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아닌 직원 위한 농협은 필요 없다”
쌀 유출량 전국 최대 지역 … 품질은? ‘평가절하’
“쌀은 고소득 작물이 아니다, 왜 쌀만 고집하는가”
농업은 산업의 근간이며 경제 이전의 문제라 외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각 인식을 한 다수 농민들의 최대 개혁 과제는 ‘쌀 개방’과 ‘농협개혁’으로 집중되기도 한다.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농업. 선진 농업을 근간으로 삼는 국가라면 한번쯤 거쳐 갔을 법한 과정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점차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합심해야 할 때다. 이에 본지는 연중기획으로 농업경제 관련 전문가를 초빙, 대한민국 농업경제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 본다. 더불어 각 지역 농민과 농업 발전을 위한 견해도 함께 싣는다. <편집자 주>
전남과 함께 국내 최대의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는 전라북도. 그래서인지 전북은 항상 쌀이 남아돈다. 타 지역에 판매되는 쌀 유통량이 전체 생산량의 70%나 된다. 전국 1위다. 많은 쌀이 생산되다 보니 제 값을 못 받고 팔려나가는 것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 전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장재우 교수는 “전국 4위에 해당하는 쌀 생산량이이지만 그 품질은 비교적 나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향후 전남 지역의 쌀 생산은 규모화로 가야하며 친환경 농산물을 중심으로 대체 작목 개발을 서둘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수입쌀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전북 지역의 쌀값은 하락할 것인데, 이에 대한 마진폭을 유지하려면 면적을 늘려 생산량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쌀을 고집하는 농민에 국한된 설정이다. 그렇지 않은 농민은 하루 빨리 대체 작목을 개발해 논농사가 아닌 다른 작물로 이작해야 한다고 그는 충고한다.
“쌀은 생산력 대비 소득액을 분석해 볼 때 작물들 중 3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의 작물입니다. 그런데도 농민들이 애써 달려드는 이유는, 정부에서 그 동안 쌀을 보호해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줬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러한 보호는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그는 농업 금융을 전공한 학자답게 최근 불고 있는 농협 개혁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뱉었다.
“신경분리는 하는 게 좋죠. 농협중앙회가 이렇게 비대해진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입니다. 신용 사업이 이제는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닌 게 됐지요. 직원을 위한 농협만 있을 뿐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농협은 농협으로써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변질된 모습으로 농민을 위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죠.”
이와 함께 그는 최근 불고 있는 농촌 관광 여행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며 “한국의 상황에서는 농촌 관광이 부분적으로만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면서 “이보다도 농민들 부채를 늘리지 않게 하려면 정부에서 지원 자격 심사를 더욱 철저히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북대 장재우 교수와의 일문일답.
- 농업 금융을 전공한 것으로 안다. 최근 농협 개혁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는가.
신경분리를 외치는데, 되도록이면 분리하는 게 좋다. 이유를 들자면, 한국의 농협중앙회는 너무 비대해 졌다. 어느 나라를 가도 중앙회는 대외적인 형태만 갖추고 있을 뿐이다. 한국처럼 실무를 전담하면서 공룡처럼 거대한 조직으로 발달한 곳은 없다. 중앙회가 그렇게 클 필요가 없다.
농업 경제 사업에 있어 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친농 사업을 해왔는데, 도시자금 끌어다가 농촌에 공급한 꼴이다. 여기에 지금은 농민들의 자금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다. 과거 자금 수요가 많을 때처럼 중앙회의 친농 사업이 많지 않다.
농협이란 것이 어떻게 보면 누구를 위한 농협이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즉, 한국의 농협은 직원을 위한 농협이지, 농민을 위한 농협은 아니다. 그런 일들이 왜 벌어졌는가라고 묻는다면, 거대한 신용 사업을 하고 거대한 조직이 운영하기 때문에 직원을 위한 농협으로 변질 됐다고 밖에 대답을 할 수 없다.
- 조합장의 연봉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농협 임직원들을 어떻게 보는가.
억대가 넘는 조합장들이 수두룩하다. 도시 조합의 경우는 보통 억대가 넘는다. 지역 조합은 5천만 원 내외일 수도 있다.(강원도 모지역의 경우처럼) 도시 조합의 성격은 대개 신용 사업에 치중한다. 농업에 도움을 주진 않는다.
농협에 모인 사람들의 성격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출을 누구에게 하느냐하면, 대체로 비농민에게 해준다. 농협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이는 부분이다. 완전히 변질됐다. 지금의 농협은 신용협동조합이나 마을금고나 다를 바 없다.
