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오징어 다릴 집어 들고는 입맛 좋게 씹어대는 그 사내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 본 광수는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술 한잔이 더 들어갔을 땐 내가 왜 여기있지 하는 자조섞인 혼잣말까지 하게 되었다. 그 사내의 차림으로봐선 도저히 진실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광수를 붙잡아 둔 것은 그 사내의 차림이 아니었으리라. 그 사내의 말엔 이상하게도 정겨움이 베어 있었다.
그런 광수의 생각을 뚫어 보기라도 한 듯, 그 사내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내 말이 믿기지 않제? 그럴거라. 누가 믿겠노... 믿지 않을거라. 후훗.. 하지만, 사실이다."
그 때, 광수가 할 수 있는 말이 그 새벽엔 그렇게 많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저 그 사내의 말을 듣는 것이 순리 인 듯 싶었다. 가끔 섞여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와 어리숙한 서울 말씨에서 어딘가 모르게 광수를 더 그의 말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줬는지도 모른다. 어리숙함의 편안함이랄까.
"난 서울생활이 너무 좋았다. 처음엔. 매일 집안에만 틀어 박혀 있던 나로서는 정말 천국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날 돌보는 아저씨뿐이었지만, 그렇게 생기있고, 활기차고, 거리마다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아름다운지는 그 당시에 처음 알았다. 가끔 테레비에서도 봤지만, 사람들이 너무 아름다와 보였다. 영화라는 것도 봤고, 음악도 실컷 들었다. 여자들을 그렇게 가까이서 대하기도 아마 처음일거라. 거의 갇혀 지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그런 고통을 이해하지 모하더라마. 난 국문학을 전공했다. 시가 좋았다. 그냥... 뭐 다른 이유는 없다.군대는 물론 안갔고. 남자들은 군대얘길 많이한다지만, 난 할 얘기가 없다. 근처도 안가봤으니깐. 대신 남들이 군대에 갈 때, 난 부산엘 갔다. 동기중에 부산놈이 하나 있었는데, 나의 이런 모습을 개의치 않고 그 녀석은 날 애정어리게 봐줬다. 그 놈집이 부산이었지. 처음 가봤다. 부산이란데. 아저씨껜 물론 친구집에서 자고 온다고 하고 하루만 봐달라고 말을 해 놨기 때문에 별무리가 없었고, 대가리 굵어지고 그런 외출은 처음이라 너무 흥분두 됐었다. 너무 즐거웠지. 내가 타향살이를 서울 담으로 많이 한데가 아마 부산일 거라. 그 녀석의 집은 정말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그 놈은 약간 좌익사상을 가지고 있던 놈이었는데, 난 그런거 개의치 않았다. 그저 날 그렇게 봐라봐 준 놈은 어린 시절 그 죽은 놈 담으로 두 번째 였으니깐. 다리저는 놈하고 그 부산거릴 같이 거니는데, 그 놈은 한번도 얼굴 붉히는 법이 없었다. 내가 미안할 정도로 말이지. 그 녀석의 그런 고마움에 나도 보답을 하고 싶었지만, 그 녀석은 허락해 주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존심이었을까? 아닐거라. 하여튼간에 그렇게 하루 갔다 오겠다던 나의 계획은 한달이 되고, 두달이 되었다. 그러면서, 좋기만하던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거라. 그 때 부산에서 지낸 시간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내 말투도 그 놈때문인기라. 그 놈이랑 말을 많이 하다보니 이리 됐다."
그 사내는 그렇게 숨차하지 않았다. 막혔다 뚫린 하수도 구멍처럼 술술 물 흐르 듯, 그 사내의 말은 계속됐다.
어깨가 뻐근해옴을 느낀 광수는 허릴 두어번 돌리며 계속 그 사내의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주시했다.
"세상은 참으로 더럽더구마. 돈이면 다 되더라고. 어렸을 적에도 내 소중한 친구를 보낼 때 느꼈던 그 마음이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돈으로 사는 인생군 같더라고. 파랗게 보이던 하늘이 그것들을 느낀 이후엔 더 이상 파란 빛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지. 시험을 해 보고 싶더라고. 세상을 향해 나 혼자 시험을 치르는 거지. 후훗... 아니지, 세상이 나에게 시험을 당했지."
"무슨 시험요? 아저씨가 시험을 했다구요? "
광수는 그 사내에게 그 친구 소식도 같이 물었다. 그 사내와 그 사내의 친구는 서로 연락이 끊긴지 오래됐다. 그 사내가 학교를 휴학하고 다시 부산에 머물면서 그 친구의 덕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 사내도 서울로 돌아온 후에 그 친구의 소식을 누구보다도 많이 궁금해 했었다.
"아마... 잡혀 들어 갔겄제..."
그 사내가 추측한 바로는 그렇다. 잠시 상념에 잠긴 듯한 표정을 한 그 사내는 다시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썩은 나라냐...하믄. 후훗... 이건 정말 내가 20여년간 쌓아온 나만의 비밀인데. 애기해줘두 될란지 모르겠구마. 하긴 알 사람은 다 아니까네."
