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적성 개발과 관심이 제일 중요합니다."
-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모임
과연 좋은 아버지란 뭘까? 어쩌면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모임'이란 단체가 생긴 것부터가 이 시대가 낳은 해프닝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각박한 세상이 된 요즘, 좋은 아버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 '좋은 아버지상' 수상자 신호승씨
충남 부여에서 비뇨기과 전문의로 활동중인 신호승(40)씨. 그는 지난 1일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올해의 '좋은 아버지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부인과 세 딸의 행복을 위해 그가 내렸던 처방(?)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별로 한 게 없어요. 내세울 만한 것도 없구요. 그저 남들과 같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 상을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좋은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대체로 '별로 한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은 평범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평범'을 내세우는 진정한 좋은 아버지들이다. 신호승씨는 지난 86년 의대를 졸업하고 그 이듬해에 결혼했다. 88년에 첫 딸을 낳고 딸 둘을 더 낳아 지금은 딸부잣집 아버지로 통하기도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들의 아양에 매일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자신'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아버지께 뭔가 해드리고 싶었는지 지난 4월말 첫 딸이 '좋은 아버지...모임'에 긴 편지를 보내 왔다. 올해 '좋은 아버지 수상자' 명단에 기어이 아버지의 이름을 오르게 한 것이다.
세라(13), 수아(12), 수정(8)이가 써내려간 편지에 "우리들을 항상 힘차게 응원해 주시는 아빠가 나는 참 좋아요. 오빠나 남동생이 없는 우리들에게 아빠는 오빠, 남자친구, 때로는 선생님의 역할을 다 감당해 주시거든요."라고 쓰여있는 문구가 심사위원들의 눈에 띄였던 것.
☞ 주 1회 집안일 돕는 일일 가정교사
넉넉한 인심과 푸근한 인상이 좋아보이는 신씨는 부인과 딸들을 위해 내리는 처방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는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아내를 대신해 음식 장만에서부터 설거지, 청소 등 집안 일을 딸과 나눠서 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을 더욱 증진시킬 수 있을 뿐더러, 이 시간은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고민거리를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신씨는 주 1회 아이들에게 직접 수학을 가르친다. 예전부터 자신있어 하던 과목이고 다른 학생들처럼 어린 아이들이 학원에서 진을 빼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것. 그래서인지 신씨의 세 딸은 아직 학원 근처에 가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신씨는 수학을 가르치는 것도 큰 보람이지만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등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이 시간들이 더 큰 보람으로 느껴진다.
"공부말고도 운동을 자주 해요. 매일 저녁을 먹은 후 동네 공원에 나가 배드민턴을 치죠.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그 시간이 그렇게 짧은 수가 없답니다.(웃음)"
그러나 심신을 두루 건전하게 성장시키려는 그의 마음이 아이들에게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2년 정도의 시간으로 부모님의 은혜를 깨우친다는 게 그리 쉽진 않다. 특히 요즘처럼 어린 아이들을 유혹할 수 있는 매개체들이 많은 시점에선 더욱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내놓는 현재의 교육 상황에 대한 소견은 남달라 보인다.
"어린 아이들은 그저 놀이터에서 뛰어놀며 자라나야 합니다. 무작정 '논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적성 개발과 관심 분야에 대한 조언을 곁들여야 한다는 거죠. 그럼 걱정없지요.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아요. 주입식 교육에 물들은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입니다."
이런 이유로 세 딸을 여건만 되면 해외에 유학 보내고 싶다고 한다. 유학이란 것이 도피성 유학이 될 소지도 역력해 보이지만 한국의 교육 문화에 대한 지적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 멀게만 보이는 '좋은 아버지象'
좋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술로 인해 밤늦게 들어오거나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한다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국 40대 남성 사망률이 세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만 보아도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주 50시간이 넘는 근무로 인해 가정 일을 돌볼 수 없음은 물론이고, '새벽별 보기 운동' 마냥 별보고 출근해 별보며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인 이 시대 아버지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렇듯 누구나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하지만 현실은 너무 멀어만 보인다. 그러나 누구나 사소한 차이에 행복의 여부가 달려있듯이 작은 관심과 배려가 가정에서 '좋은 아버지'로 거듭나게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신씨도 실제 술을 먹고 집에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때마다 아이들에게 미안한 감정으로 아침을 맞이하면 어김없이 막내가 구두를 닦아 놓는다고 한다. 용돈 300원에 미안함을 달래지만 그 때마다 더 큰 행복을 위해 다짐을 하게 된다는 것.
91년에 설립된 '좋은 아버지...모임'은 현재 회원수만도 수백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이 됐다. 그만큼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의식 변화가 오고 있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 진정 아이들에게 있어 좋은 아버지는 '큰 선물'로 지켜가는 행복보다는 '작은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관심이 아닐까 한다.
현대미포조선 게재(2000년 4월)
[밝은햇살 밝은가정] -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모임 신호승씨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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