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북한, 내다 팔 수 있는 물건은? 농산물 뿐"
정부 지원 연구 〉농민 지원 연구 … 학계 반성 촉구
외국산 농산물 대응 → ‘신선도’에 중점 둔 판매 전략
농업은 산업의 근간이며 경제 이전의 문제라 외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각 인식을 한 다수 농민들의 최대 개혁 과제는 ‘쌀 개방’과 ‘농협개혁’으로 집중되기도 한다.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농업. 선진 농업을 근간으로 삼는 국가라면 한번쯤 거쳐 갔을 법한 과정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점차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합심해야 할 때다. 이에 본지는 연중기획으로 농업경제 관련 전문가를 초빙, 대한민국 농업경제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 본다. 더불어 각 지역 농민과 농업 발전을 위한 견해도 함께 싣는다. <편집자 주>
한국농업전문학교 이영석 교수를 릴레이 인터뷰 여섯 번 째 대상자로 초빙했다. 수도권의 위치한 국립인 이 곳은 실무를 중심으로 한 농업전문 교육의 장이라는 점에서 꽤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듯 했다.
이 교수는 대담에 앞서 “사회 지도층(엘리트) 그룹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농민이 잘 살기 위한 노력보다는 자신의 출세 지향적 자세로 일관해 농업이 어렵게 된 점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계에 자성의 목소리를 요구하면서 “학자들도 농민들의 실무에서 써먹을 수 있는 연구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거의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면서 “농업에는 현재 농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농업전문지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농업 전문지를 농민들은 거의 보지 않습니다. 돈 주고 보기 아까운 기사가 많으니까요. 칼럼도 보면 대부분 농민들이 수긍하기 어려운 문장이 많고 일반적으로 남의 나라 이야기들이 많이 게재되곤 합니다. 농업전문지는 농민에게 있어 ‘교재’와 같습니다.”
농민에게 신문은 교재라는 얘기다. 교재를 제 때 제대로 소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의 설명이다. 또한, 읽는 사람 위주로 글이 쓰이기보다는 작성자(필자) 위주로 글이 쓰여 농민들이 난해해 한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그는 독일유학파다. 한국농업전문학교에 오기 전,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했다. 경제학 박사 출신인 그는 독일의 농업에 대해 배울 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독일 사람들의 여유로움과 합리적 사고는 배울 만 하죠. 자신의 기계를 내다 팔려면 남의 나라 농산물도 조금 사줘야 한다는 두루두루 더불어 잘 살자는 의식이 있어요. 또한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는 농민 스스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도 짙고요.”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는 그의 설명은 난립하고 있는 한국 농산물 브랜드로 이어졌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음은 한국농업전문학교 이영석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 농민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농민, 연구원, 학자 등)들의 농업에 대한 마인드를 어떻게 보는가.
엘리트란 것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농업이 현재 상당히 어렵다. 그렇다면 농업에 관심을 기울여 줘야 한다. 그런데 엘리트란 사람들이 정권에만 너무 밀착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을 존중해 줘야 한다. 다른 의견 내는 사람을 짓누를 방법만 강구한다는 발전은 없을 것이다.
농업 경영이란 것이 무엇인가. 농가가 돈 잘 벌게 만들어 주는 것 아닌가. 농업은 산업이 아니다. 문화이고 뿌리이다. 그것에 대해 국민들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엘리트 그룹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의식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나라의 나아갈 방향을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 그렇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농업 문제에 대해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선진국은 곧 부자가 아니라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을 의미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곳이다. 사람이 살만한 나라를 만들려면, 생명 존중 사상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더불어 사는 것, 질서유지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런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농업인 셈이다. 농업에 대해 보조금 써 가면 유지해 나가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 농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토론회도 보면 모두 공허한 이야기들뿐이다. 교육 정책처럼 농업 정책도 매년 뜯어 고칠 것이 아니다. 과거의 잘못된 정책이 있으면 그것을 두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의 잘잘못을 가려내어 반성해서 재수정 보완해야 할 것이다.
- 농업관련 전문지들이 현재 꽤 되는 것으로 안다. 이 교수님은 책장 가득히 신문을 스크랩해 놓으셨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현재 두 개 유료로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농업 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농업관련 신문(전문지)들은 모두 교재일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스크랩을 많이 해 둔다.
