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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SK] 야구 - “열정만큼은 프로야구 선수 못지않을 걸요?”

진정한 야구인으로 거듭나려는 SK 야구동호회 8인
“열정만큼은 프로야구 선수 못지않을 걸요?”


지난 80년대 초 국내에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전 국민의 스포츠로 자리 잡은 야구. 이제는 보는 야구에서 직접 즐기는 야구로 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리틀 야구에서부터 사회인 야구까지 수많은 동호인들이 매 주말 운동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자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다. 와이번스를 창단한 SK에도 적지 않은 야구 동호인들이 숨쉬고 있으니, 그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참석자>
SKC 김용섭(51) 사원. 現 감독.
SKC 허대욱(34) 사원. 現 감독. 선수 출신.
SKC 이진수(30) 사원. 선수 출신.
SK텔레콤 권철근(36) 과장. 現 감독.
SK(주) 박재영(32) 대리. 現 총무.
워커힐 김상훈 사원. 現 총무.
SK 네트웍스 강명수(29) 사원. 現 총무.
SK 와이번스 윤세환(41) 과장.

# 자기소개로 이야기를 풀어갈까요?

매번 4명 안팎의 인원으로 이슈토크를 진행하다 이번에는 8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참가해 신기록(?)을 세웠다. 많은 인원이 참가한 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박재영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해부터 회사 야구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경력을 모두 합하면 12년 정도 되네요. 대학 동호회 때 한강 리그에서 활동했고요. 현재 근무처가 대전인데요, 본사에 아는 분이 없어 사람들을 만날 겸 운동도 할 겸해서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죠.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김상훈 저는 순수하게 아마로 시작했고요. 워커힐 호텔 야구 동호회의 역사는 약 10년 정도 되네요. 올해 성적이 좋았는데, 결승은 가지 못했어요. 아쉽죠. 포지션은 포수고요. 경력은 약 5년 정도 됩니다.
윤세환 저도 사회인 야구인 출신입니다. 아마도 20년은 훌쩍 넘은 것 같네요. 저희 와이번스 내에는 야구 동호회가 있진 않고요. SK텔레콤 야구동호회 ‘화이어뱃’에서 함께 활동 하고 있죠.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시고요. 그룹사 야구 대회의 규모를 내년에는 좀 더 키우고 싶은 바람이 있네요. SK그룹 대표하는 체육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용섭 저는 81년에 입사해서 82년부터 야구단 총무를 맡고 있어요. 지금까지 약 10년간 감독 생활을 하고 있네요. 지역 연고인 수원 사회인 야구리그에는 많이 참석했었는데, 지금은 참석하지 못하고 있죠. 1회 대회 때는 우승도 했었는데……. 오늘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 2명과 함께 왔어요. 반갑습니다.
허대욱 안녕하세요? 현재 저희 팀은 창단한 지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보람도 함께 느끼고 있어요. 올해 대회 참가를 처음 했는데,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대회가 끝난 다음 보니 순위에 들지 못한 팀들은 다소 소외되는 경향이 있어 보였는데요. 조금 아쉽더군요.
강명수 안녕하세요? 저는 야구를 시작한 지는 이제 3년차 됐어요. 경력 사원으로 입사한 지 이제 9개월째라 SK에서의 야구 경력은 그 정도라 할 수 있겠네요. 현재 네트웍스 야구단 ‘SK 네이번즈’에서 열심히 활동 중입니다. 야구를 하니 참 좋은 점이 퇴사자와도 함께 지속적으로 호흡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역사가 깊고 잘하는 팀은 아니지만, 다음 대회에서는 꼭 우승하고 싶어요.
권철근 사실 저희 팀은 지난 2003년 창단했고요. 첫해에는 리그에 뛰지 않고 연습만 했어요. 1회전 탈락이라는 쓴 맛도 봤고요. 지난해부터 루키리그에 참가했는데, 올해에 우승까지 하게 됐네요. 선수 출신이 전혀 없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둬 매우 좋습니다. 윤과장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운도 많이 따랐어요. 그래서인지, 내부적으로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기도 하네요. 하하. 앞으로 열심히 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회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올려보고 싶어요.

