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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인터뷰

[신기술신제품]지열히트펌프시스템-농업공학연구소 이용범 실장

“땅 속의 열(熱)로 40년 동안 냉난방비 걱정 마세요”
농업공학연구소 개발 ...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 ‘촉매제 역할’
초기투자비용 비싼 것이 ‘흠’... 정부 지원으로 해결해야

우리나라는 지난 87년 ‘대체에너지 개발 촉진법’이 제정되면서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높여갔다. 이런 가운데 80년대말 태양열을 이용한 주택 공공건물을 줄줄이 지어졌으나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지난 97년부터 2006년까지 ‘에너지 기술 개발 10년 계획’을 수립, 대체에너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대체에너지를 입법화해 현재 900평 이상 공공건축물에는 항상 건축비의 5%를 대체에너지 시스템에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에너지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현재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모든 에너지원을 태양열, 지열, 풍력 등으로 대체하자는 제안을 말한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 농업공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주목할 만한 신기술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용범 연구관을 주축으로 개발된 이 기술은 국내 최초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동안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한층 낮췄다. 그를 만나 자세한 개발 배경에 대해 들어보았다.

난방비 비교, 기름보일러:지열보일러=39만원:7만원

부산 원예연구소와 합동으로 지난 2003년 1월 연구를 시작한 연구팀. 지난해까지 2년간 연구를 마친 연구팀은 올 한해를 실험 기간으로 설정하고 ‘지열히트펌프시스템’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다.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쉽게 얘기해 땅 속에 파이프를 묻어 연중 내내 상온의 열을 받아 온실 등 시설작물재배지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즉, 이러한 기술이 예정대로 내년부터 상용화되면 농민은 기름 한 방울 사용하지 않고 약 40년간 지열로 온실을 가꿔 나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이용범 연구관은 “작목과 지역별로 초기 투자비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현재 기름보일러보다 훨씬 많이 투입되는 것이 단점”이라며 “현재 5천만 원인 초기 설치비를 3천만 원까지 낮출 계획에 있다”고 말했다.

보일러 하나 설치하는 데 3천만 원을 투자하라고 한다면, 사실 영세한 농민들 입장에서 보면 불가능한 현실 속의 ‘꿈’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축열식 냉난방 시스템을 이용한 ‘지열보일러’로 겨울에는 온풍을, 여름에는 냉풍을 약 40년간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생각을 달리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 10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농민에 대해 지원금을 약속한다면, ‘꿈’은 더욱 빨리 피부에 와 닿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연구관이 밝힌 3천만 원의 초기 투자비용은 300평 온실을 기준으로 삼은 금액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물을 끓여 열을 저장하는 ‘축열조’를 보다 크게 만들면 시설비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의 열효율은 기름보일러의 약 3배 정도 상회해 유지비는 거의 들지 않는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다만, 300평을 기준으로 했을 때, 히트펌프를 돌리는 전기세가 월 30만원 안팎으로 소요될 뿐이다.

실제 연구소 측에서 조사한 기름보일러(경유)와의 겨울철 난방 유지비를 비교해본 결과, 약 81.2%까지 절감효과를 나타냈다. 지난해 3월 2일부터 28일까지 90평 온실에서 온풍기와 지열간의 경제성을 분석했는데, 온풍기는 경유 908리터를 소모하며 약 327kwh의 열효율을 발생해 39만493원을 난방비로 소모한 반면,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순수한 지열로 2001kwh의 열효율을 발생시켰지만 7만3,429원의 비용만 발생했을 뿐이다.

이연구관은 이에 대해 “모든 시설재배 농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 연중 927시간(1일 10시간 난방할 경우 약 100일간) 이상 난방을 하는 농가에게 매우 유리한 시스템”이라면서 “초기 투자비 회수기간이 약 8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연구소 측이 이러한 난방비 경제성 비교만 조사한 것은 아니다. 냉방에 대한 경제성 연구도 병행했다. 그러나 여름철 에어컨을 사용하는 농가가 몇 되지 않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열보일러를 이용하면 작물의 웃자람이 없어지고 냉방비에 대해서도 약 67% 정도 절감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결과적으로 과실의 상품화도 5% 정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죠.”

이를 토대로 초기 투자비용까지 따져보면, 대략 지열보일러를 이용할 경우 기존 기름보일러와 에어컴을 사용했을 때 보다 연중 내내 16% 정도의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연구관은 “지열보일러를 이용하려면 1년 내내 타 지역보다 추운 곳에서 고온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보다 추운 지방에서 고온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게 유리”

그렇다면 이러한 지열보일러의 원리는 무엇일까. 땅 속의 온도는 3m만 파고 내려가면 1년 내내 15℃ 내외의 상온을 유지한다고 한다. 바로 이런 점에 착안,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원래 히트펌프라는 것이 미국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냉매를 이용해 기체와 액체의 순환에 있어 잡열과 협열을 모두 잡아낸 것으로 기존 기름보일러의 원리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

“물을 100℃로 끓일 때와 전기를 100℃로 가열할 때의 에너지 효율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런 점에서 에너지 효율이 기존 기름보일러가 100이라고 할 때, 지열보일러는 350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죠.”

