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그게 다 사실이예요? 사실이라면 왜 20년 동안이나 그렇게 했어요? 한 일이주하고 말일을. 저 같으면 그러했겠는데요. 일이주하고 말았을 거예요. 20년 동안 쓸 재산도 없지만, 사회가 썩은 걸 아셨으면 그만 하셨어야죠. 조금은... 이렇게 말씀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만, 미련하신게 아닌지..."
"그런게 아니다. 내가 20년 동안 그렇게 살거라곤 그 땐 생각지 못했었다. 나도 며칠하고 그만 둘라고 했제. 난 그라고, 언젠가는 다르게 다가올 날이 있을 줄 알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 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었던 거제.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고. 난 달라지지 않아서 계속 그랬을 뿐인 기라."
눈매가 매우 서글서글해 보인다고 새삼느낀 광수에게 그 사내는 잔을 들어 보이고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난 그 때보다 지금이 더하면 더했제 덜하진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슬프다. 이런 현실이."
"그 때가 더했지 않았을까요?"
"그래 그랬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땐 그래도 사람들과의 정이란게 있지 않았었나. 정. 임마야. 봐도 모르겄나. 날이 가믄 갈수록 그런게 사그라들진 않고, 더 늘어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도 비록 경쟁관계지만, 지금처럼 삭막하게 이기주의적이진 않았다. 내가 그렇게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학생들을 보면 무슨 친구가 아니라 이건 적인기라. 적. 낙오되면 저놈이 오르겠지하는 악의의 경쟁심리. 이런 세상이 됐다. 지금은."
조금 어색한 듯한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그 사내의 말은 조금은 억지가 있다고 광수는 느꼈다. 이해가 다 된 말들은 아니지만, 취기에 그런 말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수는 분명히 그 시간에 그런 곳에서 그렇게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한 귀로 흘릴 말들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광수도 한 때는 세상을 등지고 싶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 사내의 말에 공감하는 것이 있어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아버지가 크게 사기를 당해 달동네에서 물을 한 양동이씩 길어 먹던 기억, 자기보다 실력도 없으면서 돈이 있다고 고액과외로 일류대학을 갔다는 친구 소식을 접했을 때도 그랬었다. 그런 말을 하는 그 사내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유가 어디 그 뿐인가. 누구나 세상에 살면 그런 마음을 한 번쯤은 다들 가져 봤으리라. '안 그러나...'라고 묻는 듯한 그 사내의 눈빛을 광수는 그저 눈으로 대답할 따름이었다. 그 사내는 번들거리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한번 쓰윽 훑더니 말을 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흐르던 그런 정이 지금은 없다시피 한 것 같아서 슬프다. 난."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술잔을 비운 그 옆으로 멀리 광수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광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주위를 봤고, 경찰관 2명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놀라 그 사내에게 눈짓으로 말을 했지만, 그 사내는 개의치 않았다.
"또...아저씨군요. 여기 계시면 어떡합니까. 언제 들어갈 거예요?"
"알았네. 오늘은 친구가 생겨 이렇게 늦게 까지 있게 됐군. 한번 봐 주게. 미안허이."
당당하던 그 사내의 기백이 잠시 사라지는 듯 했다.
"잠시만입니다. 빨리 들어가셔야 해요. 날씨도 춥고, 이러시다간 정말 큰일 납니다."
"알았네. 알았어. 술 한잔 할텐가?"
"어휴...무슨 말씀을. 근무중인데요."
들어가시란 말을 다시한번 남기고 돌아선 그 경관들을 바라보던 그는 입을 다시 열었다.
"저네들도 불쌍해. 오밤중에 우리같은 사람들 잡아 끌어내야 하니. 참 힘들겠지 않나? 그렇지?"
"네."
"자넨 군댈 갔다왔나?"
"아뇨."
... 7편에 계속
"그런게 아니다. 내가 20년 동안 그렇게 살거라곤 그 땐 생각지 못했었다. 나도 며칠하고 그만 둘라고 했제. 난 그라고, 언젠가는 다르게 다가올 날이 있을 줄 알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 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었던 거제.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고. 난 달라지지 않아서 계속 그랬을 뿐인 기라."
눈매가 매우 서글서글해 보인다고 새삼느낀 광수에게 그 사내는 잔을 들어 보이고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난 그 때보다 지금이 더하면 더했제 덜하진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슬프다. 이런 현실이."
"그 때가 더했지 않았을까요?"
"그래 그랬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땐 그래도 사람들과의 정이란게 있지 않았었나. 정. 임마야. 봐도 모르겄나. 날이 가믄 갈수록 그런게 사그라들진 않고, 더 늘어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도 비록 경쟁관계지만, 지금처럼 삭막하게 이기주의적이진 않았다. 내가 그렇게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학생들을 보면 무슨 친구가 아니라 이건 적인기라. 적. 낙오되면 저놈이 오르겠지하는 악의의 경쟁심리. 이런 세상이 됐다. 지금은."
조금 어색한 듯한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그 사내의 말은 조금은 억지가 있다고 광수는 느꼈다. 이해가 다 된 말들은 아니지만, 취기에 그런 말을 할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수는 분명히 그 시간에 그런 곳에서 그렇게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한 귀로 흘릴 말들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광수도 한 때는 세상을 등지고 싶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 사내의 말에 공감하는 것이 있어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아버지가 크게 사기를 당해 달동네에서 물을 한 양동이씩 길어 먹던 기억, 자기보다 실력도 없으면서 돈이 있다고 고액과외로 일류대학을 갔다는 친구 소식을 접했을 때도 그랬었다. 그런 말을 하는 그 사내에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유가 어디 그 뿐인가. 누구나 세상에 살면 그런 마음을 한 번쯤은 다들 가져 봤으리라. '안 그러나...'라고 묻는 듯한 그 사내의 눈빛을 광수는 그저 눈으로 대답할 따름이었다. 그 사내는 번들거리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한번 쓰윽 훑더니 말을 이었다.
"사람들 사이에 흐르던 그런 정이 지금은 없다시피 한 것 같아서 슬프다. 난."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술잔을 비운 그 옆으로 멀리 광수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광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주위를 봤고, 경찰관 2명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놀라 그 사내에게 눈짓으로 말을 했지만, 그 사내는 개의치 않았다.
"또...아저씨군요. 여기 계시면 어떡합니까. 언제 들어갈 거예요?"
"알았네. 오늘은 친구가 생겨 이렇게 늦게 까지 있게 됐군. 한번 봐 주게. 미안허이."
당당하던 그 사내의 기백이 잠시 사라지는 듯 했다.
"잠시만입니다. 빨리 들어가셔야 해요. 날씨도 춥고, 이러시다간 정말 큰일 납니다."
"알았네. 알았어. 술 한잔 할텐가?"
"어휴...무슨 말씀을. 근무중인데요."
들어가시란 말을 다시한번 남기고 돌아선 그 경관들을 바라보던 그는 입을 다시 열었다.
"저네들도 불쌍해. 오밤중에 우리같은 사람들 잡아 끌어내야 하니. 참 힘들겠지 않나? 그렇지?"
"네."
"자넨 군댈 갔다왔나?"
"아뇨."
... 7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