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가을날의 ‘축제’
美 칠면조 ․ 中 월병 등 민속 고유 음식 ‘풍성’
한국의 추석만큼이나 1년 간 노력의 결실을 감사하며 풍요로움을 즐기는 민족은 세계적으로 많은 듯 하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그러하고, 중국의 중추절, 일본의 오봉, 그리고 유래는 다르지만 유태인들의 초막절 등도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1년 간 하늘의 은혜로 땅 위의 곡물을 살려 ‘일용할 양식’을 얻게 된 과거 사람들은 그 보답으로 하늘에 제(祭)를 지냈다. 현재 그 의미가 다소 변모하긴 했지만, 넉넉한 농자의 웃음만큼이나 여유로운 가을녁의 행사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 미국의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에서 엿볼 수 있듯이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신(하느님)께 감사드리는 일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버금가는 축제로 여겨 매년 11월 넷째 목요일에 행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의 유래에 대해 잠시 살펴보면, 1620년 종교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에 도착한 필그림 청교도들이 그 기원이다. 그들은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정착생활에 따른 제반 준비가 잘 안돼 있어 첫 해 추위와 질병 기아로 인해 102명 중 47명이 사망하는 등 큰 재난을 겪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낸 다음해 봄, 그들은 인디언의 도움을 받아 옥수수, 콩, 보리 등을 재배해 큰 수확을 하게 됐고 윌리엄 브래드포드 식민지 지사는 감사의 날을 정해 3일간 축제를 벌였다. 이 때 인디언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추장을 포함한 91명의 원주민을 초대해 같이 식사하고 축제를 즐겼다.
추수감사절에는 잔치 음식으로 칠면조 요리를 중심으로 크랜베리소스와 호박파이, 옥수수 등을 먹는데, 이는 인디언들이 옥수수를 추수와 가을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것은 필그림이 옥수수 덕분에 신대륙에서 생존했다는 것을 의미해 식탁이나 문 앞에 장식으로 쓰기도 한다.
칠면조는 미국 대륙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새로서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때 큰 거위를 구워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신대륙에서는 거위 대신 칠면조를 쓰게 됐던 것이다.
추수감사절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기도 하다. 추수감사절 축제가 끝나면 전국적으로 공식적인 크리스마스트리에 전구가 켜지고 캐럴이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매년 추수감사절에 뉴욕 시에서는 메이시 백화점 퍼레이드가 열리곤 하는데, 이는 유럽적 전통에서 나온 것으로 1920년 많은 메이시 백화점 점원들이 이민 1세로써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자축하고 추수감사절이라는 미국 특유의 명절을 자랑스럽게 여기고자 유럽의 축제 퍼레이드처럼 열게 된 것이다.
미국 뉴욕 145번가에서부터 34번가까지 카우보이, 기사, 피에로 등으로 분장하고 거리를 행진하는데, 보통 이 날 거리에는 3만여 명의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이러한 메이시 퍼레이드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 중국의 중추절
중국의 음력 8월 15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추절’이라 하여 ‘춘절(구정)’ 다음으로 큰 명절로 꼽고 있다. 8월 15일이 가을의 중간에 있다하여 중추절이라 불려지고 있으며 고대 달력에는 8월을 ‘중추’ 즉, ‘중치우지에’라고 부른다.
중추절은 오래된 명절로 달에 제사를 지내는 것과 달구경을 하는 것으로 그 행사를 시작한다. 이것은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옛 제왕들은 봄에는 해, 가을에는 달에 제사를 지내는 제도가 있었고, 민가에서도 중추절에 달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는데 후에 달구경이 제사보다 중시되면서 엄숙한 제사는 가벼운 오락으로 변모했다.
중추절 달구경하는 풍속이 당나라 때 특히 번성했으며, 많은 시인들은 시에서 달을 읊는 경우가 많았다. 송, 명, 청나라 때 궁전과 민간 사회에서 달에 제사하고 달을 구경하는 행동이 나라 전체의 큰 규모 행사가 됐다고 전해진다.
