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단합만이 살 길 입니다”
쌀 수입, 관세화 유예해야 … 향후 10년간 소득안정장치 ‘절실’
“지역농협끼리 뭉쳐 하나의 브랜드 만들자”
농업은 산업의 근간이며 경제 이전의 문제라 외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각 인식을 한 다수 농민들의 최대 개혁 과제는 ‘쌀 개방’과 ‘농협개혁’으로 집중되기도 한다.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농업. 선진 농업을 근간으로 삼는 국가라면 한번쯤 거쳐 갔을 법한 과정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점차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합심해야 할 때다. 이에 본지는 연중기획으로 농업경제 관련 전문가를 초빙, 대한민국 농업경제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 본다. 더불어 각 지역 농민과 농업 발전을 위한 견해도 함께 싣는다. <편집자 주>
릴레이 인터뷰 일곱 번 째 주인공은 경남 밀양대학교 산업경제학과 조재환 교수다. 조교수는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하다 7년전 이 곳으로 부임해 온 학구파. 실제 그는 이 지역의 특산물이라 할 수 있는 사과와 배, 단감 등의 지난 10여 년간의 재배면적과 수확량 등을 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데이터를 보여주며, “과거에는 소득이 불규칙해도 꾸준히 증가한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5년간 하향세가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그와 인터뷰를 나눈 주요 내용 중 핵심은 ‘농민의 단합’이다. 농민이 단합해야 경남 지역의 최대 무역 품목인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를 보다 비싼 값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전문 에이전트들과의 교섭력에서도 큰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힘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남 상주의 곶감 영농조합이란 곳이 있는데, 시스템이 무척 잘 돼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광고와 홍보 등 마케팅에 무척 신경 쓰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 지역 특산물이긴 하지만 여러 유통 채널에 우위를 점하고 있어 가격 산정에 있어서도 조합의 힘을 느낄 수 있었죠.”
농민이 뭉쳐야 힘을 낼 수 있다는 건 대부분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것을 알면서도 바로 앞의 불이익이 떨어지면 농민들은 주춤하는 게 현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려면 현재 약간의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농협 개정안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농민과 농협간의 불화에 대해 “농협이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역단위농협의 경우, 경제 사업을 벌일 만한 인프라 구축이 덜 돼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에 덧붙여 그는 “예컨대 A은행 지점장의 연봉이 9천만 원이라고 할 때, 판공비로 대략 3천만 원 내외를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농협도 마찬가지로 주민에 의해 선출된 조합장을 보면 연봉의 상당 부분은 판공비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몇몇 농협 조합의 경우 임원 연봉이 2억원을 넘는다는 농민들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그들처럼(농민) 분노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대부분 농협 임원들은 조합장과 실무 경영진간의 이견 다툼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아울러, 그들 역시 농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받고는 있지만 대출 계약 등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뉘앙스로 설명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밀양대 조재환 교수와의 일문일답.
- 수입쌀의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정부의 협상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 측에 의하면 관세화 유예로 가닥이 잡힌 모양이다. 어느 것이 더 좋겠냐고 물었을 때 구체적인 모형을 만들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 나름대로 결과를 비교 분석하는 연구 외에 다른 무엇이 좋다고 단언할 수 없다.
평균을 개념화해 시뮬레이션으로 효과 분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정부 기관에서 관세화나 수입에 대한 파급 영향을 자체적으로 이미 분석한 바 있다. 그 곳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써는 그렇게 진단할 것이다.
본인은 앞으로 시간을 좀 더 벌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현재 쌀 대책이 미진하더라도 향후 10년간 연장된다면 정부 정책 및 사업의 효과가 나타날 시기일 수 있다. 탈농과 노령화 등 농촌 구조조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농가 소득 안정 장치의 마련이다. 직불제는 이미 시행 중에 있으나 재해 보험 등은 쌀에도 도입한다고 한다. 쌀 농가 중심의 소득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면 구조조정의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훨씬 충격이 덜 할 수 있다. 지금 바로 관세화로 가게 되면 제도적 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충격이 꽤 클 수 있다.
- 수입쌀의 시중 시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장기적으로는 찬성이다. 수입되는 쌀을 시판해야 한다. 그래야 국내 쌀의 품질 경쟁을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산지 RPC의 경우, 쌀이 섞이고 있다. 산지에서 품종 구분과 품질 관리를 잘 해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하다. 소비자 기호에 맞추려면 쌀에 가격 및 도정시기 등을 명확히 표기해야 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 농업 분야에는 산업 협회 같은 단체가 없는 것으로 안다. 협회의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곧, 농협의 일 아닌가.