그러나 스크랩할 때 마다 느끼지만 언론사가 주변자 입장에서 글을 작성하는 듯 하다. 농민의 입장이 아니다. 칼럼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내용들뿐이다. 그래서인지 무료로 주지 않으면 안보는 신문이 되고 있다. 돈을 주고 보기에는 왠지 아까운 신문이 되는 듯 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농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써내야 하는데, 보도 자료를 근거해서만 작성하고 있다. 해당 정책의 시행 배경, 정신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농민이 신문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것, 농업의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농민들도 이런 것을 바탕으로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 농민의 배우는 자세란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
농업에는 매뉴얼이 없다. 새로운 부분(정책, 기술 등)이 나오면 바꿔 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쉽게 재수정 할 수 있는 교재 말이다. 최신 첨단 기계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재. 어떤 기계는 초록 잎의 광합성 지수를 자동 계측해 주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 발간되는 교재들을 보면 읽는 사람 위주가 아니라 작성자 위주로 돼 있다. 그래서 농기계 팸플릿이 더 좋다는 얘길 한다. 이런 점에서 농업 언론들의 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다.
- 독일에서 꽤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하셨는데, 독일과 한국 농업의 차이가 눈에 보일 듯 한데.
말하기 조심스럽다. 외국이란 것을 말하자면 독일 밖에 모르니까. 그러나 굳이 이야기하자면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이 배울 만 하다고 할 수 있겠다.
첫째, 독일 국민들의 합리적 사고다. 잘 살고 여유로우니까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농업을 농민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농산물을 사줘야 자신들이 만든 기계 등을 내다 팔 것 아니냐는 의식이 많다. 두루두루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논리다. 필요한 것을 지키려면 십시일반 국민들이 돈을 걷는다. 이런 점이 다르다. 농업에 대한 생각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자신들의 문제라고 여긴다. 유럽 특유의 사회주의라 한다해도 꽤 배울 만한 점이다. 사회가 있어야 내가 있다는 자세다.
둘째, 독일 농업인들은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면서 동독의 많은 사람들이 집단 경영 체제에서 단독 경영 체제로 바뀌었다. 초기에 그들은 지시에 따르는 것만 익숙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 그래서인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
이런 면은 북한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통일이 된 후에 겪게 될 문제가 될 수 있다.
- 동독과 서독의 농업이 흥미롭다. 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과거 통일하면서 동독과 서독간의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동독의 산업이었다. 서독에서 아무리 돈을 동독에 준 다해도 동독이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런데 내다 팔 제대로 된 물건이 없었다. 경쟁력이 있는 건 농산물 밖에 없었다. 동독에서 농산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독의 농업은 ‘잃어버린 10년’이 됐다.
우리의 통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인들은 돈이 된다면 모든 내다 팔 것이다. 그들이 우리와 경쟁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이라고 보는가. 농산물 밖에 없다. 이러한 독일의 분위기와 농업, 우리나라가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 농업도 유럽형으로 가야 한다는 얘긴가.
그렇다. 우린 일단 규모가 작다. 뭉쳐야 한다.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농지가 상속되면서 농지가 더욱 작아지고 있다. 우린 어떤가. 규모가 작은데 뭉치려고 하지 않는다. 뭉쳐야 산다.
-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농업을 위해 학계에서 할 몫은 무엇인가.
학계가 제대로 농업을 이끌었어야 했다. 우리 학계가 잘 이끌지 못했냐고 묻는다면, 잘 이끌지 못했다는 건 사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농업인들을 위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학자 자신을 위한 논문, 즉 학위에만 치우친 경향이 많다. 국회 도서관을 가보라. 논문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논문이 많은 만큼 농업은 발전했는가.
경영 부분은 더욱 빈약하다. 수익 모델 창출은 경영학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 실무적인 연구보다 정책 연구에 치우쳐 있다. 정부를 도와주는 연구는 많다. 농민을 위한 연구는 정말 적다. 학계와 농업계가 따로 분리되어 활동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성공한 농업인들의 강연회가 더욱 실감난다.
- 브랜드가 농산물에는 무척 많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농업에 있어서 브랜드는 생명이다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브랜드는 차별화 전략의 한 수단이다. 지금 쌀 브랜드가 몇 개 인가.
- 최근 쌀 협상에 대한 이 교수님의 시각은 어떠한가.
우리 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쌀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농산물이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러나 수입을 하게 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될 것이다. 수입은 싼 게 들어오게 돼 있다. 대부분 그렇다.
국내 농산물들은 싼 물건과 도저히 싸워서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격 이외의 품질 경쟁력에서 찾아야 한다. 쌀의 경우, 도정해서 바로 밥을 지으면 얼마나 맛있는가. 신선도가 문제다. 그것은 곧 시간 싸움인 것이다. 신선도 유지에서 자국산보다 더 경쟁력 있는 것이 무엇이겠냐는 것이다.