중국은 지금도 여러 지방에서 ‘배월단’ ‘배월정’ ‘망월루’의 유적이 있는데, 이는 북경의 ‘월단’이 명나라 때 황실에서 달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추절 달이 떠오를 때 밖에 상을 갖춰놓고 월병, 석류, 대추 등 제사상을 차려놓고 달에 제사를 지낸 후 집안 식구가 상에 둘러앉아 갖가지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달구경도 했다.
지금은 달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 상징적으로 변했지만, 중국인 마음속에는 달의 의미가 그대로 살아있다. 중추절의 기원에 대해 민간에서는 여러 가지 전설과 신화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상아가 달로 올라간 것’과 ‘주원장의 월병봉기’다.
중추절의 전통음식인 월병은 원형 모양으로 ‘모임’을 상징하며 집안 식구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으면 하는 염원에서 비롯됐다. 중추절에 월병을 먹는 전통은 원나라 때부터 시작됐는데, 당시 주원장은 한족을 거느리고 원나라 폭정을 반대하는 봉기를 일으켰는데, 8월 15일 일제히 거사하기로 약속하고 월병 속에 소식을 담은 쪽지를 넣어 선물을 하 듯 월전병을 전했다.
중추절에 월병을 먹는 관습은 이렇듯 민간에서부터 전해졌다고 한다. 그 후 주원장은 원나라를 무너뜨리고 명나라 첫 황제가 됐는데 훗날 만족이 중국에 들어와 청나라를 세웠을 때도 사람들은 오랑캐로부터 통치권을 되찾았던 이 명절을 계속 경축했다고 한다.
중국의 월병은 오랜 세월동안 끊임없이 모양이 변하고 품종이 증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각기 다른 외관과 맛을 자랑하고 있다. 월병은 산지에 따라서는 강소식, 광동식, 북경식, 남녕식, 조주(潮州), 운남식 등으로, 맛에 따라서는 단맛, 짠맛, 짜면서 단맛, 매운맛으로 나뉘고 있다.
또한 월병 속에 넣는 재료에 따라 오인(五仁), 팥속, 용당(氷糖), 참깨, 햄월병 등으로, 월병 겉 재료에 따라 크게 장피(漿皮), 설탕 섞은 껍질, 바삭한 껍질 등 3종류로 나뉜다. 지역 월병은 북경, 천진, 광주, 소주, 조주(潮州) 등 5개로 나뉜다. 이러한 여러 종류의 월병은 모양은 비슷하지만 맛은 판이하게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북경, 천진 월병은 소식(素式) 위주로 기름과 속이 다 식물성이고 광동식 월병은 기름을 적게 사용하고 단편이다. 소주(蘇州)식은 진한 맛이 나는데 기름, 설탕을 많이 넣어 바삭바삭하면서도 두께가 얇고 껍질이 흰색이며 바삭한 사탕을 안에 넣어 입에 넣으면 향기로운 맛이 퍼진다.
이 외에도 운남의 운남식월병, 녕파의 녕식월병, 상해의 상해식월병, 하문의 경란(慶蘭)월병, 복주의 오인(五仁)월병, 서안의 ‘독무공(德懋恭)’크리스탈월병, 하린의 ‘노정농패(老鼎豊牌)’월병, 양주의 흑마(黑麻)월병, 소흥의 간채(幹菜)월병, 북경의 도향촌(稻香村)월병, 제남의 포도속월병과 크리스탈월병 등 맛과 특징이 각기 다른 유명한 월병이 많다.
아울러 중추절에는 중국 각지에서 대규모의 경축행사가 벌어지는데 제일 대표적인 것으로 등회(燈會) 등이 있다.
■ 일본의 오봉
일본의 ‘오봉(お盆)’은 한국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큰 명절 중 하나로 8월 15일에 행해진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 중국과 달리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지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날은 도회지에 있던 가족들이 고향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기에 고속도로가 복잡해진다.
일본인들은 오봉에 가족들이 함께 하카(墓 : 일본의 가족묘로 돌로 만들어 졌음)에 가서 주위의 풀을 제거하고 하카를 깨끗이 닦아낸 후 향을 피우고 그 곳에서 조상들에 대한 기도를 올린다.
