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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인터뷰

[농업전문가]인터뷰⑧ 경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류진춘 교수

“수입쌀 협상, 국내서 한번 했던가.”
안동 농협의 쌀 자급&경제사업 ‘수준급’
“한 칠레 FTA 이후 적자폭 오히려 늘어난 듯”

농업은 산업의 근간이며 경제 이전의 문제라 외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각 인식을 한 다수 농민들의 최대 개혁 과제는 ‘쌀 개방’과 ‘농협개혁’으로 집중되기도 한다.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농업. 선진 농업을 근간으로 삼는 국가라면 한번쯤 거쳐 갔을 법한 과정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점차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합심해야 할 때다. 이에 본지는 연중기획으로 농업경제 관련 전문가를 초빙, 대한민국 농업경제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 본다. 더불어 각 지역 농민과 농업 발전을 위한 견해도 함께 싣는다. <편집자 주>

경북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새빨갛게 잘 익은 사과가 먼저 연상된다. 경북은 전국에서 사과 생산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다. 사과와 함께 포도 등 여러 과실 작목이 많이 이뤄지는 곳이다. 그 만큼 올해 체결된 한 칠레 FTA 인준으로 인한 피해도 많았다.

“경북의 사과는 예로부터 유명했습니다. 포도도 전국 대비 약 40%이상 생산되는 곳이죠. 밭이 많아요. 한 칠레 FTA를 체결하면서 공산품을 많이 수출해 한국의 무역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적자가 3억~5억 원 이상 났다고 합니다.”

경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류진춘 교수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 칠레 FTA로 인해 오히려 국내 무역 수지 적자폭은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적자폭이 커진 것은 정부가 제대로 파악을 못했던 것인지, 국민을 속인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지난 정권 때보다도 못한 농업 정책을 펴는 듯 하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나 경북은 과실특화사업단이라는 것을 발족하면서 그런대로 수익이 괜찮았다고 자평했다. 워낙 품질이 좋아 외부로 판매되는 과실 량이 많다는 그의 설명이다.
이 날 류교수와 함께 인터뷰에 동행한 경북 안동농협 황찬영 상무는 최근 일고 있는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진정 농민을 위한 농협이 무엇인가라고 자문해 봐야 한다”고 운을 뗐다.

황 상무는 이어 “안동 농협의 경제사업 비중은 약 40%되며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안동농협은 외부에서 쌀을 구매해 먹지 않는다고 한다. 자체적인 수매제도를 육성해 40kg당 58,500원에 수매, 시중에 53,000원에 판매한다고. 황 상무는 많은 소비량 때문에 물량이 부족해 내년에는 판매단가를 2,000원 가량 인상할 계획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류교수는 지난 정권 때부터 시행돼 온 북한 쌀 원조 문제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어가고 있다는데, 미국 등 주요국들은 수입된 쌀에 대한 원조도 불허한다고 합디다. 이건 분명한 주권 침해죠. 통일 후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때입니다. 국내 식량 자급 기반을 마련하고 민족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다가서야 할 것입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뤄진 인터뷰라 많은 이야기를 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으나, 쌀 개방 문제, 농협법 개정문제, 한 칠레 FTA 문제, 브랜드 통합, 언론 보도 성향 등 칭찬과 질책을 이어나갔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다음은 경북대 류진춘 교수와의 일문일답.

- 경북지역은 예로부터 사과가 유명한 곳이다. 과실 작목의 분량이 어느 정도 되는가.
경북 지역의 사과 생산은 아마도 전국에서 가장 비중이 높을 것이다. 포도도 전국 대비 약 40%를 생산하는 것으로 안다. 과실 전체로 보자면 약 30~40%를 차지할 것이다. 밭이 많아 과수가 많다.

- 올 초 체결된 한 칠레 FTA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지역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과거 정권은 그런대로 농정에 대해 ‘감’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구체적인 파악을 하지 못하더라도 오랜 정치 생활로 커리어가 있어서 그런지 농민들을 위한 생각이 곳곳에 마련됐던 것 같다.
현재 한 칠레 FTA로 인한 무역 적자가 3~5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공산품 수출하고 농산물 수입해 경제에 플러스효과를 보자던 의지는 무너진 셈이다. 오히려 적자폭이 더 커졌다. 정부가 옳게 파악하지 못한 것인지, 국민을 속인 것인지 모르겠다.

- FTA로 인해 이 지역 과수 농가들이 많은 손해를 입었는가.
확실히 모르겠으나, 대체적으로 풍작이었다고 본다. 올해 과수 재배한 어떤 농민은 2~3년 치의 농가 부채를 모두 갚았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웰빙 바람이 과실 소비로 이어진 듯 하다. 경기의 양극화다.
FTA로 인해 포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농촌진흥청에서 포도특화사업단을 만들었다. 품목별로 특화 사업단을 발족시킨 것이다.

