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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인터뷰

[친환경농업특집]인터뷰(3)-(사)흙살림 이태근 회장

[친환경농업특집]인터뷰(3)-(사)흙살림 이태근 회장

“철저한 봉사정신으로 할 일을 하는 것 뿐”
매년 100여건 친환경 인증 내줘 ... “수입농산물, 사실상 친환경 없다”


농관원은 지난 2002년 1월 정부에서 일임하고 있던 ‘친환경 농산물 인증’에 대한 권한을 민간기구로 이양하기 시작했다. (사)흙살림은 그러한 친환경 농산물 인증 민간기구 제1호인 셈이다. 그 후 정부는 (사)양평환경농업 등 지금까지 총 9개 민간기구에 권한을 승인해 주고, 전체 인증 건수 대비 약 8~9%를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 중 현재 가장 많은 인증 건수를 내주고 있는 곳이 바로 (사)흙살림과 (사)양평환경농업이다. 이들은 각각 지난 2002년 345건과 274건, 지난해에는 흙살림 178건, 양평21 391건의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 승인해 줬다.

그러나 민간기구 모두가 이들과 같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구로 승인 받은 모협회 관계자는 “사실 정부에서 명확한 민간기구에 대한 선을 그어줘야 한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승인을 내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정부에서는 점차 민간기구로 인증권을 넘겨줄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의 눈에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리는 듯 하다.

그는 이어“농민 입장에서 정부와 민간기구 중 과연 누구에게 인증 받으려고 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열악한 환경에 처한 민간기구의 건전한 경쟁구도 및 경제적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100% 인증권을 민간기구에 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농산물을 어렵사리 생산한 농민들이 아무래도 민간기구보다는 정부를 택해 인증을 받으려고 한다는 얘기다. 수수료 3만원 받고 총 42일간 심사 기일을 지키기에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민간기구 중 가장 많은 인증을 내준 (사)흙살림의 경우는 어떠할까. 이태근 회장을 만나 자세히 들어봤다.

다음은 (사)흙살림 이태근 회장과의 일문일답.

- (사)흙살림에 대해 소개해 달라.
지난 91년 설립돼 본인이 96년도부터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친환경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승인된 이후 지금까지 총 260건 정도 수행해 내고 있다. 1년에 약 80~100건 정도는 인증해 주고 있는 듯 하다.
당시 2002년도에 민간기구로 이러한 인증기관으로 승인해 달라고 하는 곳이 우리 밖에 없었다. 유기농에 대한 꾸준한 관심의 결과였다. 사실 농가에 친환경 농산물에 대해 인증을 해주려면 1개 농가당 약 1년가량 소요된다. 심사원은 수시로 출장을 나가야 하고 자금이 많이 소모되는 것은 사실이다.

- 현재 (사)흙살림에는 몇 명의 심사원이 근무하고 있는가.
심사원은 상근직이 아니다. 그들의 경비를 충당할 순 없다. 출장비는 모두 농민이 부담한다. 현재 프리랜서로 15명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재정적 어려움은 거의 겪지 않는다.

- 친환경 농산물 인증에 있어 어려움은 없는가.
불만은 크게 없다. 그러나 현재 10%도 안 되는 민간기구들의 활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늘어나야 할 것이다. 정부도 100% 민간기구에 이양한다는 계획을 확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신청하는 농가의 인증 확률은 얼마나 되는가.
약 60~70% 된다. 농민들의 판단 문제다. 흙살림 회원 8천여 농가 중 약 2천여 농가가 승인을 받았다. 국내 유기농산물의 50%는 우리 흙살림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번 탈락하게 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므로 매우 심사숙고해야 한다.

- 농가에게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부여한 후 사후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심사원들이 수시로 농가를 방문한다. 또한 농산물이 출하되면 농약 검사를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인증에 대한 취소 권한도 있다. 취소한 적도 있다. 친환경 인증은 농민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사실 속이려 들면 누가 속지 않겠는가. 자부심 문제다. 우리는 봉사단체를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NGO가 다 그런 것 아닌가.

- 현재 대한민국은 친환경 농산물 열풍이 불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무조건 목표를 높이 세운다고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산과 유통, 인증 시스템이 보다 확실하게 협력돼야 한다. 그래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 전체 농업을 위해서는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말처럼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과거 15년전 만 해도 우리나라의 친환경이란 말은 거의 전무했다. 현재 그 때와 비교하면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다는 성과가 있다고 하겠다.

- (사)흙살림에서 인증을 내준 농가가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 진정 믿고 먹을 만 한가.
그렇다. 믿고 먹어도 된다. 지난 3년간 인증 활동을 하면서 보람도 많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우리의 위상이 올라갔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역할을 다 했을 뿐이다. 예전에는 다소 무시당하는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매우 안정돼 있다.

- 이러한 민간기구의 철저한 인증 시스템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농민들은 아직까지 국가 인증기관을 더 선호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사실 현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많은 부분 일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국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를 우대하고 장사도 국가가 해야 한다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안타깝다. 국가가 경영을 잘 못하면 국내 대기업들이 국가를 경영할 것인가? 그렇진 않다.

- 향후 (사)흙살림은 어떠한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가.
친환경과 유기농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 나갈 것이다. 또한 앞으로 수입유기농산물에 대한 경쟁 시대에 적극 대처해 나갈 것이다. 현재 수입농산물은 인증을 내주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유기농산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유기농산물의 의미가 무엇인가. 지역(우리나라)내에서 순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농관원도 믿을 만 한 기관이다. 농민들의 소비자들을 속이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스스로의 자부심을 키워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