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P’냐 ‘친환경’이냐는 오로지 농민의 선택이다”
2006년 본격 시행될 GAP vs 친환경농산물 “서로 다른 개념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본원 품질관리과 GAP 담당자는 총 3명이다. 국내 GAP를 관리하는 인력은 총 121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배치돼 있는 인력은 80여명. 이런 점에서 품질관리과에서는 행자부에 2006년 인력 소요 판단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놓았지만 대답은 없다. 현재 농업 부분 최대 관심사를 ‘친환경’이라 할 때, 관리 담당 인력이 매우 부족해 이들 최대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현재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GAP(우수농산물관리제도) 때문에 연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357개 농가를 시범적으로 운영했고, 올해 약 700개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신청 농가가 2,200여개나 돼 시범 농가의 수를 다소 늘리기로 했다고.
아직 법안이 개정된 것도 아니지만 GAP는 관리기준을 마련할 정도로 2006년 시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GAP가 출범하면 친환경농산물에 다소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지만, 그들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이해해달라”고 주문했다.
GAP와 친환경농산물을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현재,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GAP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 봤다. 이수일씨와의 인터뷰에 같은 科 조동근 사무관도 동석했다.
다음은 농산물품질관리원 품질관리과 조동근 사무관 및 이수일씨와의 일문일답.
- 친환경농산물과 GAP의 차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아주 간단하다. 친환경농산물은 농약과 비료 등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아주 적게 사용한 농산물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GAP는 농약과 비료를 안전 사용 기준에 맞춰 재배과정에서부터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수확 후 관리에 중점을 둔 것이 바로 GAP다. 수출입농산물에도 적용되는 품질 기준이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위생면에 있어서는 GAP가 친환경농산물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수확 후 처리과정에서 보다 더 안전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Farm to Table이라 생각하면 좋다.
유기농인 친환경의 경우 농약 사용을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다소 비위생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지 이분법적 논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 현재 GAP의 시행 과정은 어떠한가.
올해 700개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운영하려고 했다. 그러나 2,200개 농가가 신청해 실제 예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신청 농가가 많아 걱정이다. 약 950여개 정도로 승인해 줄 방침이다.
우선적으로 APC 시설과 위생처리 시설에 중점을 두고 심사할 것이며, 토양과 수확물에 대해서도 중점 심사할 계획이다. 아직 발표는 하지 않고 있다.(2005년 3월 3일 현재)
- 가장 궁금한 것이 판매 가격일 것이다. 친환경 농산물과 비교해 GAP 기준에 부합해 생산된 농산물 중 어느 것이 더 비쌀까.
친환경과 비교해서 가격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후 등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생산량이 유동적인 친환경 농산물에 비해 다소 값이 싸질 것이라 생각된다. 품질인증 농산물과 비교해서는 다소 비슷할 것으로 본다. 물론 일반 농산물보다는 비쌀 것이다.
- 소비자들이 이러한 친환경 농산물과 GAP로 인해 혼란을 겪을 소지도 많아 보이는데.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길 밖에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현재 친환경농산물의 네 가지 종류로 나뉘어져 있는 것을 내년부터는 통합할 계획에 있다. 친환경은 최소 3개로 맞춰질 것으로 보이며, 친환경농산물로 분류됐던 ‘저농약농산물’은 GAP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 업무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가.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 지난해부터 행자부에 꾸준히 건의했다. 지난해 약 80명으로 운영했는데, 최소 관리 인원이 120명 정도는 있어야 한다. 내년 GAP 인증 신청 농가가 1만여개로 추산되는 가운데, 전국 84개 출장소에 1명씩만 배치해도 84명이라는 인력이 나온다.
초기 단계에서의 인증농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적정단계까지는 출장소별 관리인력이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와 병행하기 때문에 1명씩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 인증 업무는 친환경 농산물과 비슷한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농관원에서 인증하는 것을 배제하고 모두 민간기관에 넘길 계획에 있다. 농협과 농수산물유통공사, (사)한국생약협회 등 3개 기관과 협의해 놓고 있다. 올 4월 경 법안이 마련되고 시행령과 규칙이 나오면 바로 신설될 부분이다. 그렇게 되면 연말이나 내년초에 본격 시행될 것이다. 사후관리만 농관원에서 추진할 것이다.
- 농민 입장에서 볼 때 친환경 농산물과 GAP 농산물을 동시에 취득할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다시 말해 친환경 인증은 정부에서 내주는 것이고, GAP 인증은 민간에서 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통적으로 정부에서는 사후 관리에 책임을 지고 있다. 농민으로써는 선택하면 된다. 혹은 둘 다 신청해도 무방하다.
- 농산물 수출을 위해 GAP가 개설됐다고 하는데.
맞다. 친환경 인증으로는 수출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기준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소 완화된 GAP 기준으로 인해 수출품들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할 수 있게 됐다.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같은 것들이 수출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GAP 발효하기도 전에 현재 수입하려고 아우성이다.