# 야구를 해보니까, 이런 점이 좋다?

강명수 저는 전 직장에서 2년간 야구 활동을 했어요. 처음에는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죠. 축구를 하자고 했는데, 야구를 해 보니 축구보다 더 많은 생각을 갖고 해야 하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나이를 먹다 보니 머리로 하는 운동이 좋더라고요. 축구에 비해 장비 구입이 많은 야구가 마약처럼 느껴지지만요. 하하.
김상훈 저도 마찬가지예요. 야구를 정말 좋아하죠. 원년부터 OB팬인데요. 지금도 두산이 못하는 날에는 스트레스가 심하죠. 그래도 직접 야구를 해보면 다릅니다. 경기를 치르다 보면 실수도 하고 그러는데, 생각을 안 하면 야구가 되질 않아요. 큰 매력이죠. 옆에서 지적도 해주고 고치는 과정에서 팀워크가 싹트죠.
박재영 고등학교 때 공부만 해서 그런지 대학 입학 후 어떤 운동 하나를 하자고 다짐했어요. 처음에는 역도부를 들었는데, 결국 야구부까지 가게 됐죠. 대학 3년 때 어깨를 다쳤는데, 결국 수술 후 완치 되서 지금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야구에 미친 것 같아요. 회사에 들어와서 대전에 있으니 연구원 근무 특성상 사람 만날 일도 없는데, 야구를 하니 사람들도 보고 너무 좋더라고요. 야구의 진정한 매력은 개인 성적표가 뒤따른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1년 타율 성적 등 내가 열심히 하면 성적표가 좋아진다고나 할까요. 뭐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또 팀 스포츠라는 게 매력이죠.
권철근 저는 사실 운동을 잘 못했어요. 지금도 감독이 아니면 뭘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죠. 그런데 야구는 무척 좋아했어요.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했었는데, 프런트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할 정도였죠. 지금은 SK 와이번스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롯데에서 많은 선수들이 왔어요. 야구의 큰 매력은 내 차례가 있다는 것 같아요. 다른 운동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특히 구기운동은요. 머리를 쓴다는 것도 그렇고요. 다른 팀을 조금만 분석해 작전에 반영해보면 정말로 승패에 직결될 수 있거든요. 플레이를 하면서 느끼는 희열이죠.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야구는 정말 나이 들어서도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강명수 야구는 마약 같아요.
모두 맞아요. 하하.

# 야구... 야구...!! 야구...??

윤세환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매우 확연해 보여요. 그런데 야구는 하나의 문화 차원에서 보면 ‘따로 또 같이’라는 그룹 이념과 매치될 수 있는 부분이 많거든요. 혼자 독자적으로 잘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닌 거죠. 보이지 않는 역학 관계에 있어요. 모든 것들이. 동호회를 통해 SK를 바라보면, 동적인 부분이 다소 떨어지는데, 그 점이 좀 아쉽죠. 예컨대, 신입으로 들어오는 젊은 사원들을 보면 정말 기초체력이 너무 떨어져요. 저보다도 훨씬요. 지식은 과거 사원들보다 더 뛰어날 순 있지만, 체력이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김용섭 처음 그룹사 야구대회가 어떻게 출범했는가에 대한 일화가 있어요. 제가 겁도 없이 손길승 당시 홍보실장님께 찾아갔었죠. 그룹사 야구대회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그래서 탄생 한 것이 회장기 쟁탈배 대회였어요. 3회까지 하고 중단됐지만, 너무 좋았죠. 그 후에 와이번스가 창단하면서 다시 시작된 거죠. 야구는 그래요. 장비, 장소, 사람……. 이 삼박자가 갖춰져야 해요. 축구는 공 하나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야구는 비교적 그렇지 못해요.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분기별로라도 연 3회 정도 대회를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인천 문학구장에서 선수들이 유니폼 입고 한번 뛰어보는 것도 희망이고요.
윤세환 저도 야구에 대해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야구를 하게 되면 신체가 매우 균형적으로 발달하게 되요. 어느 특정 부위만 사용하는 게 아니거든요. 기초 체력을 쌓은 뒤, 트레이닝을 하게 되면 전신을 사용하게 돼 결국 몸매가 균형적으로 잡히죠. 신체 밸런스를 가장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는 운동이라 할 수 있어요. 또한, 복부지방이 많은 분들은 필히 야구에 관심을 둬야 해요. 투수가 공 150개를 던지면 3~4kg이 금세 빠지거든요.