- 농협법 개정안과 관련해 현재 이 지역 농협에는 문제가 없는가.
(안동지역농협 황찬영 상무) 안동의 경우, 경제 사업 비중이 40% 정도 된다. 신용사업이 누적개념이라면 경제사업은 1년 단위로 끊는 결산 개념이다. 신용과 경제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현재 안동농협의 경우 공판장 약 800억원, 파머스마켓 약 200억 원 정도 투입했다. 이 밖에 영농 자재를 공급하는 등 약 1100억 원 이상 경제사업에 투입 중이다. 안동 농협은 지역 농협 중규모가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 지역농협끼리 통폐합되고 있다던데, 문제는 없을까.
(황 상무) 현재 통폐합을 밑바탕으로 깔고 가고 있는 듯 하다. 합병은 좋다고 본다. 그러나 합병 모델이 없다. 하향평준화 추세다.
지역별 농협은 분명 각각 다른 특색이 있다. 대구 지역과 안동지역도 매우 다르다. 생활 권역으로 나누어 보면 좋다. 윗선에서 명령조로 하라기보다는 기본 틀 안에서 자체적인 의식 개혁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의 근본이념을 교육해야 한다. 그 속에서 우리의 농협이 뭉쳐야 산다는 것을 자발적으로 알아나가야 한다. 그러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 조합장들의 연봉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실제 2억 원 이상 받는 이도 있는가. 농민들은 자신들의 어려움과 비교해 종종 거론한다.
조합장들의 억대 연봉은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 조합원이 곧 농민 아닌가. 농민들로 구성된 것이 바로 협동조합이다. 조합원 평균 소득은 약 2400만원이라고 한다. 부채는 늘어가는 데 소득은 늘지 않고 있으니 답답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농협 임직원들을 보니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더 답답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자. 보수 문제를 기계적으로 생각하면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타 금융기관들의 임원들은 이 금액보다 더 받고 있을 지도 모른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중앙회는 지역농협보다 더 낫다고 한다. 농민들의 박탈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조합장 임기 2년간 20억원을 지역농협에 벌어줬다고 생각해 보자. 연봉 2억원은 비싼 값이 아니다. 오히려 격려해줘야 하는 것이다. 자질이 의심되는 이도 있겠지만 능력 있는 자들은 수익의 10% 정도를 연봉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 격려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안동 농협에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가.
(황) 조합원 중 80%는 신용사업에, 20%는 경제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 금융 쪽 일을 하는 것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조합원 4,500명을 올해부터 연봉계약제로 전환했다. 안동농협의 특징을 한 가지 말한다면, 쌀을 자급자족한다는 것이다. 안동농업기술센터에서 개발한 쌀 신품종을 계약 재배해 매년 시중에 판매한다. 찹쌀을 개량한 품종 차별화로 품질이 좋다. 안동농협은 이를 40kg에 58,500원에 전량 수매한다. 경기미보다 비싸게 수매하는 것이다. 연 4만 가마니를 소화해 내고 있다. 외지에 팔 것이 없다. 작년에 53,000원에 시중에 판매됐다. 내년에는 55,000원에 팔 계획이다.
정부수매가 올해까지 이뤄졌는데, 우리 농협 조합원들은 걱정이 없다. 최근 쌀 협상에 대해 별로 동요가 없다. 어쨌든 농협이 농민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내년에 최근 안동농고로부터 매입한 학교 농장 15,000평을 토대로 친환경 농업 시범포를 육성할 계획이다.

- 브랜드의 난립으로 소비자들이 매우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를 통합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과거 경북지역에 ‘쉬매릭’이라는 통합 브랜드가 있었다. 불어로 ‘뷰티풀’이란 뜻인데,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안다.
최근 배우 배용준씨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제주도 방문시 그런 것을 느꼈다. 감귤을 이용해 욘사마 브랜드를 만드는 건 어떻겠느냐고. 문제는 내년부터다. 다작이 되고 칠레 산이 더 많이 들어오면 큰 일 이다. 공산품 수출을 위해 농산물 수입되면 적자폭이 더 커지게 될 수도 있다.

- 대한민국의 농업 비전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약소국가일수록 국민들이 지도자와 함께 단결하는 예가 많다. 단결된 힘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국민은 정말 단합해야 한다. 공감대를 형성토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 이런 문제로 인해 의식 개혁을 이뤄 민족 공동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북한과의 협력도 중요할 듯 보인다. 굶주린 북한 주민들에게 밥을 먹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어린 아이가 굶어 죽었다는 보도를 접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공동체 사회를 인지하고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남의 물건 싸다고 들여오는 것은 어쩌면 둘째 문제다. 국내 자급 기반을 마련해 통일 후 대한민국의 농정이 어떤 모양새를 갖춰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다.
통일 후 자급 도에 대해 생각해 봤는가. 수입쌀 주요 협상 상대국들은 우리가 MMA로 수입한 물량을 필리핀에 수출한다고 해도 못하게 한다. 북한 동포들에게 원조하는 것도 못하게 한다. 이 것은 분명 주권 침해다. 이것을 협상 당국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대한민국 홈그라운드에서 협상 한번 했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알아야 한다.

경북 대구=원창연 기자

<경북의 농업>
2001년 현재 총경지면적은 29만5,191ha이며, 그중 논이 15만8,191ha, 밭이 13만7,000ha로 논 밭의 비율은 비슷하다.
주요 농산물은 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쌀 생산의 중심지는 낙동강 및 그 지류 연안의 평야지대이다. 그외 보리·콩 등 잡곡을 생산한다. 특히 쌀 보리 콩 사과 담배 고추 등의 농산물과 한우사육 등이 전국 1위를 차지하며 북부지방에는 특용작물도 많이 재배된다.
보리는 경주 시에서 많이 생산되지만, 최근에는 그 재배면적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으며 콩 생산량 역시 감소하고 있다. 2001년 현재 주요 농산물 생산량은 쌀 72만7,030t, 맥류 7,556t, 잡곡 8,149t, 두류 2만2,730t 등이다.
과실류는 1903년부터 상업적 재배가 시작되어 사과 포도 복숭아 배 밀감 감 등을 생산한다. 사과는 경산시 영천시 등의 금호강 유역을 중심으로 재배되며 최근에는 군위군 의성군 안동시 영주시 등지로 분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