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질문이었다.
"집? 왜... 궁금하나? 집!... 그래..집."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그 사내는 오징어 다릴 입에 넣고는 모든 걸 털어 놀 준비가 됐다는 듯이 눈을 감고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광수, 니가 대학생이라 뭘 좀 알겠구마. 그렇다면 내가 얘길 해줘도 뭐... 별탈이 없겄제? 대학생때가 그...뭐라카드라. 가장 순수한 이성을 가지고 있을 때라든가? 순수한 판단을 할 수 있고... 적어도 그 땐 돈에 찌들지는 않았으니까네."
"네..."
"난 어렸을 적때부터 신체 장애자 였다. 그래서, 어딜가나 놀림을 받았제. 후훗. 그 땐 왜 그렇게 부모가 원망스러웠는지 모르겠다. 우리집은 강원도 춘천에 있다. 무지하게 부자지. 암...부자중에 부자였지. 부모님은 내가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에 돌아가셨다. 교통사고로.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나. 아니면 행복의 시작이었나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난 부모님을 싫어했다. 부모님과 얼굴 마주하는 것조차 싫었으니깐."
거기까지 말을 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왜요.'라는 말밖엔. 다만,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어했던 사람이라는 느낌이 그 순간에 일었고 또한, 그 느낌은 계속됐다.
"나랑 그 당시에 젤 친했던 놈이 하나 있었다. 근데, 그 놈이 많이 아픈놈이었다. 근데, 집에 돈이 없는기라...어찌하겄나. 어린 마음에 우리집 부모님께 말씀 드렸었다. 내 친구가 다 죽게 생겼다고. 도와 달라고. 돈 100만원. 지금이야 돈 100만원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 당시엔 어마 어마하게 큰 돈이 아닐 수 없었다. 수술비 100만원만 있으면 그나마 어려운 고비는 넘길 수 있었는데... 참... 지금 생각해도 왜...그랬는지. 열 받는구마. 자! 한잔 마시고."
그 뒤에 그 사내가 할 말이 뭔지 광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술이 달았다. 그렇게 마시고 토하기까지 한 광수였지만, 그 새벽의 한기에 마신 술은 달기만 하였다. 갑자기 어린 마음에 '이런게 인생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사내의 거침없는 달변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앤 죽었지...뭐. 돈이 없는데. 어카겠나. 돈이 없는데. 그 애가 내 생애의 유일한 친구였다. 다리저는 나 같은 놈을 누가 아는체나 하겄나. 안그러나."
"..."
"술을 마시면 몸이 데워져서 좋다. 그리고, 세상이 너무 좋게 보여서 좋구. 술을 안먹으면 세상이 너무 더러버 보여서 싫다."
세상이 더럽다. 세상이 더럽다. 가장 더러운 옷을 입은게 무슨 대수냐. 가장 더러운 곳에 머릴 기대어 잔다고 그것이 더럽겠는가. 뭐가 더럽고 뭐가 깨끗한 건가. 그것을...알 수 있었다. 그가 말한 더러움이란 것을 광수는 알 수 있었다.
"그 시절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은 사치였다. 그래도 우리 부모님들은 돈에 미친 듯이 그렇게 자랑하듯이...했다. 그래서 교통사고로 죽었는지도 모르지만 인과응보인기라. 그리고 나서, 외아들이었던 나에게 떨어진 재산들을 난 감당하기 힘들었다. 후훗... 하지만, 어쩌냐. 내가 책임져야 할 돈들이었는데. 그 때 나이가 내가 아마 10살때였나 보다. 맞아 그럴꺼라. 난 학교도 가지 않았다. 그 이후로."
"학교요? 사고가 난 이후로 말인가요?"
"그렇지. 가지 않아도 됐제. 집에 선생들이 왔거든. 그 덕에 난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런 명문 대학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나, 난 그렇게 자라는 동안 친구가 없었다. 몸도 불편하고, 나갈 기회가 거의 없었던 거라. 허지만,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내가 춘천에서 서울로 이사를 하자고 했지만, 그 터를 떠날 수 없다는 친척들의 만류로 나만 서울로 올라오게 됐다. 보호자 역할을 해 주는 아저씨랑. 단 둘이 서울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던 기라."