신경분리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단기간에 돈 되는 것을 놓고 경제 사업을 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명확한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 여길 수 있다. 지역농협도 수익을 내서 일정한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것을 누가 할 것인가. 신용과 경제의 분리라는 이분법적 논리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 이것을 분리해야 옳다. 그러나 그 시기는 쉽게 단언할 수 없다.
개정안은 지금의 지역농협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현재 지역농협에서도 잘 나가는 농협들이 있다. 그러나 그 지역 임원들은 “지역에서 친환경농산물 재배, 조직화, 마케팅 전략 수립 등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품목이 매우 많고 물량 공급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지역 농협의 한계는 대형 할인 매장에 잘 나타난다. 물량이 매우 모자라다. 그래서 가격 협상 능력도 떨어진다.
이런 면에서 산지 연합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조직화 규모화가 바로 이것이다. 협상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구축도 필요하다. 바로 정보망이다. 정보 공유를 통해 어려움을 덜어야 한다.
현재 정부의 산지유통센터는 288개정도 된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정보 공유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할 부분이다. 지역농협이 연합해서 하나의 브랜드로 출하할 경우 성과가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이분법적인 논리를 차치하고라도 장기적으로 농협의 신경분리는 바람직하다는 얘기인가.
장기적으로 농협의 신경 분리는 바람직하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지역농협끼리 뭉쳐 정보 공유를 이루는 등의 조직화를 이뤄야 한다. 지역농협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부실화된 것을 통합하는 것은 안 된다. 자본금이 0원될 때 까지 기다렸다가 통합하면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로 귀결될 분이다. 불량 농협을 우량 농협으로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는 반감된다.
물리적으로 통합이 됐다고는 하지만 직원들 끼리 계속 견제하고 협조가 잘 안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신경의 분리는 아주 먼 나라 얘기 같다.
농협도 사실 과거만큼 신용에 있어 재미를 못보고 있다. 힘든 건 사실이다. 지역농협에서 돈이 많이 들어왔다 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은 것도 힘든 요인 중 하나다.
지역농협 중 잘 나가는 곳은 유통명령제를 도입하고 있다. 산지 유통 시설의 의무적 이용, 공동계산제 실시, 출하 위반에 대한 제재 사항, 시설 도입에 따른 조합원 출자 방안 등을 도입하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산지유통센터도 그들 나름대로의 규정을 만들어 벌과금 등 엄격한 시행 규칙으로 농민들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나가야 한다.
- 농민들의 자아 반성도 필요할 듯한데.
농민들의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 일선 조합의 경우, 농민들이 조합에 대해 일일이 사사건건 제안하고 견제를 하는 곳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농민들은 단기간 손해를 보는 것은 절대 안한다. 불이익이 되는 것으로 생각되면 참여하지 않는다. 공동계산제의 경우, 동의에 의해 이뤄져야 하는데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단기간 내에 자신이 손해 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굉장히 심하다. 고령화된 농민 사회에서는 좀처럼 바뀌지 않을 듯 하다.
- 어떤 농협의 경우 조합장의 연봉이 2억원을 넘는 곳도 있다던데.
지역조합의 경우 대출해줄 때의 어려움은 중앙은행들 보다 훨씬 어려울 수 있다. 위험에 대한 반대급부라 생각하자.
조합장들은 그런다. 농민들을 위해 대부분 사용한다고. 선거직이라 그런 듯 하다. 판공비로 나가는 돈이 많다고 한다. 자기 월급은 집에 못 가져간다고 한다. 만약 A은행의 경우 연봉이 9천만 원 이상이라고 할 때 2~3천만 원은 판공비로 써야 한다고 한다. 농민들이 제대로 뽑아야 한다. 의식을 가져야 한다.
- 농협의 경제사업은 농민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어떠한 협회 차원에서의 업무 도모는 농민들에게 큰 수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어떻게 보는가.
국내에는 명실상부한 생산자 단체들이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은 매우 미약하다. 부실화 된 곳도 많고 도시 자본이 영농 조합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인근 상주 지역 곶감 영농 조합을 방문한 적 있다. 이 곳은 과거 농민 조합처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생산 규모가 무척 크다. 대도시로 대부분 물량을 직거래 한다. 특산물이긴 하지만 인터넷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우체국 농림부 쇼핑몰과 자체 쇼핑몰, 하나로 마트 등에도 납품하고 있으며 이들 쇼핑몰 모두를 관장하고 있다. 고객이 20만 명이라고 한다. 굉장히 놀랐다. 가격은 매년 영농 조합에서 결정한다. 이렇게 되니 재래시장이나 산지 공판장들도 그들이 매긴 가격을 따를 수밖에 없다. 지역 특산물이라는 것에 대한 독점적 지위권 확보가 쉬웠던 모양이다. 일반 품목은 다소 어렵기 마련이다.
