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일
S#31 정훈의 방(아침)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갈 채비를 하며 정훈의 방을 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등산복 차림이다.
어머니 정훈아, 아버지랑 가까운 북한산에나 갔다 올란다.
정훈 (침대에서 일어서며) 예... 어머니. 가게는 요?
어머니 오늘 장사 안해. 아버지가 요즘 너무 답답해하시는 것 같아서, 차일피일 미뤄오다 오늘 날 잡았다. 배고프면 식탁에 밥 다 해놨으니까, 차려 먹어라. 네가 어제 너무 늦게 들어와서 얘길 못했다.
정훈 (고개를 끄덕이며 마중 나간다) 예... 다녀오세요.
아버지 갔다오마.
S#32 정훈의 거실(아침)
정훈은 현관문을 닫으며 집을 한 번 죽 돌아본다. 거실왼편엔 가전제품들이 즐비하며 소파엔 베개가 하나 놓여있다. 식탁엔 가지런히 음식들이 정렬되어 있고, 화장실 문을 여니 물기 없는 것이 너무나 깨끗하다. 정훈의 일상생활을 보는 것 같아서 정훈은 마음이 쓸쓸하다. 소파에 앉아 작은 소리로 노랠 부른다.
정훈 그리운 부모형제 다정한 옛친구 그러나 갈 수 없는 신세... 홀로 가슴 태우다 흙속으로 묻혀갈 나의 인 생아... 묻혀갈 나의 인생아...
정훈의 손엔 김광석의 '불행아' 란 테이프표지가 쥐어져 있다. 김광석의 음악이 깔린다.
S#33 정훈의 방(아침)
부스스한 차림새의 정훈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워낙 깨끗한 방이지만, 이리 뒤져보고 저리 뒤져보고 한다. 책상서랍을 뒤지다 디스켓하나를 발견한다. 음악이 멈추며, 컴퓨터를 켜고 그것을 넣는다. 곧 파일이 뜨고, 글을 읽는다. 파일엔 '오빠. 우리가 디스켓으로 서로 사랑을 확인한 게 얼마나 됐는지 알아? 벌써, 1년이 넘었어. 굉장하지? 예전엔 자주 봤었는데, 요즘엔 너무 뜸해졌어. 너무 못보고 사는 것 같애. 이것두 줘야 하는데...' 라고 쓰여져 있다. 거기까지 읽는다.
정훈 (혼잣말로)1997년 3월 20일... 이게 끝이었구나. 까맣게 잊고 있었네.
디스켓을 다시 꺼내 한참을 들여다본다. 겉표지엔 '윤희와 정훈오빠의 사랑이야기' 라고 쓰여있다. 정훈은 만지작거리다 이내 휴지통에 그것을 넣는다. 편지함도 꺼내어 휴지통에 모두 넣어버린다.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긴 정훈은 일어나 오디오를 켠다. 안치환의 '그 사랑 잊을 순 없겠죠' 란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른다.
(시간경과)
S#34 베란다(오후)
베란다 창을 열고 위로 아래로 한번 본다. 날씨가 흐려있다. 곧 비가 올 것 같다. 아래를 보니 깨알같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침을 한번 뱉아본다. 빠르게 퍼져 나감을 보며, 웃는다.
정훈 (혼잣말로) 답답하다. 닭장처럼 갇혀 있는 것 같다. 새들은 얼마나 좋을까.(하늘을 보며) 맘대루 날아다 니니... 날씨가 흐렸네.
(시간경과)
S#35 거실
비가 온다. 정훈은 시계를 본다. 5시다. 정훈은 베란다 창을 닫고 TV를 켠다. 5시뉴스가 나오고 있다.
앵커 안녕하십니까. 5시 뉴스입니다. 먼저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오후 4시 12분경에 북한산으로 산 행을 왔던 등산객들이 갑자기 내릴 폭우로 길을 잃고 통신이 두절된 채 생사를 확인 할 수 없다는 소식 입니다. 그럼, 여기서 사고 현장을 연결해서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여기는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입니다. 오늘 오후 4시 12분 경에 갑자기 내린 폭우로 등산객들이 산에 발 이 묶여 있습니다. 지금도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만, 지금 현재 서울 강수량은 100밀리미터가 넘는 강우로 늦가을의 때아닌 강수량으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사고대책반의 000반장님을 모시 고 말씀을 나눠 보겠습니다.
정훈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TV를 주시한다.
정훈 (혼잣말로) 이게 어찌 된일야... 이게... 이게 무슨 소리야...