- 최근 전북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농업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가장 큰 걸림돌이나 문제시 되는 것이 있다면?
가장 큰 문제는 전북 지역이 쌀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쌀로 발생되는 문제가 많다. 첫째, 인구는 적은데 쌀 생산 능력이 전국 4위이다 보니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은 주로 타 지역으로 배출된다. 이 지역 소비량은 30% 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외부에 판매해야 된다. 아마도 쌀 협상 등 쌀과 관련된 사안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지역일 것이다. 농민들이 쌀에 가장 민감하다. 그런데도 전북 쌀의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이러한 전북에서는 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련의 마케팅 등 새로운 쌀 정책 개발을 하는 것은 있는가.
그런 것 없다. 전국과 동일하다. 대동소이하다. 특별한 것은 없다.
- 왜 전북 쌀이 대우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첫째, 전라도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들 수 있다. 전라도에서 생산되는 것은 모두 평가절하 되는 경향이 있다. 제 값을 못 받는다. 일례로 전라도에서도 좋은 쌀이 생산되는 지역도 있는데, 그 지역 쌀을 주로 서울 도매상들이 사간다. 그 쌀은 경기도로 옮겨져 도정을 거쳐 경기도 이름이 붙은 부대에 담겨진다. 경기미로 둔갑되는 것이다. 품질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전라도 푯말을 붙이면 가격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둘째, 전북은 쌀의 외부 유출량이 막대하다. 전국 1위다. 대개 지역 농협별 혹은, RPC별, 브랜드별로 나뉘어 출하된다. 서로 출혈 경쟁, 즉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같은 전북 지역의 쌀인데도 내 지역만의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서울 도매상들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시키기 딱 좋은 행태다. 쌀 배출구가 200여 곳이 넘는다. 대폭 축소 시켜야 한다. 전북 쌀이 하루만 방출 안 되면 서울에서 난리가 나는데, 우리도 한번 이를 이용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제안한 적도 있다. 또한 판매 조합을 따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6년 전에 한 말인데, 전북은 아무 답변이 없다.
- 쌀의 의존도가 높다라면, 대체작목을 개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도 그런 주장을 많이 한다. 앞으로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크게 세 가지를 방법을 들 수 있다.
첫째, 쌀농사를 계속하고 싶거나 이로 승부를 내야겠다는 사람은 규모화로 가야 한다. 왜냐하면, 앞으로 쌀 수입 개방으로 쌀 가격은 떨어지게 돼 있다. 최소한 지금과 같은 소득을 올리려면 생산량을 2배로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면적을 늘려야 하고 규모화로 가야 된다는 것이다.
둘째, 차별화다. 고품질의 차별화, 친환경의 차별화 전략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시장에서는 품질에 따라 여러 가격대의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시장마다 가격이 다르기도 하다. 친환경이나 고품질 쌀이 들어오면 가격이 높기 때문에 일반미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이 또한 100% 해결책은 아니다.
셋째, 대체작물을 개발해야 된다. 현 농민들의 의식 전환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쌀 소득이 제일 괜찮다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 쌀은 고소득 작물이 아니다.
쌀은 재배 작물 중 소득수준 30위에도 들지 못한다. 소득이 낮은 작물이다. 그러나 농민들이 쌀을 고집했던 이유는 가격이 비교적 안정됐기 때문이다. 정부 수매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 때문이었다. 이제 시장이 열리고 세계화로 가게 되면 그런 보장이 점차 없어질 것이다. 쌀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실제로 쌀 재배를 할 때 300평에 대략 70만원(6-7가마 가량) 정도 소득이 나온다. 반면 들깻잎은 같은 평수에 10배의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다. 즉, 700만원~1000만 원가량의 소득이 보장된다. 또한 노지보다 시설로 가면 소득이 더욱 확실해 진다. 시설토마토만 해도 500만원 정도 소득이 오르며, 미나리도 300~400만 원가량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다.
- 그렇다고 논을 밭으로 갑작스레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경비도 많이 지출될 텐데.
정부의 경지정리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 정부는 엄청난 투자를 했다. 지금까지는 쌀 중심이었다. 이제 바꿔야 한다. 논밭을 양용으로 할 수 있게끔 기반 정리를 해야 한다.