...4편에 계속
"집? 왜... 궁금하나? 집!... 그래..집."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그 사내는 오징어 다릴 입에 넣고는 모든 걸 털어 놀 준비가 됐다는 듯이 눈을 감고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광수, 니가 대학생이라 뭘 좀 알겠구마. 그렇다면 내가 얘길 해줘도 뭐... 별탈이 없겄제? 대학생때가 그...뭐라카드라. 가장 순수한 이성을 가지고 있을 때라든가? 순수한 판단을 할 수 있고... 적어도 그 땐 돈에 찌들지는 않았으니까네."
"네..."
"난 어렸을 적때부터 신체 장애자 였다. 그래서, 어딜가나 놀림을 받았제. 후훗. 그 땐 왜 그렇게 부모가 원망스러웠는지 모르겠다. 우리집은 강원도 춘천에 있다. 무지하게 부자지. 암...부자중에 부자였지. 부모님은 내가 국민학교 입학하기 전에 돌아가셨다. 교통사고로.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나. 아니면 행복의 시작이었나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난 부모님을 싫어했다. 부모님과 얼굴 마주하는 것조차 싫었으니깐."
거기까지 말을 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왜요.'라는 말밖엔. 다만,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어했던 사람이라는 느낌이 그 순간에 일었고 또한, 그 느낌은 계속됐다.
"나랑 그 당시에 젤 친했던 놈이 하나 있었다. 근데, 그 놈이 많이 아픈놈이었다. 근데, 집에 돈이 없는기라...어찌하겄나. 어린 마음에 우리집 부모님께 말씀 드렸었다. 내 친구가 다 죽게 생겼다고. 도와 달라고. 돈 100만원. 지금이야 돈 100만원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 당시엔 어마 어마하게 큰 돈이 아닐 수 없었다. 수술비 100만원만 있으면 그나마 어려운 고비는 넘길 수 있었는데... 참... 지금 생각해도 왜...그랬는지. 열 받는구마. 자! 한잔 마시고."
그 뒤에 그 사내가 할 말이 뭔지 광수는 짐작할 수 있었다.
술이 달았다. 그렇게 마시고 토하기까지 한 광수였지만, 그 새벽의 한기에 마신 술은 달기만 하였다. 갑자기 어린 마음에 '이런게 인생일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이유는 아마도 그 사내의 거침없는 달변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앤 죽었지...뭐. 돈이 없는데. 어카겠나. 돈이 없는데. 그 애가 내 생애의 유일한 친구였다. 다리저는 나 같은 놈을 누가 아는체나 하겄나. 안그러나."
"..."
"술을 마시면 몸이 데워져서 좋다. 그리고, 세상이 너무 좋게 보여서 좋구. 술을 안먹으면 세상이 너무 더러버 보여서 싫다."
세상이 더럽다. 세상이 더럽다. 가장 더러운 옷을 입은게 무슨 대수냐. 가장 더러운 곳에 머릴 기대어 잔다고 그것이 더럽겠는가. 뭐가 더럽고 뭐가 깨끗한 건가. 그것을...알 수 있었다. 그가 말한 더러움이란 것을 광수는 알 수 있었다.
"그 시절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은 사치였다. 그래도 우리 부모님들은 돈에 미친 듯이 그렇게 자랑하듯이...했다. 그래서 교통사고로 죽었는지도 모르지만 인과응보인기라. 그리고 나서, 외아들이었던 나에게 떨어진 재산들을 난 감당하기 힘들었다. 후훗... 하지만, 어쩌냐. 내가 책임져야 할 돈들이었는데. 그 때 나이가 내가 아마 10살때였나 보다. 맞아 그럴꺼라. 난 학교도 가지 않았다. 그 이후로."
"학교요? 사고가 난 이후로 말인가요?"
"그렇지. 가지 않아도 됐제. 집에 선생들이 왔거든. 그 덕에 난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런 명문 대학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나, 난 그렇게 자라는 동안 친구가 없었다. 몸도 불편하고, 나갈 기회가 거의 없었던 거라. 허지만,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내가 춘천에서 서울로 이사를 하자고 했지만, 그 터를 떠날 수 없다는 친척들의 만류로 나만 서울로 올라오게 됐다. 보호자 역할을 해 주는 아저씨랑. 단 둘이 서울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던 기라."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