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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인터뷰

[인터뷰]정읍시청 건설과 최낙술 계장

“농민들 보상금 받아내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
개간비 지급 사례 없어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하천 개발은 크게 ‘치수사업’과 ‘이수사업’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하천협회 임충수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치수는 하천의 땅을 퍼내 토지를 휴식의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거나, 홍수에 대비해 수위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조성한다는 것이 이 사업의 골자다. 반면, 이수사업은 물을 이용해 토지를 개량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이수사업에 대한 개념 정리가 안돼 있는 실정이라고 전한다.
현재 대한민국내의 하천 중 이러한 치수 사업을 벌이고 있는 곳은 수 십여 곳에 달한다. 하천이 홍수에 대비해 잘 정비돼 있는 곳은 대부분 치수 사업을 거친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치수 사업으로 인해 수질이 좋아져 생태계가 복원되는 등의 효과를 우리는 종종 언론을 통해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토지를 개발하기 위해 국유지를 점유해 농사를 짓고 있는 지방 국가하천의 경우, 주변의 농민들에 대한 보상이 매번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한 전북 정읍시의 정읍천의 문제점을 통해 대한민국 하천 주변 농지 보상이 어떻게 진척되고 있는 지 진단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전북 정읍시청 최낙술 계장은 지난 2003년부터 정읍천 분쟁을 담당하고 있는 ‘정읍천’ 농지 보상 문제 담당 공무원이다. 그는 지금까지도 총 5.2km에 달하는 정읍천 농지 보상 문제를 놓고 농민들 편에 서서 보상금을 최대한 받아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쉽게 일이 풀리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다.

“현재 이 지역 하천은 익산국토관리청 소속으로 하천 부지에 대한 점용허가권을 갖고 있는 사람에 한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무허가 경작민에게는 아쉽게도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보상금을 지급할 길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가 말한 이 부분이 핵심이다.
정읍시의 확인 도장만 있으면 보상비에 개간비를 더해 더 큰 보상금을 받아낼 수 있고, 무허가 경작민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 농민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읍시측은 안타깝게도 확인 도장을 찍어줄 수 만은 없는 상황.

최계장은 “타 지역을 보더라도 이러한 개간비를 책정하거나 무허가 경작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사례가 단 한건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공무원이기 때문에 법 테두리안에서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사실 이 지역은 이미 지난 95년과 2000년 1, 2차에 걸쳐 점용허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신청자에 한해 조사를 실시한 후 시청에서 점용허가권을 내준 것.

“신청 기간인 줄 몰랐다는 농민과 고의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농민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더군요.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약한 주장이라 생각됩니다. 신청 기간이란 것을 특별히 정해놓은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정읍천 농지 보상과 관련있는 농민 91%가 신고해 보상금을 수령했습니다. 1㎡당 30원(1필지=4,000㎡=12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부하지 않은 농민이 보상금 제외 리스트에 오른 것이죠.”

한 마디로 타당한 사유가 없어 확인서를 발부할 수 없는 것이고, 이를 토대로 익산국토관리청은 보상금 지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현 상황, 보상금 지급 기준 없어”

정읍천의 치수 사업이 이뤄지면, ▶홍수시 상류의 침수가 방지되고 ▶하천의 형상이 살아나며 ▶제방이 없는 구간이 없어질 것이라는 게 정읍시측의 기대치다. 15만 정읍시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목적으로 시행 중인 이번 치수 사업은 새만금 유역의 국가 하천인 동진강의 하천이라 특별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최계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읍시가 관할하고 있는 343개 하천이 53.57%의 개수율을 보이고 있으며 국가하천 4개는 98.5%의 높은 개수율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이는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강수량이 많은 정읍시의 특이한 기후 여건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계장의 설명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정읍천 부근 농지를 보유한 농민들이 수령한 보상비(1㎡당 2,190원)는 연말 통계청에서 작성한 평균 소득 조사를 토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개간비는 1920년대 시작된 개간 전후의 사진 등 증거 자료가 있어야 하므로 쉽게 보상금을 받아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즉, 현재 어떠한 보상금도 내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만경강 치수 사업시 개간비를 지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확실한 증거 자료가 첨부되면 문제가 없다는 게 익산청 주장이다. 익산청은 정읍시에서 관련서류를 작성해 올리면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건설교통부 하천계획과 손옥주씨는 “해마다 이러한 일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하천뿐만 아니라 도로 건설 등에서도 왕왕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러한 분쟁에 대한 자료가 마련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익산국토관리청 보상과 이현구 계장도 이에 대해 “전라남북도를 통틀어 너무 광범위한 지역이라 타 지역의 분쟁 사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치수 사업을 시작하면 보상 문제는 으레 발생하는 일로 생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는 29,783km에 달하는 3,886개의 하천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중 2,981km 길이의 61개가 국가하천이다. 폭 2m 이상의 소하천 2만5천여 개까지 합하면 하천의 수는 줄잡아 3만여 개에 달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국가하천은 ‘하천법’의 소급 적용을 받지만 소하천은 행자부에서 발효 중인 ‘소하천정비법’에 관리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법률이 개간비와 무허가 경작민들의 농지 보상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어쨌든 전국 국가하천의 개수율은 지난해 말 현재 97.7%로 전국의 거의 모든 하천이 홍수 조절 및 제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하천의 개수율은 76~87%에 머물러 보다 많은 치수 사업을 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건설교통부는 오는 2011년까지 전국의 모든 하천 개수율을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개수율 100%의 의미는 뭔가. 이는 100%가 되기까지 앞으로도 전국의 하천 부근 농지는 보상 문제에 얽혀 분쟁의 소지를 남겨놓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농민의 터전은 농토다. 바로 이러한 농지가 그들의 삶의 터전인 셈이다. 농업의 국제화로 인해 규모화 경작이 유행어처럼 번지는 이 때, 농지 보상 문제는 농민이 안고 있는 최대의 현안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