방! 체크무늬 이쁜 내 남방!! 아 띠바.. 여수 민박집에 두고 왔던 것이다. 머리를 열나 굴렸다. 그러나, 해결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그 집 이름도 생각 안난다. 회 먹을 때 명함 하나를 넣으려 하다가 멈추었던 나의 손놀림을 저주하고 싶었다.
미키에게 말했다.
"여수로 다시 갈래?"
"뭐?"
날 미친놈 쳐다보듯 했다. 그러나, 난 그 말을 두번다시 묻지 않을만큼 미키는 내게 초강도로 되물었다.
"그럼, 가서 하루 더 자자"
-_-;;
포기했다. 아! 내 남방!
광주로 가려했다. 그러나, 팥빙수를 두어 숟가락 입에 넣으면서 우린 결정해 버렸다. 서울로 가자고. 토요일이고 주말이니까, 내일보다는 차가 덜 막힐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오후 4시 30분이었다. 출발.
목포로 가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탔다. 서울까지 450km는 족히 뛰었을 것이다.
서울입성 오후 10시. 지금 집이다.
...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전국투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여행을 했다. 어설프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고생을 하지 않으면 기억남는 것이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여행이었다.
그렇다고 뭐... 고생을 많이 한 건 아니다. 차도 없이 돈도 없이 떠나야 그것이 진정한 전국투어였을 테지만, 우린 용기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돈을 적게 쓴것도 아니었다. 우린 정말... 솔직히 일찍 상경한 것은 자금 문제도 조금 걸렸다. 6박7일이 목적이었으나, 이틀을 까먹을 정도로 우린 부르주아 였다.
그렇다고 호텔에서 잔 것도 아닌데... 여행가면 돈이 정말 흐르는 물 같다. 물처럼 줄줄 흐른다. 기억에 나지도 않는 씀씀이.
그래도 좋다. 이만한 기억을 얻은 것에 만족한다.
서울-강릉-동해-삼척(환선굴)-태백-대구-경주-감포-여수-해남-땅끝-목포-서울
대충 찍어보니... 우리가 간 곳이 이 정도다. 멋진 여행이었다. 좀더 계획적이고 한 곳에 오래 머물면 돈도 절약하고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었겠지만, 이런 여행도 한번쯤은 해볼만 한 것 같다. 여러 가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으므로.
아~ 이제 푹 쉬어야 겠다. 새롭게 시작되는 내일을 위하여!!
다섯째날이다. 오전만 해도, 해남을 갈 때만 해도 서울로 갈 생각은 없었다. 태풍도 있고, 태풍때문에 여행을 망친 것 같아 억울하기도 하고... 좀더 화창한 날씨의 바다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바다가 언제그랬냐는 듯이 잔잔했다. 여수 앞바다가 말이다. 저 멀리 바다에서는 배가 두어척 보이기까지 했다. 신기하다. 저 배는 어제 그 높은 파도에서 정박하지 않고 열나 드세좋게 바다 한가운데 떡하니 버텼던 놈이다.
해남을 가기로 했다. 그런 후에 미키 사촌동생이 있는 광주로 향할 심산으로 출발을 했다.
해남. 땅끝마을이라는 곳. 한반도 최남단. 의미있는 곳이라 기대가 됐다. 광주는 도시라서 별 생각없었고. 태풍도 오후를 지나면서 중부지방을 관통한다고 했고, 세력도 약해졌다고 했다.
그런데, 약 5-6시간을 운전하고 해남에 들어서니... 또 생각이 바꼈다. 바보같은 넘들... 갑자기 집이 그리워졌던 것이다. 광주에 가서 영화보고 도시생활 할 바엔 그냥 서울로 직행하자는 것.
해남은 정말 좋았다. 해남을 가는 길도 좋았다. 국도로 달렸다. 2번... 18번... 13번 등등. 현금을 찾기 싫어서 인지, 귀찮아서 인지 우린 남아 있는 안성탕면 3개를 해치우자고 의기투합했다. 길을 가다가 바람 안불고 비가 오지 않는 곳을 찾아 끓여 먹자고.
후훗... 그런 곳이 어디 있을까? 한참을 달리다 보니 공사중인 다리가 하나 보였다. 차를 조심스레 몰아 바로 앞까지 가서 차에서 내리는 순간! 문이 날라갈 뻔 했다. -_-;;
그래도 끓여 먹자고 비를 헤치며 다리 밑으로 들어갔는데... 우린 정말 바람이 불지 않을 줄 알았다. 멀리서 보니 무척 안정돼 보였기 때문이다. 안정... 우린 그것이 필요했다.