현재 GAP는 170개 항목에 걸쳐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는데, 현재 계속 보완 중에 있다. 이런 점에서 GAP라 함은, 현재 최고의 농업기술을 토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품질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는 셈이다.
유럽은 현재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전 중에 있고, 미국은 병원성 미생물에 매우 민감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유럽과 미국의 통합된 형태로 GAP가 탄생됐다고 볼 수 있다.
- GAP는 농약 사용이 가능한 관리 기준인데, 농약 사용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그런 점에서 GAP는 농산물 이력제를 철저하게 도입할 계획에 있다. 생산에서 판매될 때 까지 농관원에서 감시할 것이다. 잔류 농약 문제도 매우 민감한 것이라 특히 주의해서 감시해 나가야 한다.
바코드를 이용해서라도 농산물 이력제를 철저히 지켜나가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생산이력시스템을 도입할 수도 있고, 휴대폰을 이용한 모바일 이력제를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것이다. 나머지는 민간 기구에 일임할 생각이다.
- 시범 농가를 운영하면서 취소 처분을 받은 농가도 있는가.
취소율은 약 30~40% 정도 된다. 미등록 농약을 사용한 농가도 있었고, 생산이력에 대한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은 농가도 있었고, 중도에 포기한 농가도 있었다. 매일 생산 이력에 대한 기록을 부지런히 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사실 농민이 그러한 기록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해안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생산 이력 기록은 민간기관에서 맡아 관리하도록 할 것이다.
- 지난 2003년 9개 농가, 2004년 357개 농가, 그리고 올해 950여개 농가를 GAP 시범 농가로 운영 중에 있다. 이들이 모두 내년부터 GAP 농가로 승인받는 것인가.
아니다. GAP는 1년 단위로 계약 한다. 민간 기구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농가를 제한할 생각은 없다. 올해 2,200역개의 농가가 신청했지만 내년에 약 1만여개의 농가가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기 때문에 내년에 신청해 인증받은 농가만이 GAP 마크를 달 수 있는 셈이다.
- 내년부터 GAP가 시행되면 친환경 농산물과 경쟁 구도로 가지 않겠는가.
그럴 필요는 없다. 개념이 다소 다르다. 다른 것이 더 많다. 친환경 농산물은 날씨에 매우 민감하다. 그러나 GAP는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아직까지 초기 단계라 뭐라 설명할 순 없다. 2010년 정도 돼야 개념이 확립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사실 지난해 GAP 시범 농가 중 대다수가 친환경 농산물 ‘저농약’으로 인증받은 농가였다. 이러한 공통분모 때문에 내년부터 ‘저농약’을 GAP로 통합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친환경농산물은 현재 판로가 매우 불안정하다. 생산해 놓고 판로가 없어 생산을 포기하는 농가도 많은 것으로 안다. 이런 점 때문에 GAP는 농협을 끌어들였다. 농협이 유통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이수일씨께 묻겠다. 친환경 농산물과 GAP 농산물 중 실제 구입해 먹으라면, 어떠한 것을 선택하겠는가.
대답하기 매우 곤란한 질문이다. 안전 기준을 우선 생각해 보겠다.
- 농민 입장에서 생산비를 따져볼 때, 친환경과 GAP 중 어느 것이 적게 소요될 것으로 보는가.
친환경 농산물은 재배과정에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것으로 안다. 이에 반해 GAP는 재배과정 보다 수확 후에 오히려 더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그런 점에서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 듯 하다.
- GAP 관련 예산을 밝힐 수 있는가.
과거 ‘품질인증’에서 ‘친환경’으로 분리될 때 예산이 좀 확보됐어야 했다. 품질인증과 친환경으로 1년에 약 9억원을 사용한다. GAP는 지난해 약 3억5천만원의 예산을 확보, 사용했다. 이는 모두 분석비용으로 처리됐고, 농가 지원비 포함해 올해 약 7억원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이 중 2억원은 연구용역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 내년부터 GAP가 시행됨에 있어 최대 걸림돌이 있다면.
GAP의 약용작물에 관한 부분이다. 현재 약용작물은 수확 전까지는 농관원이, 수확 후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담당 관리하고 있다. 이원화 될 소지가 다분하다. 현재 식약청 내에 담당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업무 소통에 매우 큰 부담이 있다.
또한 농가들이 아직 GAP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적극적으로 교육해 나갈 부분이다. 다른 인증과는 달리 수확 후 관리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신자유통센터의 위생이 매우 철저해야 할 것이다.
전북 김제의 산지유통센터가 좋은 본보기다. 미FDA 관계자들이 방한해 그 곳을 방문했을 때 매우 놀랐다고 한다. 한국의 품질 관리가 이 정도까지 와 있냐며 칭찬이 자자했다고 한다.
또한 현재 농림부에서도 친환경(식량정책국 친환경농업과)과 GAP(농산물유통국 소비안전과)는 다른 국에서 주관하고 있다. 이 점도 업무 혼선이 올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세계적인 추세로 봐도 GAP와 유기농의 인증 마크는 별도로 구분해 관리되고 있다. 이제 농가들이 선택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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