"해주세요. 궁금해요."
"일단, 내가 여기 앉을 때 뭐라
그런 광수의 생각을 뚫어 보기라도 한 듯, 그 사내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내 말이 믿기지 않제? 그럴거라. 누가 믿겠노... 믿지 않을거라. 후훗.. 하지만, 사실이다."
그 때, 광수가 할 수 있는 말이 그 새벽엔 그렇게 많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저 그 사내의 말을 듣는 것이 순리 인 듯 싶었다. 가끔 섞여 나오는 경상도 사투리와 어리숙한 서울 말씨에서 어딘가 모르게 광수를 더 그의 말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줬는지도 모른다. 어리숙함의 편안함이랄까.
"난 서울생활이 너무 좋았다. 처음엔. 매일 집안에만 틀어 박혀 있던 나로서는 정말 천국이 아닐 수 없었다. 비록, 날 돌보는 아저씨뿐이었지만, 그렇게 생기있고, 활기차고, 거리마다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아름다운지는 그 당시에 처음 알았다. 가끔 테레비에서도 봤지만, 사람들이 너무 아름다와 보였다. 영화라는 것도 봤고, 음악도 실컷 들었다. 여자들을 그렇게 가까이서 대하기도 아마 처음일거라. 거의 갇혀 지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그런 고통을 이해하지 모하더라마. 난 국문학을 전공했다. 시가 좋았다. 그냥... 뭐 다른 이유는 없다.군대는 물론 안갔고. 남자들은 군대얘길 많이한다지만, 난 할 얘기가 없다. 근처도 안가봤으니깐. 대신 남들이 군대에 갈 때, 난 부산엘 갔다. 동기중에 부산놈이 하나 있었는데, 나의 이런 모습을 개의치 않고 그 녀석은 날 애정어리게 봐줬다. 그 놈집이 부산이었지. 처음 가봤다. 부산이란데. 아저씨껜 물론 친구집에서 자고 온다고 하고 하루만 봐달라고 말을 해 놨기 때문에 별무리가 없었고, 대가리 굵어지고 그런 외출은 처음이라 너무 흥분두 됐었다. 너무 즐거웠지. 내가 타향살이를 서울 담으로 많이 한데가 아마 부산일 거라. 그 녀석의 집은 정말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그 놈은 약간 좌익사상을 가지고 있던 놈이었는데, 난 그런거 개의치 않았다. 그저 날 그렇게 봐라봐 준 놈은 어린 시절 그 죽은 놈 담으로 두 번째 였으니깐. 다리저는 놈하고 그 부산거릴 같이 거니는데, 그 놈은 한번도 얼굴 붉히는 법이 없었다. 내가 미안할 정도로 말이지. 그 녀석의 그런 고마움에 나도 보답을 하고 싶었지만, 그 녀석은 허락해 주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존심이었을까? 아닐거라. 하여튼간에 그렇게 하루 갔다 오겠다던 나의 계획은 한달이 되고, 두달이 되었다. 그러면서, 좋기만하던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거라. 그 때 부산에서 지낸 시간들은 후회하지 않는다. 지금 내 말투도 그 놈때문인기라. 그 놈이랑 말을 많이 하다보니 이리 됐다."
그 사내는 그렇게 숨차하지 않았다. 막혔다 뚫린 하수도 구멍처럼 술술 물 흐르 듯, 그 사내의 말은 계속됐다.
어깨가 뻐근해옴을 느낀 광수는 허릴 두어번 돌리며 계속 그 사내의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주시했다.
"세상은 참으로 더럽더구마. 돈이면 다 되더라고. 어렸을 적에도 내 소중한 친구를 보낼 때 느꼈던 그 마음이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돈으로 사는 인생군 같더라고. 파랗게 보이던 하늘이 그것들을 느낀 이후엔 더 이상 파란 빛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지. 시험을 해 보고 싶더라고. 세상을 향해 나 혼자 시험을 치르는 거지. 후훗... 아니지, 세상이 나에게 시험을 당했지."
"무슨 시험요? 아저씨가 시험을 했다구요? "
광수는 그 사내에게 그 친구 소식도 같이 물었다. 그 사내와 그 사내의 친구는 서로 연락이 끊긴지 오래됐다. 그 사내가 학교를 휴학하고 다시 부산에 머물면서 그 친구의 덕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 사내도 서울로 돌아온 후에 그 친구의 소식을 누구보다도 많이 궁금해 했었다.
"아마... 잡혀 들어 갔겄제..."
그 사내가 추측한 바로는 그렇다. 잠시 상념에 잠긴 듯한 표정을 한 그 사내는 다시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썩은 나라냐...하믄. 후훗... 이건 정말 내가 20여년간 쌓아온 나만의 비밀인데. 애기해줘두 될란지 모르겠구마. 하긴 알 사람은 다 아니까네."
"해주세요. 궁금해요."
"일단, 내가 여기 앉을 때 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