정훈은 전화번호 책을 들어 MBC라고 적힌 전화번호를 본다. 곧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른다. 매우 다급한 표정의 정훈은 손을 떨고 있다. 뚜--- 뚜--- 통화중. 정훈은 안절부절못하며 TV를 주시하다가 뭔가 생각이 난 듯, 다시 수화기를 든다. 아버지 핸드폰번호를 누른다. 신호 음은 가는데, 받질 않는다.
S#36 북한산
북한산 푯말이 보이고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다. 사람들이 산 입구에서 북적이며 통제를 하는 사람들 사이로 기자도 보이고, 응급차도 보인다. 산중턱으로 화면 이동. 한 남자와 여자가 10여미터 간격을 두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다. 의식이 없다. 움직이지 않는다.
S#37 거실
정훈 TV를 주시하다 끈다. 안절부절을 못한다.
정훈 (혼잣말로 생각에 잠기며) 이게 왠 날벼락이야. 왜 이러지... 지금 내게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벌써 5일 사이에 너무나 이상한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있어. 우연일까.
S#38 응급차
싸늘한 얼굴을 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시신이 응급 차에 실린다. (OL)
S#39 거실
정훈, 수화기를 들고 있다. 신호 음이 간다.
S#40 북한산속
산 속에 버려진 배낭 속에서 핸드폰소리가 울려 퍼진다.
S#41 거실
아무도 받지 않아서 단념을 하고는 뒤돌아 우산도 없이 집을 나선다.
S#42 북한산 입구
사람들이 북적이며 취재진과 응급요원들이 보인다. 그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 정훈. 비는 계속 내린다. 정훈은 지나가는 응급요원 한 명을 붙잡아 물어본다.
정훈 (다급한 표정으로) 여기...! 저기요. 사람들 다 구출했나요? 몇 명이나 고립됐습니까?
응급요원 아직 잘 몰라요. 조금만 기다리면 사고 대책 반에서 다 발표할 겁니다. 저희는 모릅니다.
정훈 (화난 표정으로) 사람이 죽어 가는 데!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겁니까! 내가 들어가 보겠어요.
응급요원 (급한 표정으로)안됩니다. 지금 통제중이라 아무도 못 들어갑니다. 선생도 들어갔다 간 살아서 못 올 겁니다. 물이 불고 있어요.
정훈 (눈살을 찌푸리며) 아...
아버지와 어머니 정훈이 들어있는 사진이 보인다.(OL)
...11편에 계속
S#31 정훈의 방(아침)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갈 채비를 하며 정훈의 방을 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등산복 차림이다.
어머니 정훈아, 아버지랑 가까운 북한산에나 갔다 올란다.
정훈 (침대에서 일어서며) 예... 어머니. 가게는 요?
어머니 오늘 장사 안해. 아버지가 요즘 너무 답답해하시는 것 같아서, 차일피일 미뤄오다 오늘 날 잡았다. 배고프면 식탁에 밥 다 해놨으니까, 차려 먹어라. 네가 어제 너무 늦게 들어와서 얘길 못했다.
정훈 (고개를 끄덕이며 마중 나간다) 예... 다녀오세요.
아버지 갔다오마.
S#32 정훈의 거실(아침)
정훈은 현관문을 닫으며 집을 한 번 죽 돌아본다. 거실왼편엔 가전제품들이 즐비하며 소파엔 베개가 하나 놓여있다. 식탁엔 가지런히 음식들이 정렬되어 있고, 화장실 문을 여니 물기 없는 것이 너무나 깨끗하다. 정훈의 일상생활을 보는 것 같아서 정훈은 마음이 쓸쓸하다. 소파에 앉아 작은 소리로 노랠 부른다.
정훈 그리운 부모형제 다정한 옛친구 그러나 갈 수 없는 신세... 홀로 가슴 태우다 흙속으로 묻혀갈 나의 인 생아... 묻혀갈 나의 인생아...
정훈의 손엔 김광석의 '불행아' 란 테이프표지가 쥐어져 있다. 김광석의 음악이 깔린다.
S#33 정훈의 방(아침)
부스스한 차림새의 정훈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이것저것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워낙 깨끗한 방이지만, 이리 뒤져보고 저리 뒤져보고 한다. 책상서랍을 뒤지다 디스켓하나를 발견한다. 음악이 멈추며, 컴퓨터를 켜고 그것을 넣는다. 곧 파일이 뜨고, 글을 읽는다. 파일엔 '오빠. 우리가 디스켓으로 서로 사랑을 확인한 게 얼마나 됐는지 알아? 벌써, 1년이 넘었어. 굉장하지? 예전엔 자주 봤었는데, 요즘엔 너무 뜸해졌어. 너무 못보고 사는 것 같애. 이것두 줘야 하는데...' 라고 쓰여져 있다. 거기까지 읽는다.