#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서 사회인 야구를 보니 어떤지?

허대욱 팀 창단 한 지 이제 3개월 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선수들이 부상당하지 않게끔 매우 조심하고 있죠. 그런데 잘하는 팀과 하면 부상 선수가 나오기 마련인데, 선수들이 쳐내는 타구와 아마추어가 쳐내는 타구 방향이 달라요. 그래서 그런 것 같아요. 부상을 안 당하려면 트레이닝을 더 많이 해야 해요. 그러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이진수 저는 사회인 야구를 3개 팀까지 뛰어 봤는데, 열정은 정말 모두들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런데 차이는 경기 참여 여부에 있는 것 같아요. 경기를 못나가게 되면 활동을 뜸하게 하고 경기를 많이 나가면 열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한다는 거죠. 그런데요. 자신이 진정 야구를 좋아해서 한다면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 해요. 단순히 즐기는 것도 좋지만, 자신만의 목표를 갖고 뛰는 거죠. 어떤 한계가 오면 스스로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아쉽죠. 직접 경기에 참가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 스스로 실력을 키우며 그 과정 속에서 보람을 찾아야 해요. 나이 들어서도 함께 어울리며 할 수 있는 거니까요.
허대욱 네. 그래요. 경기에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닌 거죠. 경기 참여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야구에 참가한다는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개인 훈련으로 어느 정도 실력이 됐을 때, 게임에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거죠. 야구는 단체 운동이라 그래요. 함께 참여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핵심이죠. 후보만 시킨다고 불만을 가지면 팀 승패에 직결되잖아요.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에 참가한다는 의지로 동참해야 합니다.
윤세환 네. 맞아요. 야구는 기능적인 운동이에요. 많이 던져보고 느껴봐야 해요. 몸에 체득해야 하는 거죠. 많이 해봐야 몸이 비로소 깨닫게 되죠. 스윙이나 투구도 많이 던져보고 휘둘러봐야 해요. 한계를 느끼는 사람은 잘 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얻어야 하고요. 이러한 모든 것들이 운동장에서 이뤄진다는 거죠. 현장에 없으면 절대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에요.