보통의 농산물로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노력하면 된다. 특화된 브랜드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조직화 규모화로 가능하다. 산지 유통상인들 간의 개입을 최소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격 교섭력도 늘릴 수 있다.
- 축협의 하이포크 브랜드라는 것이 있다. 그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인가.
고유브랜드를 갖고 주산지에서 표준화하고 규격화해 자신의 상표를 붙여 마케팅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합된 주체가 협회라면 성공한다. 상주 곶감 영농조합을 보라. 광고 홍보비는 무척 들어가나 이중 포장 등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 만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면 성공할 수 있다.
이 곳에도 얼음골 사과라는 것이 있다. 물량이 남지 않는다. 설날쯤 되면 물량은 거의 소진된다. 이 곳에도 생산자 단체가 있으나 품목 선정 등 까다로운 기준이 있어 농민들이 꺼린다고 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선별 포장 과정에서 개인적인 불이익이 좀 있다 하더라도 의식을 높여 농민들이 조금 감수했으면 한다. 먼 훗날을 보자.
- 경남은 쌀농사 보다 과수가 유명한 것으로 안다. 기온이 따뜻하고 수자원이 풍부해 그런 듯한데. 이 지역 농업 현안이 있는가.
경남 진주 밀양 김해는 원래 시설 작물 재배지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이 지역의 작물들은 대부분 수출 품목들이다.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최근 5년간 과수 농가들이 무척 힘들었다. 자연재해가 있기도 했지만 과거처럼 재해가 있더라도 가격과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떨어지진 않았다. 수입 과일 때문이다. 피해가 많다. 단감의 경우 지난 95년 보다 오히려 값을 못 받는다. 소득이 과거보다 매우 낮아졌다. 과거에는 수입과일이 없어서인지 소득이 불안정해도 그 피해가 덜했다.
지금은 소득과 수입과일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령화 등 노동력 감소로 인한 폐원 신청이 늘고 있다.
또한 시설 농가가 많아 수출을 많이 한다지만 우리나라 고유 상표로 나가지 못한다. 파프리카의 경우 식자재로 수출돼 원산지 표기의 의미가 없다. 뉴질랜드산보다 품질이 좋은데도 가격이 낮게 받는다. 미국 돌(Doll)사와 제휴, 판매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원산지 표기와 농약 잔류 기준 등이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지속적인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듯싶다. 그러나 노력한다.
그래도 이 지역 사과는 유명하다. 얼음골 사과는 유명하다. 산악 지역에 있어 기온차가 많아 재미를 보는 듯 하다. 다른 지역보다 값을 잘 받는 모양이다.
- 수출상(에이전트)들이 농산물에 대한 가격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 그들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과 맞서려면 농민들의 연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실제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어떤 지역을 방문해 이것저것 물어보려 하면 아무 얘기도 해주지 않는다. 그들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 자신들이 개척해 놓은 시장과 노하우를 쉽게 가르쳐 주겠는가.
지역끼리 경쟁하기도 하는데 결국 제 살 깎기다. 경합관계에 있다보니 수출상들이 붙는 것이다. 일본 현지에서도 많은 수출상들이 입국해 농산물을 통째로 사가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생산자의 힘을 키워야 한다.
원창연 기자
<경남의 농업>
2001년 현재 경지면적 17만8,481ha 가운데 논이 11만8,548ha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가수는 16만5,609세대, 농가인구는 45만877명이다.
전형적인 논농사 지역으로 2년 4작이 성하고 쌀 보리 과수를 많이 재배한다. 논의 대부분이 수리안전답이고, 경지이용률과 경지정리율이 높은 편이다. 가장 중요한 농작물인 쌀은 2001년 현재 생산량 52만2,751t으로 낙동강 하류와 남강 연안에서 많이 생산하며, 특히 김해시 부근의 김해평야는 한국의 이름난 곡창지대이다. 보리 생산량은 2만9,233t으로 전라남도 다음으로 많고, 그 밖에 두류 1만3,989t, 잡곡 3,751t, 서류 1,191t 생산했다.
최근 곡류 재배에서 원예작물 재배로 급속하게 전환되고 있는데, 특히 김해시 남해군 진주시 등지에서 재배되는 채소류 화훼류는 전국 겨울 꽃시장 수요량의 70% 정도를 공급한다.
그 밖에 축산업도 성한 편이다. 젖소와 닭은 전업화 경향이 뚜렷하여 부산광역시 근교인 김해시 양산시 등지에서 많이 사육되고 있다. 그밖에 돼지·사슴·꿀벌 등도 많이 사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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