기술 교육도 필요하다. 시설 채소 같은 것은 대개 요사이 유통 시스템은 대형화로 됐다. 소비 주체가 일단 대형화 추세다. 생산도 대형 소비처에 맞게끔 공급 규모도 대형화해야 한다. 개인농가가 이를 맞출 순 없다. 소비시스템에 맞춰 생산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집단화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 이러한 집단화가 전북에서 이뤄지고 있는가.
지금 작목반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기는 한데, 그것도 규모가 작다. 더 커져야 한다. 참여 농가를 늘려야 할 것이다. 직접 거래와 교섭력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민도 당당할 수 있다. 당당하게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것이다. 대등한 입장에서 교섭을 해야 한다.
- 얼마 전 정부의 조사에 의하면 농민들의 부채는 10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고 수익은 줄었다고 한다. 이러한 농민들의 부채 경감을 위한 방안은 없는 것인가.
부채가 어떻게 생기게 됐는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 농지 구입 과정에서 생겼다. 그리고 정부의 전업농 육성 사업으로 인해 생겼다. 셋째,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유리온실 등 고가의 시설농가가 양성되면서 많은 부채가 생겼다.
우리 실정에 맞는 비닐하우스라면 큰 빚을 지지는 않는다. 네덜란드에서 성행한 유리온실을 국내에 들여와 성공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것이다. 환상을 갖고 도입한 것이다. 일본도 우리처럼 유리온실은 거의 없다. 화훼 농가도 거의 비닐하우스다.
- 어떤 농민은 정부지원 자금을 80% 가량 받아 50억 원짜리 유리온실 만든 사람도 있다.
사전에 정부는 농민들의 사업 평가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돈만 준비해서 공급한다는 것은 문제다. 사업이 불투명하게 되면 돈 날리는 것 아닌가. 농민들을 빚쟁이로 전락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 한국의 농촌 관광이 붐을 이루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다. 전 세계 40여 개국을 돌아보며 느낀 것이지만, 가장 농촌 관광 시스템(인프라)이 잘 돼 있는 곳이 영국이다. 영국은 관광 시스템의 베이스가 한국과 다르다. 영국은 초지가 많다. 한국의 농촌을 방문해 보면 알겠지만, 아이들이 ‘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더럽다는 개념이 심어져 있다. 이런 곳에서 ‘낭만’을 생각하기 힘든 것이다.
영국은 산이 보통 구릉지로 형성돼 있다. 나무가 없다. 초지다. 민둥산이다. 그런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도시민들이 많다. 한국의 대관령 목장 같은 곳을 연상하면 된다. 대관령 목장 같은 곳은 성공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지, 전 농촌을 관광화 할 수는 없다.
펜션도 농업을 하는 사람이 해야지, 도시민들이 자본 끌어다가 하는 것은 안 된다. 관광농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현재 농촌을 진정 농촌이라 할 수 있는가. 농촌의 원모습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존재하는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다만, 농촌의 본모습으로써만 관광사업을 하긴 힘들지만, 인공적인 기술을 다소 가미하면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그린월드 그림 참고)
정리=원창연 기자
<전북의 농업>
2001년 현재 경지면적은 2,163.22㎢로 도면적의 27%를 차지하며, 경지면적 중 논이 1,635.36㎢, 밭이 527.86㎢이다. 농가수는 13만2,268호, 농가인구는 36만9,622명이다. 넓고 기름진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논농사가 행해져, 전라남도와 함께 한국 최대의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다.
2001년 현재 쌀은 84만 501t를 생산했고, 맥류 6만1,083t, 잡곡 3,862t, 두류 8,330t, 서류 1만8,198t 등의 생산량을 보였다. 쌀은 서부평야지대인 호남평야에 속한 김제시·부안군·정읍시·군산시·익산시 등이 주요 산지이다.
1970년대는 농업이 절대적이었지만 공업 위주의 정책으로 농업인구가 많이 감소했다. 1980년대 농업기계화 정책으로 이앙기, 콤바인 등이 확대, 보급되면서 벼농사의 본격적인 기계화가 시작했다. 타이완, 일본보다 5∼10년 늦게 농기계가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2000년 현재 비슷한 수준의 99%의 기계화 율을 보이고 있다.