# 내년 시즌을 대비해 목표가 있다면?

김상훈 우리 팀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죠. 현재 루키와 싱글 리그 2개를 뛰고 있는데요. 싱글 리그에서 우승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올해 우승팀인 SK텔레콤을 이겨보고 싶어요. 하하. 또 하나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포수를 지망하는 후배를 키워보고 싶어요. 이제 슬슬 은퇴 준비를 하는 거죠.
강명수 거의 모든 팀들의 목표가 비슷할 거 같아요. 우승 요. 지난해는 우리가 우승했는데, 올해는 그렇지 못했네요. 정비를 다시 해 실력을 키우겠습니다. 개인적 목표라면 야구를 즐기는 입장에서 몸이 허락하는 한 야구를 하고 싶다는 소박한 포부가 있어요.
권철근 창단한 지 이제 2년 밖에 안 돼서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내년에는 좀 더 동호회가 자리를 잡길 바라고요. 회사 내에서도 위상 있는 그런 모임으로 만들고 싶어요. 가족들과 함께 하는 그런 동호회요. 저희는 가족들이 오시면 항상 그냥 보내지 않아요. 식사를 함께 하거나 선물 같은 것을 꼭 안겨드리죠. 개인적 목표라면, 10년, 20년 후에도 이 동호회에 제 이름 석자를 남길 수 있길 바란다는 거죠. 또한 야구 외에 다른 자리도 많이 만들어 단순히 운동만 하는 게 아닌 친목 도모도 병행할 수 있게 하고 싶네요.
박재영 저희 팀의 내년 목표는 2개 리그에 나갈 만큼의 체력을 키우자는 거예요. 완주할 체력요. 그리고 올해 제가 총무를 맡았는데, 대전에 근무하다보니 팀에 도움이 많이 되지 못해 죄송스럽거든요. 저희 팀이 한강 리그에 나갔는데, 올해 승률이 5할에 못 미쳤어요. 내년에는 필히 5할 승률을 이루고 싶고요. 그룹사 대회에 나가서도 결승까지 가보고 싶어요. 부상도 없었으면 하고요.

# 팀 자랑 해주세요~

김상훈 우리 팀은 총 40명 되는데요. 보통 훈련에 참여하시는 분은 15~16명 정도 되네요. 우리 팀 최대 자랑은 여자 선수가 많다는 거예요. 8명 정도 되는데요. 일단 시합에 나가면 응원으로 상대팀의 기를 죽이죠. 목소리로 죽여주는 거죠. 다른 팀엔 아마 없을 걸요? 하하.
강명수 강력한 팀자랑이시네요. 저희는 실력은 되진 않지만 매우 열정이 있다는 걸 들고 싶어요. 총 16명 정도 되는데, 올해 투수 보강이 시급해요.
권철근 저희는 선수 출신이 한 명도 없어요. 올해부터 자리를 잡아서인지, 가족들 참여가 매우 높다는 게 자랑이네요. 아빠들 응원을 많이 하거든요. 미혼자들은 애인이 함께 오고요. 역사에 비해 가족 호응도는 매우 높은 것 같아요. 또 여자 선수가 2명 있는데, 그 분들이 도움이 매우 커요. 특히 여성 트레이너 전문적 지도가 경기 참여율과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현재 36명이 등록돼 있는데, 경기에는 15명 내외로 참석하시는 것 같습니다.
박재영 저희도 열정은 대단해요. 다른 팀들은 여자들이 많은 것 같은데, 저희는 거의 없는 형편이죠. 사실 1명이 있긴 한데, 참석이 저조하세요. 여성 여러분! 많이 참여해 주세요!! ^^ 총인원은 약 20명 정도 됩니다.
허대욱 저희 팀은 신선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하하. 현재 남자 선수는 29명, 여자 선수는 7명입니다. 매주 훈련을 하진 않고 격주로 하고요. 함께 근무하고 있으니 운동장 말고도 자주 보죠. 친분관계가 매우 돈독해요.

# 에필로그
8명 참석은 처음이다. 항상 4명 안팎이었기에, 이번에 투입된 물량(?)과 쏟아진 이야기는 각각 2배로 늘었다. 주워 담을 이야기도 많았거니와, 미처 듣지 못한 이야기도 많았으리라.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장장 2시간 여 동안 ‘야구’란 주제 하나로 필자에게 소스를 제공하며 입담을 펼친 참석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보낸다.
야구, 축구, 농구 등 대표적 구기 운동들의 마니아들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주말 인근 공원에 눈을 돌리면 땀 흘리는 그들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가 시켜서 하지 않는다. 늦잠 잘 유일한 기회인 일요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 운동장에 나간다. 수 십 만원을 호가하는 장비도 턱턱 잘 산다. 그들에게 존재하는 건 오로지 ‘열정’이다. 그러한 생생한 열정이 회사 업무에도 이어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