정훈 (혼잣말로)1997년 3월 20일... 이게 끝이었구나. 까맣게 잊고 있었네.
디스켓을 다시 꺼내 한참을 들여다본다. 겉표지엔 '윤희와 정훈오빠의 사랑이야기' 라고 쓰여있다. 정훈은 만지작거리다 이내 휴지통에 그것을 넣는다. 편지함도 꺼내어 휴지통에 모두 넣어버린다.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긴 정훈은 일어나 오디오를 켠다. 안치환의 '그 사랑 잊을 순 없겠죠' 란 노래를 들으며 따라 부른다.
(시간경과)
S#34 베란다(오후)
베란다 창을 열고 위로 아래로 한번 본다. 날씨가 흐려있다. 곧 비가 올 것 같다. 아래를 보니 깨알같은 사람들이 지나다닌다. 침을 한번 뱉아본다. 빠르게 퍼져 나감을 보며, 웃는다.
정훈 (혼잣말로) 답답하다. 닭장처럼 갇혀 있는 것 같다. 새들은 얼마나 좋을까.(하늘을 보며) 맘대루 날아다 니니... 날씨가 흐렸네.
(시간경과)
S#35 거실
비가 온다. 정훈은 시계를 본다. 5시다. 정훈은 베란다 창을 닫고 TV를 켠다. 5시뉴스가 나오고 있다.
앵커 안녕하십니까. 5시 뉴스입니다. 먼저 속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오후 4시 12분경에 북한산으로 산 행을 왔던 등산객들이 갑자기 내릴 폭우로 길을 잃고 통신이 두절된 채 생사를 확인 할 수 없다는 소식 입니다. 그럼, 여기서 사고 현장을 연결해서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여기는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입니다. 오늘 오후 4시 12분 경에 갑자기 내린 폭우로 등산객들이 산에 발 이 묶여 있습니다. 지금도 비가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만, 지금 현재 서울 강수량은 100밀리미터가 넘는 강우로 늦가을의 때아닌 강수량으로 측정되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서 사고대책반의 000반장님을 모시 고 말씀을 나눠 보겠습니다.
정훈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TV를 주시한다.
정훈 (혼잣말로) 이게 어찌 된일야... 이게... 이게 무슨 소리야...
정훈은 전화번호 책을 들어 MBC라고 적힌 전화번호를 본다. 곧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른다. 매우 다급한 표정의 정훈은 손을 떨고 있다. 뚜--- 뚜--- 통화중. 정훈은 안절부절못하며 TV를 주시하다가 뭔가 생각이 난 듯, 다시 수화기를 든다. 아버지 핸드폰번호를 누른다. 신호 음은 가는데, 받질 않는다.
S#36 북한산
북한산 푯말이 보이고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다. 사람들이 산 입구에서 북적이며 통제를 하는 사람들 사이로 기자도 보이고, 응급차도 보인다. 산중턱으로 화면 이동. 한 남자와 여자가 10여미터 간격을 두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다. 의식이 없다. 움직이지 않는다.
S#37 거실
정훈 TV를 주시하다 끈다. 안절부절을 못한다.
정훈 (혼잣말로 생각에 잠기며) 이게 왠 날벼락이야. 왜 이러지... 지금 내게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벌써 5일 사이에 너무나 이상한 일들이 내게 일어나고 있어. 우연일까.
S#38 응급차
싸늘한 얼굴을 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시신이 응급 차에 실린다. (OL)
S#39 거실
정훈, 수화기를 들고 있다. 신호 음이 간다.
S#40 북한산속
산 속에 버려진 배낭 속에서 핸드폰소리가 울려 퍼진다.
S#41 거실
아무도 받지 않아서 단념을 하고는 뒤돌아 우산도 없이 집을 나선다.
S#42 북한산 입구
사람들이 북적이며 취재진과 응급요원들이 보인다. 그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는 정훈. 비는 계속 내린다. 정훈은 지나가는 응급요원 한 명을 붙잡아 물어본다.
정훈 (다급한 표정으로) 여기...! 저기요. 사람들 다 구출했나요? 몇 명이나 고립됐습니까?
응급요원 아직 잘 몰라요. 조금만 기다리면 사고 대책 반에서 다 발표할 겁니다. 저희는 모릅니다.
정훈 (화난 표정으로) 사람이 죽어 가는 데!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겁니까! 내가 들어가 보겠어요.
응급요원 (급한 표정으로)안됩니다. 지금 통제중이라 아무도 못 들어갑니다. 선생도 들어갔다 간 살아서 못 올 겁니다. 물이 불고 있어요.
정훈 (눈살을 찌푸리며) 아...
아버지와 어머니 정훈이 들어있는 사진이 보인다.(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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