1985년과 비교하면 경운기는 2.0배, 트랙터는 8.4배가 늘었고 이앙기는 5.4배, 콤바인은 5.0배, 건조기는 20배가 증가했다. 농가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농기계의 증가는 농촌인력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으며, 영농규모의 대형화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쌀 유출량 전국 최대 지역 … 품질은? ‘평가절하’
“쌀은 고소득 작물이 아니다, 왜 쌀만 고집하는가”
농업은 산업의 근간이며 경제 이전의 문제라 외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각 인식을 한 다수 농민들의 최대 개혁 과제는 ‘쌀 개방’과 ‘농협개혁’으로 집중되기도 한다.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농업. 선진 농업을 근간으로 삼는 국가라면 한번쯤 거쳐 갔을 법한 과정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점차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합심해야 할 때다. 이에 본지는 연중기획으로 농업경제 관련 전문가를 초빙, 대한민국 농업경제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 본다. 더불어 각 지역 농민과 농업 발전을 위한 견해도 함께 싣는다. <편집자 주>
전남과 함께 국내 최대의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는 전라북도. 그래서인지 전북은 항상 쌀이 남아돈다. 타 지역에 판매되는 쌀 유통량이 전체 생산량의 70%나 된다. 전국 1위다. 많은 쌀이 생산되다 보니 제 값을 못 받고 팔려나가는 것도 부지기수다.
이러한 사안에 대해 전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장재우 교수는 “전국 4위에 해당하는 쌀 생산량이이지만 그 품질은 비교적 나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향후 전남 지역의 쌀 생산은 규모화로 가야하며 친환경 농산물을 중심으로 대체 작목 개발을 서둘러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수입쌀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전북 지역의 쌀값은 하락할 것인데, 이에 대한 마진폭을 유지하려면 면적을 늘려 생산량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쌀을 고집하는 농민에 국한된 설정이다. 그렇지 않은 농민은 하루 빨리 대체 작목을 개발해 논농사가 아닌 다른 작물로 이작해야 한다고 그는 충고한다.
“쌀은 생산력 대비 소득액을 분석해 볼 때 작물들 중 3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매우 낮은 수준의 작물입니다. 그런데도 농민들이 애써 달려드는 이유는, 정부에서 그 동안 쌀을 보호해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줬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러한 보호는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그는 농업 금융을 전공한 학자답게 최근 불고 있는 농협 개혁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뱉었다.
“신경분리는 하는 게 좋죠. 농협중앙회가 이렇게 비대해진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을 것입니다. 신용 사업이 이제는 농민을 위한 것이 아닌 게 됐지요. 직원을 위한 농협만 있을 뿐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농협은 농협으로써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변질된 모습으로 농민을 위한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죠.”
이와 함께 그는 최근 불고 있는 농촌 관광 여행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며 “한국의 상황에서는 농촌 관광이 부분적으로만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면서 “이보다도 농민들 부채를 늘리지 않게 하려면 정부에서 지원 자격 심사를 더욱 철저히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북대 장재우 교수와의 일문일답.
- 농업 금융을 전공한 것으로 안다. 최근 농협 개혁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는가.
신경분리를 외치는데, 되도록이면 분리하는 게 좋다. 이유를 들자면, 한국의 농협중앙회는 너무 비대해 졌다. 어느 나라를 가도 중앙회는 대외적인 형태만 갖추고 있을 뿐이다. 한국처럼 실무를 전담하면서 공룡처럼 거대한 조직으로 발달한 곳은 없다. 중앙회가 그렇게 클 필요가 없다.
농업 경제 사업에 있어 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친농 사업을 해왔는데, 도시자금 끌어다가 농촌에 공급한 꼴이다. 여기에 지금은 농민들의 자금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다. 과거 자금 수요가 많을 때처럼 중앙회의 친농 사업이 많지 않다.
농협이란 것이 어떻게 보면 누구를 위한 농협이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즉, 한국의 농협은 직원을 위한 농협이지, 농민을 위한 농협은 아니다. 그런 일들이 왜 벌어졌는가라고 묻는다면, 거대한 신용 사업을 하고 거대한 조직이 운영하기 때문에 직원을 위한 농협으로 변질 됐다고 밖에 대답을 할 수 없다.
- 조합장의 연봉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거액의 연봉을 받는 농협 임직원들을 어떻게 보는가.
억대가 넘는 조합장들이 수두룩하다. 도시 조합의 경우는 보통 억대가 넘는다. 지역 조합은 5천만 원 내외일 수도 있다.(강원도 모지역의 경우처럼) 도시 조합의 성격은 대개 신용 사업에 치중한다. 농업에 도움을 주진 않는다.
농협에 모인 사람들의 성격을 보면 알 수 있다. 대출을 누구에게 하느냐하면, 대체로 비농민에게 해준다. 농협으로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이는 부분이다. 완전히 변질됐다. 지금의 농협은 신용협동조합이나 마을금고나 다를 바 없다.