이 때 승려를 초대해서 기도를 올리는 가정이 50% 이상 된다. 가족묘라고는 하지만 반 평 정도의 면적에 탑 모양의 돌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고 그 돌 아래에 가족들의 화장물 들을 함께 묻는다. 따라서 한국처럼 각자의 무덤이 아닌 합장묘가 대부분이다.
오봉에는 가족들끼리 쉬기 때문에 8월 14일부터 8월 16일 3일간은 대다수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오봉에 특별히 만드는 제례 음식이 없다. 그리고 사람이 죽었을 때의 제사 즉, 45제, 1주기, 2주기 등의 제례 음식에는 고기나 생선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가족들 역시 고기나 생선을 먹지 않는다.
※ 오봉과 추석의 공통점과 차이점
▷공통점
1. 민족 대이동이 발생한다.
2. 추석이라고 할 수 있다.
3. 한국, 일본의 중요한 명절이라고 볼 수 있다.
4. 조상의 산소에 가고 조상의 넋을 기리는 등 조상을 생각하는 날이다.
5. 우리나라는 강강술래 등의 춤을 추었고 일본은 유타카를 입고 봉오도리라는 춤을 추었다.
6. 오랜만에 친척들이 모이는 계기가 된다.
7. 친척들이 모여 성묘 등을 한다.
8. 추석이 끝난 후 교통 체증에 시달린다.
9. 햇과일 등 각종 음식을 조상에게 바친다.
10. 즐겁게 놀고 쉬는 날이다.
▷차이점
1. 추석은 음력 8월 15일 인데 오봉은 양력 8월 13일부터 15일 사이다.
2. 추석은 신라 유리왕의 길쌈내기에서 비롯되었는데 오봉은 원래 우라봉(盂蘭盆:한국어에서는 '우란분')이라고 하여, 이 단어는 범어의 ullambana(울람바나:거꾸로 매달림)에서 왔다는 불교 행사이다. ‘우란분경(盂蘭盆經)'이라는 불경이 이 행사의 직접 근거다.
'우란분경'에 따르면, 목련 존자(目蓮 尊者)가 그의 어머니가 죄를 지어 아귀도에 떨어져 있을 때에 그를 구하기 위하여 석가의 가르침에 따라 7월 15일의 자자(自恣) 때 백 가지 음식을 분에 담아 수행(修行)이 끝난 중들에게 공양(供養)했더니, 그 중들의 위대한 공덕으로 인해 모친이 성불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람분의 원어 뜻이 '거꾸로 매달림'인 이유는 그 어머니가 아귀도에서 거꾸로 매달려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고사(故事)를 본받아, 7월15일에 조상의 성불을 기원하여 민가와 절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분에 담아 조상의 영전이나 부처에게 공양하게 됐다.
3. 한국은 친척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지만 일본은 조상의 영을 맞이하기 위해 불단 앞에 쇼로다나를 마련하고 승려를 맞이해 불경을 읽는다.
4. 우리는 대부분 가족끼리 민속놀이 등을 하며 지내는데 일본은 아파트에서도 서로 모여 봉오도리라는 춤을 춘다.
5. 우리는 제사를 지내는 유교적 성격이 강한 데 비해 일본은 오락적 성향이 강하다.
6. 명절에 우리나라 관공서와 은행 등은 대부분 쉬지만 일본은 쉬지 않는다. (공무원과 은행원은 휴가를 얻어서 돌아가면서 쉰다.)
7. 일본에서는 무까에비(迎え火)를 대문 앞에 켜놓고 조상의 영혼을 맞이한다.
8. 조상의 영혼을 다시 저승으로 보내는 풍습이 있어, 그 때 등불을 켜놓고 바다나 강물에다가 띄우는 도오로오나가시(燈籠流し)를 한다.
9. 우리는 전통옷 한복을 입고 일본은 유가타를 입는다.
10. 우리는 제사를 지내지만 일본은 일반적으로 제사 같은 제사는 지내지 않고 불단에 등불을 켜놓고, 오는 사람마다 향을 태워 불단 앞에 꽂고 합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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