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V인가, 세단인가” ... 달리는 스위트룸의 매력 속으로
사무라이의 매서운 눈빛을 닮았다. 치고 빠지는 민첩함은 검도의 달인을 연상케 한다. 그러면서도 매우 조용하다. 시끄럽게 말만 많은 다른 달인과 달리 거의 ‘소음’이 없다. 속마음은 대단히 넓고 듬직해 모든 아픔을 감싸안아줄 것만 같다. 고개만 들면 햇살을 그대로 받아 우울한 날 그만일 듯 한 자동차. 오늘 바로 그 차를 만나 본다.
14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 VQ 장착
닛산 무라노. 이름에서부터 일본 차량임을 느끼게 하지만 무라노는 유리공예 특산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무라노(Murano)섬에서 따왔다.
무라노의 첫 느낌은 강렬하다. 외형 중 특히 앞부분 T자형 그릴을 보면 현재 출시되고 있는 그 어떤 차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강한 포스가 느껴진다. SF 영화에서 봤던 미래형 자동차의 현재형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일까. 닛산 무라노는 국내 출시 5개월 만에 수입 RV시장에서 판매 1위에 등극했다. 지난 3월 102대를 판매하면서 월 판매 100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경제 불황과 엔화 강세를 감안할 때 대단히 고무적인 수치다.
왜 이토록 무라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걸까. 천천히 다가가 함께 호흡하면 그 해답이 있다. 우선 강한 남성성이 느껴지는 외형과 달리 실내는 매우 부드럽다. 닛산의 자랑이자 세계 유래 없는 14년 연속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된 VQ 3.5ℓ엔진은 도저히 RV라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무소음’을 강하게 어필한다. 지상고가 높아 그저 이 자동차가 RV라고 생각들뿐이다. 거의 세단에 가까운 느낌이다. 검지로 간단히 엔진에 입김을 불어넣으니 계기판 바늘이 끝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죽었던 사람을 깨우는 전기충격기 바늘 같다. 자리에 앉으니 운전자를 애인 다루듯 시트와 운전대를 자동으로 움직여준다. 계기판은 슈퍼비전클러스터를 채용해 한낮에도 흰색 빛을 내고 오렌지 톤을 가장자리에 띠로 둘러 이채롭다.
스티어링휠 조작은 비교적 무겁지 않아 여성 운전자들도 흡족할 듯하다. 풀 옵션으로 수입돼 웬만한 편의장치는 모조리 갖췄다. 다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없어 서운할 만하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만 하다.
럭셔리는 실내 인테리어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가격은 5040만 원으로 인피니티 FX 최고급 모델보다 약 3500만원 저렴하면서도 인테리어는 인피니티와 거의 흡사할 정도로 고급스럽다. 진회색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패널을 섞어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낸다.
이제는 RV에 기본으로 장착되는 듯한 선루프도 뒷좌석을 고려해 2개로 배치했다. 앞좌석에만 틸트기능이 있지만 그래도 밤하늘의 별빛 감상은 뒷좌석에서도 가능해졌다. 잠시 한적한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11개 스피커로 이뤄진 보스사운드시스템으로 멋진 클래식 음악을 켜면 멋진 데이트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국산 최고급 RV와 가격대 비슷
이쯤 되면 무라노의 경쟁차와 단순비교라도 해봐야 할 듯하다. 무라노는 차체크기만 놓고 보면 차길이(전장 4805mm)는 현대자동차 베라크루즈(4840mm)에 가깝고 차폭(전폭 1885mm)은 산타페(1890mm)나 쏘렌토R(1885mm)과 비슷하며 차높이(전고 1730mm)는 산타페(1725mm)와 흡사하다. 그러나 실제 느낌은 산타페보다 실내가 넓으며 외형도 베라크루즈에 가깝게 느껴진다. 무라노는 뒷좌석에 신장 180cm 이상 어른 3명이 앉고도 남을 만큼 넉넉하다.
무라노의 트렁크 용량은 895ℓ로 베라크루즈(1133ℓ)보다 작지만 렉서스 RX350(900ℓ)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2열을 폴딩하면 약 1813ℓ(미국 닛산 홈페이지에 64세제곱피트로 나옴)로 더 커진다.(*참고:RV 트렁크 용량 기준은 바닥부터 2열시트 머리 받침대 아래까지다) 하지만 폴딩하지 않더라도 텐트 및 타프, 침낭, 테이블, 의자는 수납하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하다. 특히 카고 오거나이저가 바닥에 설치돼 있어 작은 물건들을 수납하기에 좋다. 다만, 트렁크 바닥이 다른 RV에 비해 비교적 높은 것이 흠이라면 흠.
가격만 따지고 보면 베라크루즈 4륜구동 휘발유 3.8ℓVXL 프리미엄형(기본옵션)이 4122만 원 정도로 무라노와 대적할 만하다. 즉 국산 최고급 RV와 몇 백만 원 차이 밖에 나지 않아 결국 이만한 가격대에 수입RV를 만날 수 있다는 데 큰 매력이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일본의 RV들이 그렇듯 디젤엔진 기술이 미흡해 휘발유 엔진의 연비 걱정이 앞선다. 실제 연비도 7~8km에 불과하다.
무라노는 견고한 중형세단 알티마와 같은 D플랫폼을 공유하면서 인슐레이터(Insulator)를 보강했고 바디홀도 40%이상 감소시켜 더욱 정숙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케 했다. 특히 VDC(차체 자세 제어 장치)와 연동된 닛산의 최신 사륜구동 시스템(All Mode 4×4-i)을 적용해 어떠한 도로상황에서도 정확한 핸들링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주행 상황에 따라 앞뒤 바퀴에 토크를 50:50에서부터 100%까지 자유자재로 전달해 최적의 주행 컨디션을 나타낸다.
닛산 무라노의 세부적인 특장점을 간략하게나마 더 언급하면 ▲대시보드가 넓어 운전자 시야가 매우 넓고 ▲후방주차콘트롤시스템은 움직이는 각도까지 표현하며 ▲트렁크 자동개폐시스템으로 여성들도 손쉽게 여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닛산 무라노의 콘셉트는 ‘움직이는 스위트룸’이다. 호텔에 와 있는 듯한 편안함, 실제로도 그 느낌이 가장 많이 지배했다. 로그와 함께 국내 RV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닛산 무라노. 시승을 마치면서 빠른 시일 내에 무라노의 동생격인 로그를 체험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주요제원 닛산 무라노
길이×너비×높이 4805×1885×1730
엔진형식 DOHC 24밸브 V6
최고출력 260ps/6000rpm
최고토크 34kg.m/4400rpm
변속기 Xtronic CVT 6단
타이어 235/65R18
연료탱크 82ℓ
공차중량 1895kg
이산화탄소배출량 253g/km
사용연료 휘발유
연비 9.3km/ℓ
가격 5040만원(부가세 포함)
# 본 기사는 매거진 <오토캠핑> 5+6월호에 게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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