- 최근 전북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농업 현실을 감안해 볼 때, 가장 큰 걸림돌이나 문제시 되는 것이 있다면?
가장 큰 문제는 전북 지역이 쌀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쌀로 발생되는 문제가 많다. 첫째, 인구는 적은데 쌀 생산 능력이 전국 4위이다 보니 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은 주로 타 지역으로 배출된다. 이 지역 소비량은 30% 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외부에 판매해야 된다. 아마도 쌀 협상 등 쌀과 관련된 사안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는 지역일 것이다. 농민들이 쌀에 가장 민감하다. 그런데도 전북 쌀의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이러한 전북에서는 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련의 마케팅 등 새로운 쌀 정책 개발을 하는 것은 있는가.
그런 것 없다. 전국과 동일하다. 대동소이하다. 특별한 것은 없다.
- 왜 전북 쌀이 대우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첫째, 전라도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견을 들 수 있다. 전라도에서 생산되는 것은 모두 평가절하 되는 경향이 있다. 제 값을 못 받는다. 일례로 전라도에서도 좋은 쌀이 생산되는 지역도 있는데, 그 지역 쌀을 주로 서울 도매상들이 사간다. 그 쌀은 경기도로 옮겨져 도정을 거쳐 경기도 이름이 붙은 부대에 담겨진다. 경기미로 둔갑되는 것이다. 품질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전라도 푯말을 붙이면 가격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둘째, 전북은 쌀의 외부 유출량이 막대하다. 전국 1위다. 대개 지역 농협별 혹은, RPC별, 브랜드별로 나뉘어 출하된다. 서로 출혈 경쟁, 즉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같은 전북 지역의 쌀인데도 내 지역만의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서울 도매상들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시키기 딱 좋은 행태다. 쌀 배출구가 200여 곳이 넘는다. 대폭 축소 시켜야 한다. 전북 쌀이 하루만 방출 안 되면 서울에서 난리가 나는데, 우리도 한번 이를 이용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제안한 적도 있다. 또한 판매 조합을 따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6년 전에 한 말인데, 전북은 아무 답변이 없다.
- 쌀의 의존도가 높다라면, 대체작목을 개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도 그런 주장을 많이 한다. 앞으로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크게 세 가지를 방법을 들 수 있다.
첫째, 쌀농사를 계속하고 싶거나 이로 승부를 내야겠다는 사람은 규모화로 가야 한다. 왜냐하면, 앞으로 쌀 수입 개방으로 쌀 가격은 떨어지게 돼 있다. 최소한 지금과 같은 소득을 올리려면 생산량을 2배로 늘려야 한다. 그러려면 면적을 늘려야 하고 규모화로 가야 된다는 것이다.
둘째, 차별화다. 고품질의 차별화, 친환경의 차별화 전략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시장에서는 품질에 따라 여러 가격대의 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다. 시장마다 가격이 다르기도 하다. 친환경이나 고품질 쌀이 들어오면 가격이 높기 때문에 일반미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이 또한 100% 해결책은 아니다.
셋째, 대체작물을 개발해야 된다. 현 농민들의 의식 전환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쌀 소득이 제일 괜찮다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쌀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 쌀은 고소득 작물이 아니다.
쌀은 재배 작물 중 소득수준 30위에도 들지 못한다. 소득이 낮은 작물이다. 그러나 농민들이 쌀을 고집했던 이유는 가격이 비교적 안정됐기 때문이다. 정부 수매 때문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 때문이었다. 이제 시장이 열리고 세계화로 가게 되면 그런 보장이 점차 없어질 것이다. 쌀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실제로 쌀 재배를 할 때 300평에 대략 70만원(6-7가마 가량) 정도 소득이 나온다. 반면 들깻잎은 같은 평수에 10배의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다. 즉, 700만원~1000만 원가량의 소득이 보장된다. 또한 노지보다 시설로 가면 소득이 더욱 확실해 진다. 시설토마토만 해도 500만원 정도 소득이 오르며, 미나리도 300~400만 원가량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다.
- 그렇다고 논을 밭으로 갑작스레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경비도 많이 지출될 텐데.
정부의 경지정리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 정부는 엄청난 투자를 했다. 지금까지는 쌀 중심이었다. 이제 바꿔야 한다. 논밭을 양용으로 할 수 있게끔 기반 정리를 해야 한다.