정부 지원 연구 〉농민 지원 연구 … 학계 반성 촉구
외국산 농산물 대응 → ‘신선도’에 중점 둔 판매 전략
농업은 산업의 근간이며 경제 이전의 문제라 외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각 인식을 한 다수 농민들의 최대 개혁 과제는 ‘쌀 개방’과 ‘농협개혁’으로 집중되기도 한다.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농업. 선진 농업을 근간으로 삼는 국가라면 한번쯤 거쳐 갔을 법한 과정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점차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합심해야 할 때다. 이에 본지는 연중기획으로 농업경제 관련 전문가를 초빙, 대한민국 농업경제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 본다. 더불어 각 지역 농민과 농업 발전을 위한 견해도 함께 싣는다. <편집자 주>
한국농업전문학교 이영석 교수를 릴레이 인터뷰 여섯 번 째 대상자로 초빙했다. 수도권의 위치한 국립인 이 곳은 실무를 중심으로 한 농업전문 교육의 장이라는 점에서 꽤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듯 했다.
이 교수는 대담에 앞서 “사회 지도층(엘리트) 그룹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농민이 잘 살기 위한 노력보다는 자신의 출세 지향적 자세로 일관해 농업이 어렵게 된 점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계에 자성의 목소리를 요구하면서 “학자들도 농민들의 실무에서 써먹을 수 있는 연구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거의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면서 “농업에는 현재 농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농업전문지들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농업 전문지를 농민들은 거의 보지 않습니다. 돈 주고 보기 아까운 기사가 많으니까요. 칼럼도 보면 대부분 농민들이 수긍하기 어려운 문장이 많고 일반적으로 남의 나라 이야기들이 많이 게재되곤 합니다. 농업전문지는 농민에게 있어 ‘교재’와 같습니다.”
농민에게 신문은 교재라는 얘기다. 교재를 제 때 제대로 소용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그의 설명이다. 또한, 읽는 사람 위주로 글이 쓰이기보다는 작성자(필자) 위주로 글이 쓰여 농민들이 난해해 한다는 게 그의 이론이다.
그는 독일유학파다. 한국농업전문학교에 오기 전,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했다. 경제학 박사 출신인 그는 독일의 농업에 대해 배울 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독일 사람들의 여유로움과 합리적 사고는 배울 만 하죠. 자신의 기계를 내다 팔려면 남의 나라 농산물도 조금 사줘야 한다는 두루두루 더불어 잘 살자는 의식이 있어요. 또한 규모가 작은 나라에서는 농민 스스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도 짙고요.”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는 그의 설명은 난립하고 있는 한국 농산물 브랜드로 이어졌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음은 한국농업전문학교 이영석 교수와의 일문일답.
- 현재 농민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농민, 연구원, 학자 등)들의 농업에 대한 마인드를 어떻게 보는가.
엘리트란 것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집단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농업이 현재 상당히 어렵다. 그렇다면 농업에 관심을 기울여 줘야 한다. 그런데 엘리트란 사람들이 정권에만 너무 밀착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사람을 존중해 줘야 한다. 다른 의견 내는 사람을 짓누를 방법만 강구한다는 발전은 없을 것이다.
농업 경영이란 것이 무엇인가. 농가가 돈 잘 벌게 만들어 주는 것 아닌가. 농업은 산업이 아니다. 문화이고 뿌리이다. 그것에 대해 국민들이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엘리트 그룹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그러한 의식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나라의 나아갈 방향을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 형국이다.
- 그렇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농업 문제에 대해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선진국은 곧 부자가 아니라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을 의미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곳이다. 사람이 살만한 나라를 만들려면, 생명 존중 사상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더불어 사는 것, 질서유지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런 것을 이룰 수 있는 것이 바로 농업인 셈이다. 농업에 대해 보조금 써 가면 유지해 나가고 있는데, 과연 우리나라 농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토론회도 보면 모두 공허한 이야기들뿐이다. 교육 정책처럼 농업 정책도 매년 뜯어 고칠 것이 아니다. 과거의 잘못된 정책이 있으면 그것을 두고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의 잘잘못을 가려내어 반성해서 재수정 보완해야 할 것이다.
- 농업관련 전문지들이 현재 꽤 되는 것으로 안다. 이 교수님은 책장 가득히 신문을 스크랩해 놓으셨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현재 두 개 유료로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농업 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농업관련 신문(전문지)들은 모두 교재일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스크랩을 많이 해 둔다.
그러나 스크랩할 때 마다 느끼지만 언론사가 주변자 입장에서 글을 작성하는 듯 하다. 농민의 입장이 아니다. 칼럼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내용들뿐이다. 그래서인지 무료로 주지 않으면 안보는 신문이 되고 있다. 돈을 주고 보기에는 왠지 아까운 신문이 되는 듯 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농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써내야 하는데, 보도 자료를 근거해서만 작성하고 있다. 해당 정책의 시행 배경, 정신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농민이 신문을 제대로 보지 않는 것, 농업의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농민들도 이런 것을 바탕으로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 농민의 배우는 자세란 무엇을 이야기 하는가.