세계적으로 현재 화석에너지의 고갈로 인해 ‘대체에너지’ 개발은 매우 활발한 상태다. 이미 미국에서는 약 50만개 이상 지열보일러가 보급돼 있으며(2000년 기준), 덴마크와 일본 등도 대체에너지 이용을 활발히 진행 중에 있다.

이러한 미국의 선진 기술을 습득해 국내에 들여와 이른바 ‘지열보일러’를 가동하고 있는 업체도 국내에 매우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온실 온도를 15℃로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전한다. 이런 가운데 개발된 정부의 지열시스템 개발은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개발해 낸 대체에너지원은 거의 없다. 경제 규모 세계 12위,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 석유소비량 세계 6위, 수입량 4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할 만한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체에너지의 선진국인 덴마크(보급률 10.83%;2000년 기준)에 비해 아직 미미한 수준(보급률 2%;2004년 기준)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이지만, 겨울철 난방비로 농가들은 생산비의 30~40%를 사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큰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네덜란드와 일본은 15~20% 수준에서 난방비를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태양이 존재하는 한 지열을 이용한 보일러 시스템은 무한한 에너지원이 될 것입니다. 땅 속에 매설되는 지하열교환기의 수명도 40년 이상 돼 반영구적이라 할 수 있죠. 다만, 한번 땅에 매설되면 AS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점에서 볼 때 큰 장점이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겨울이 오면 으레 주유소에서 기름을 구입해 온실의 상온을 유지했던 농가들에게 정부의 친환경 정책 및 대체에너지 기술 개발 일환으로 지열시스템 지원이 이뤄진다면, 겨울철 기름값과 여름철 전기료를 걱정하지 않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다음은 농업공학연구소 이용범 연구관과의 일문일답.

-땅에 매설하는 열교환시스템의 장소는 어느 정도 돼야 하나.
신축 온실의 경우 열교환시스템을 먼저 매설하고 그 위에 온실을 올리면 된다. 그러나 기존 온실의 경우 온실 옆에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 만약 빈 공간이 없다면 수직으로 매설하게 되는 데 이때 비용은 약 2배 정도 가량 더 투입된다고 봐야 한다.

-공사기간은 어느 정도면 되나.
300평을 기준으로 했을 때, 토목공사가 약 4일, 성능시험이 약 6일 정도 소요된다. 총 10일 정도면 설치가 완료될 수 있다.

-열교환시스템의 열량 부족으로 인해 추가 매설할 경우 어떤 상황이 발생하나.
열교환시스템을 매설하기 이전에 연구소 측에서 먼저 부하 량을 계산해 낸다. 모든 측정이 끝나면 적정한 코일의 매설 량을 산출해 내는데, 이때 최근 15년간 기상청의 기후 통계 자료를 분석해 참고하게 된다. 추가로 매설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기에 적정한 열효율 량을 정확하게 계산해 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상용화하는 업체는 선정했나.
아직 공식적으로 선정한 단계는 아니다. 다만 초기 연구를 시작할 때 합동으로 민간 업체에서 공동 연구를 실시했기 때문에 그들에게 우선권을 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특허가 출원돼 있는 기술이 있어 기술사용료를 받고 넘길 계획에 있다.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을 설치하면 유지비가 전혀 들지 않는가.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돼서 그렇지 한번 설치하면 전기세를 제외하고는 약 40년간 냉난방비는 들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다만, 펌프와 순환파이프의 교체 주기에 따라 소모비용이 발생할 뿐이다.

-300평 기준으로 했을 때 5천만 원의 초기 투자비용이 든다고 했는데, 기름보일러에 비해 너무 비싼 것 아닌가.
사실 농가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초기 투자비용을 약 3천만 원까지 끌어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보다 손쉽게 농가에게 보급됐으면 좋겠다.

-개발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열교환시스템이 일단 땅 속에 매설되면 ‘센서’만 밖으로 돌출돼 있고 나머지는 땅에 묻혀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런 면에서 열이 샌다거나 시공할 때 ‘날림공사’를 하게 되면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가정에서의 보일러 공사를 생각하면 된다. 보일러 배관을 교체하기 위해 구들장을 모두 뜯어내는 불상사가 일어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