기술 교육도 필요하다. 시설 채소 같은 것은 대개 요사이 유통 시스템은 대형화로 됐다. 소비 주체가 일단 대형화 추세다. 생산도 대형 소비처에 맞게끔 공급 규모도 대형화해야 한다. 개인농가가 이를 맞출 순 없다. 소비시스템에 맞춰 생산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집단화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 이러한 집단화가 전북에서 이뤄지고 있는가.
지금 작목반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고 있기는 한데, 그것도 규모가 작다. 더 커져야 한다. 참여 농가를 늘려야 할 것이다. 직접 거래와 교섭력 증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민도 당당할 수 있다. 당당하게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것이다. 대등한 입장에서 교섭을 해야 한다.
- 얼마 전 정부의 조사에 의하면 농민들의 부채는 10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고 수익은 줄었다고 한다. 이러한 농민들의 부채 경감을 위한 방안은 없는 것인가.
부채가 어떻게 생기게 됐는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첫째, 농지 구입 과정에서 생겼다. 그리고 정부의 전업농 육성 사업으로 인해 생겼다. 셋째,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유리온실 등 고가의 시설농가가 양성되면서 많은 부채가 생겼다.
우리 실정에 맞는 비닐하우스라면 큰 빚을 지지는 않는다. 네덜란드에서 성행한 유리온실을 국내에 들여와 성공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것이다. 환상을 갖고 도입한 것이다. 일본도 우리처럼 유리온실은 거의 없다. 화훼 농가도 거의 비닐하우스다.
- 어떤 농민은 정부지원 자금을 80% 가량 받아 50억 원짜리 유리온실 만든 사람도 있다.
사전에 정부는 농민들의 사업 평가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돈만 준비해서 공급한다는 것은 문제다. 사업이 불투명하게 되면 돈 날리는 것 아닌가. 농민들을 빚쟁이로 전락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 한국의 농촌 관광이 붐을 이루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한국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이다. 전 세계 40여 개국을 돌아보며 느낀 것이지만, 가장 농촌 관광 시스템(인프라)이 잘 돼 있는 곳이 영국이다. 영국은 관광 시스템의 베이스가 한국과 다르다. 영국은 초지가 많다. 한국의 농촌을 방문해 보면 알겠지만, 아이들이 ‘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더럽다는 개념이 심어져 있다. 이런 곳에서 ‘낭만’을 생각하기 힘든 것이다.
영국은 산이 보통 구릉지로 형성돼 있다. 나무가 없다. 초지다. 민둥산이다. 그런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도시민들이 많다. 한국의 대관령 목장 같은 곳을 연상하면 된다. 대관령 목장 같은 곳은 성공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지, 전 농촌을 관광화 할 수는 없다.
펜션도 농업을 하는 사람이 해야지, 도시민들이 자본 끌어다가 하는 것은 안 된다. 관광농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현재 농촌을 진정 농촌이라 할 수 있는가. 농촌의 원모습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존재하는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다만, 농촌의 본모습으로써만 관광사업을 하긴 힘들지만, 인공적인 기술을 다소 가미하면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그린월드 그림 참고)
정리=원창연 기자
<전북의 농업>
2001년 현재 경지면적은 2,163.22㎢로 도면적의 27%를 차지하며, 경지면적 중 논이 1,635.36㎢, 밭이 527.86㎢이다. 농가수는 13만2,268호, 농가인구는 36만9,622명이다. 넓고 기름진 호남평야를 중심으로 논농사가 행해져, 전라남도와 함께 한국 최대의 곡창지대를 이루고 있다.
2001년 현재 쌀은 84만 501t를 생산했고, 맥류 6만1,083t, 잡곡 3,862t, 두류 8,330t, 서류 1만8,198t 등의 생산량을 보였다. 쌀은 서부평야지대인 호남평야에 속한 김제시·부안군·정읍시·군산시·익산시 등이 주요 산지이다.
1970년대는 농업이 절대적이었지만 공업 위주의 정책으로 농업인구가 많이 감소했다. 1980년대 농업기계화 정책으로 이앙기, 콤바인 등이 확대, 보급되면서 벼농사의 본격적인 기계화가 시작했다. 타이완, 일본보다 5∼10년 늦게 농기계가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2000년 현재 비슷한 수준의 99%의 기계화 율을 보이고 있다.
1985년과 비교하면 경운기는 2.0배, 트랙터는 8.4배가 늘었고 이앙기는 5.4배, 콤바인은 5.0배, 건조기는 20배가 증가했다. 농가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농기계의 증가는 농촌인력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으며, 영농규모의 대형화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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