농업에는 매뉴얼이 없다. 새로운 부분(정책, 기술 등)이 나오면 바꿔 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쉽게 재수정 할 수 있는 교재 말이다. 최신 첨단 기계들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재. 어떤 기계는 초록 잎의 광합성 지수를 자동 계측해 주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서 발간되는 교재들을 보면 읽는 사람 위주가 아니라 작성자 위주로 돼 있다. 그래서 농기계 팸플릿이 더 좋다는 얘길 한다. 이런 점에서 농업 언론들의 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다.
- 독일에서 꽤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하셨는데, 독일과 한국 농업의 차이가 눈에 보일 듯 한데.
말하기 조심스럽다. 외국이란 것을 말하자면 독일 밖에 모르니까. 그러나 굳이 이야기하자면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이 배울 만 하다고 할 수 있겠다.
첫째, 독일 국민들의 합리적 사고다. 잘 살고 여유로우니까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그들은 농업을 농민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농산물을 사줘야 자신들이 만든 기계 등을 내다 팔 것 아니냐는 의식이 많다. 두루두루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논리다. 필요한 것을 지키려면 십시일반 국민들이 돈을 걷는다. 이런 점이 다르다. 농업에 대한 생각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자신들의 문제라고 여긴다. 유럽 특유의 사회주의라 한다해도 꽤 배울 만한 점이다. 사회가 있어야 내가 있다는 자세다.
둘째, 독일 농업인들은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면서 동독의 많은 사람들이 집단 경영 체제에서 단독 경영 체제로 바뀌었다. 초기에 그들은 지시에 따르는 것만 익숙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했다. 그래서인지 엄청난 노력을 했다.
이런 면은 북한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통일이 된 후에 겪게 될 문제가 될 수 있다.
- 동독과 서독의 농업이 흥미롭다. 보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과거 통일하면서 동독과 서독간의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동독의 산업이었다. 서독에서 아무리 돈을 동독에 준 다해도 동독이 스스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런데 내다 팔 제대로 된 물건이 없었다. 경쟁력이 있는 건 농산물 밖에 없었다. 동독에서 농산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독의 농업은 ‘잃어버린 10년’이 됐다.
우리의 통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인들은 돈이 된다면 모든 내다 팔 것이다. 그들이 우리와 경쟁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이라고 보는가. 농산물 밖에 없다. 이러한 독일의 분위기와 농업, 우리나라가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 농업도 유럽형으로 가야 한다는 얘긴가.
그렇다. 우린 일단 규모가 작다. 뭉쳐야 한다.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농지가 상속되면서 농지가 더욱 작아지고 있다. 우린 어떤가. 규모가 작은데 뭉치려고 하지 않는다. 뭉쳐야 산다.
-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농업을 위해 학계에서 할 몫은 무엇인가.
학계가 제대로 농업을 이끌었어야 했다. 우리 학계가 잘 이끌지 못했냐고 묻는다면, 잘 이끌지 못했다는 건 사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농업인들을 위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학자 자신을 위한 논문, 즉 학위에만 치우친 경향이 많다. 국회 도서관을 가보라. 논문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논문이 많은 만큼 농업은 발전했는가.
경영 부분은 더욱 빈약하다. 수익 모델 창출은 경영학에서 비롯되는 것 아닌가. 실무적인 연구보다 정책 연구에 치우쳐 있다. 정부를 도와주는 연구는 많다. 농민을 위한 연구는 정말 적다. 학계와 농업계가 따로 분리되어 활동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히려 성공한 농업인들의 강연회가 더욱 실감난다.
- 브랜드가 농산물에는 무척 많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농업에 있어서 브랜드는 생명이다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브랜드는 차별화 전략의 한 수단이다. 지금 쌀 브랜드가 몇 개 인가.
- 최근 쌀 협상에 대한 이 교수님의 시각은 어떠한가.
우리 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쌀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농산물이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그러나 수입을 하게 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될 것이다. 수입은 싼 게 들어오게 돼 있다. 대부분 그렇다.
국내 농산물들은 싼 물건과 도저히 싸워서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격 이외의 품질 경쟁력에서 찾아야 한다. 쌀의 경우, 도정해서 바로 밥을 지으면 얼마나 맛있는가. 신선도가 문제다. 그것은 곧 시간 싸움인 것이다. 신선도 유지에서 자국산보다 더 경쟁력 있는 것이 무엇이겠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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