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빛을 보여주는 '천사의 몸짓'
- 빛사랑 안과 병원장 이동호 박사
봉사는 어떤 반대급부도 바라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돕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자신에게 여유가 있을 때 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그런 의미에서 국내 레이져 시술의 최고 권위자라 할 만한 이동호 박사의 '봉사'는 남다른데가 있다.
☞ 국내 레이져 시술 최고 권위자
매주 목요일 4시만 되면 이동호 박사(36)는 가는 곳이 있다. 최근 구입한 세극등 현미경을 들고 북부사회복지관으로 발걸음을 옮긴 지 벌써 1년 6개월.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빛사랑 안과 병원'의 개업과 동시에 벌이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이 바로 '무의탁 노인 무료 진료'다.
이박사는 중고교 시절부터 폐질환을 앓아 폐 양쪽으로 1/3씩 떼어내어 휴학을 밥먹듯이 했던 어린 시절부터 병원이란 곳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중학교때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어요. 6명쯤 환자를 수용하는 병동이었는데, 노인분들이 무척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거의가 불우한 환경으로 중병을 앓고 계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기억이 지금의 봉사로 이어지고 있지 않나 싶어요."
군대 면제로 남보다 빠르게 사회에 나왔지만 몸이 약한 관계로 평소 희망하던 '정형외과'를 선택하지 못하고 '안과'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 덕에 현재 노인분들에게 빛을 보여주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레이져 시술의 발달로 그가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게 된 것은 오래 전부터 레이져 시술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 왔던 터라, 전문의 3명·간호사 9명을 둔 병원 내부에는 항상 환자로 가득 차 있다.
레이져 시술을 해 오면서도 자신이 앓았던 질병에 대해 주위에 그리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 몸에 살이 없어 폐를 잘라낼 때 가슴 근육을 옆으로 당겨 봉합해 가슴 근육이 현재 거의 없으며 어깨도 한쪽으로 기운 상태인데도 "의사가 안되었다면 병원신세를 많이 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밝았다.
☞ 노원구 터전 마련... 현재 45명 눈 떠
그러나 한림대 의대를 졸업하고 98년 3월 전문의를 취득하기 전까지 많은 시련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남들보다 허약한 몸상태라 '군대'보다 더 힘들다는 레지던트 생활을 하기 전인 인턴을 거치며 그는 또 한차례 병원 신세를 졌다. 폐질환이 악화된 것. 그러나 그는 의사의 꿈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인내하며 병마와 싸웠다. 그런 결과로 지금은 거의 완쾌 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그런 시련을 겪고 전문의를 취득하고 난 후, 병원 개업 장소를 노원구로 정한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제 나름대로는 노원구가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건소에 가서 신고할 때 예전부터 '봉사'를 결심한 터라 이 근방에서 '봉사'할 만한 곳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지요."
보건소에서 마련해준 곳은 다름 아닌 '북부사회복지관'. 주변에 무의탁 노인들이 많다는 관계자의 설명대로 첫 진료때 부터 무척 많은 노인들이 그를 찾았다. 그러나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주 목요일 약 1∼2시간 무료 진료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저 '일상 생활'처럼 생각했다. 벌써 45명이나 되는 노인분들에게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해드렸다는 것에 대해 너무나 큰 보람을 느낀 터라 오히려 목요일이 기다려진다고.
"첫 진료때는 거의 50명에 달하는 많은 노인분들이 찾아오셨어요. 지금은 20여명 안팎으로 진료해 드리지만, 버려진 노인분들이 그렇게 많은 줄은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무의탁 노인. 의지할 곳이 없다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그들이 전혀 의지 할 곳이 없는 것이 아니다. 무의탁 노인들 중 약 30%정도는 자녀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들을 '무의탁 노인'이라 부르기에 충분할 만큼 외롭고 소외된 계층임에 틀림없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은 아직도 6·25사변이후로 한강을 보지 못했다는 노인이 있으며 백내장으로 인해 앞을 못봐 곰팡이 난 음식을 찬장에서 꺼내 그대로 매일 드신다는 게 가장 가슴 아프다"는 이박사가 그들에겐 '천사'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현재 무의탁 노인들이나 자녀가 있는 노인들도 자식들이 의료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그들을 대상에서 제외시켜 어떠한 의료보험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들은 거동을 거의 하지 못한다. 일반인의 백내장 시술료가 한쪽 눈에 100만원을 호가해도 노인들이 진료비로 가져오는 '박카스'나 '담배'가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이유도 다 여기에 있다. 그것은 작은 정성으로 그 고마움을 표하려는 노인들의 마음이 그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 "봉사가 아니라 그저 일상 생활입니다"
그러나 봉사란 것이 원래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는 법. 요즘 그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밀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시간나지 않을 때가 많아 고민이다.
"봉사란 것은 자신과의 싸움 같아요. 어떤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야 된다는 거죠. 그렇지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해서 기쁘고 하다보니 계속하게 돼 이젠 멈추기가 힘들 것 같네요."
91년 결혼해 현재 1남 1녀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한 그는 자녀들에게도 '봉사'의 의미를 종종 교육시키는데, "언제나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으로 살아가라"고 주문한다.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어찌 쉬울까마는 이처럼 남을 돕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하나의 일상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기에 아직 세상은 밝다고 하겠다. 보여주기 위한 봉사라면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자원봉사는 앞을 못보는 이들에게 세상의 빛을 보여주는 '천사의 몸짓'이라 말해도 넘치지 않아 보인다.
담배인삼공사 게재(2000년 5월)
[아름다운세상] - 빛사랑 안과 병원장 이동호 박사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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