근데, 바람이 열나 분다. 버너를 꺼내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갔다. 도로로 나가 10여분쯤 가니 지방의 그... 버스 정류장. 버스정류장이 보였다. 빨간벽돌로 3면을 막아놓은... 그 장소. 딱이다.
바로 내렸다. 마을 근처에서는 쪽팔리기 때문에 좀 한적한 곳을 찾아 안성탕면 3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면을 넣고, 스프 2개 반을 풀었다. 설거지? 필요없다. 국물이 남을 리 없다. 핥았다. -_-;
다시 차를 타고 보니 농협이 보였다. 10분도 채 안되서. 식당도 보이고... -_-;; 돈을 찾고 땅끝으로 향했다.
땅끝은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98년도 였던가. 거제도를 갔을 때의 느낌이 다시 들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국립공원이 다르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둘다 멋지다. 섬과 바다... 그리고 구름이 빚어내는 햇살페인팅. 바다와 맞물린 그 풍경이란. 시상이 절로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입장료 1000원을 내고 전망대에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9층까지 돼 있는 데 꽤 쏠쏠했다. 육안으로 100km는 족히 보일만큼 바다가 드넓었다. 섬도 꽤 멀리까지 보이고. 땅끝마을은 헬기에서 보는 듯 했다.
사진을 찍고 3층 카페에 들러 팥빙수 2개를 먹었다. 5천원씩이다. 좀 갈등했었다. 500원도 안되는 안성탕면 3개를 끓여먹은지가 1시간도 채 안됐던 것도 있었지만, 식사와 간식의 가격차가 너무 크게 났기 때문이다.
걸인의 찬.. 왕후의 밥... 중학교때 배운 수필 문구가 생각났다.
정말 바보같은 짓을 또 했구나 싶었지만, 나름대로 분위기는 좋았다. 수십개에 이르는 계단을 내려와 차에 오르려 하니, 생각난 게 하나 있었다!
남방! 내 남방! 체크무늬 이쁜 내 남방!! 아 띠바.. 여수 민박집에 두고 왔던 것이다. 머리를 열나 굴렸다. 그러나, 해결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전화번호도 모르고, 그 집 이름도 생각 안난다. 회 먹을 때 명함 하나를 넣으려 하다가 멈추었던 나의 손놀림을 저주하고 싶었다.
미키에게 말했다.
"여수로 다시 갈래?"
"뭐?"
날 미친놈 쳐다보듯 했다. 그러나, 난 그 말을 두번다시 묻지 않을만큼 미키는 내게 초강도로 되물었다.
"그럼, 가서 하루 더 자자"
-_-;;
포기했다. 아! 내 남방!
광주로 가려했다. 그러나, 팥빙수를 두어 숟가락 입에 넣으면서 우린 결정해 버렸다. 서울로 가자고. 토요일이고 주말이니까, 내일보다는 차가 덜 막힐 것이라는 생각때문에.
오후 4시 30분이었다. 출발.
목포로 가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탔다. 서울까지 450km는 족히 뛰었을 것이다.
서울입성 오후 10시. 지금 집이다.
...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전국투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여행을 했다. 어설프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고생을 하지 않으면 기억남는 것이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여행이었다.
그렇다고 뭐... 고생을 많이 한 건 아니다. 차도 없이 돈도 없이 떠나야 그것이 진정한 전국투어였을 테지만, 우린 용기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돈을 적게 쓴것도 아니었다. 우린 정말... 솔직히 일찍 상경한 것은 자금 문제도 조금 걸렸다. 6박7일이 목적이었으나, 이틀을 까먹을 정도로 우린 부르주아 였다.
그렇다고 호텔에서 잔 것도 아닌데... 여행가면 돈이 정말 흐르는 물 같다. 물처럼 줄줄 흐른다. 기억에 나지도 않는 씀씀이.
그래도 좋다. 이만한 기억을 얻은 것에 만족한다.
서울-강릉-동해-삼척(환선굴)-태백-대구-경주-감포-여수-해남-땅끝-목포-서울
대충 찍어보니... 우리가 간 곳이 이 정도다. 멋진 여행이었다. 좀더 계획적이고 한 곳에 오래 머물면 돈도 절약하고 많은 곳을 둘러볼 수 있었겠지만, 이런 여행도 한번쯤은 해볼만 한 것 같다. 여러 가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으므로.
아~ 이제 푹 쉬어야 겠다. 새롭게 시작되는 내일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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