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디지털사랑방, 그 속내는?
제2편 정보화마을,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PC 활용, 잘되고 있진 않아요”
행자부, 2001년부터 시행 … 현재 전국에 103개소 운영 중
본지는 ‘농촌의 디지털화’ 제1편 디지털사랑방에 이어 제2편 정보화 마을을 집중 분석해 본다. 행정자치부에서 지난 2001년부터 시행 중인 ‘정보화 마을’ 사업은 현재 전국에 103개가 개소돼 있으며, 올해 88개가 더 오픈할 예정에 있다. 1개 마을에 투자되는 금액이 5~6억원에서 많게는 8~9억원까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디지털사랑방’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가구당 PC가 1개꼴로 지원되는 점도 그렇고, 마을회관 등에 설치되는 ‘정보 센터’에도 에어컨, 무인민원서류발급기, 각종 교육 서적 등 많은 편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토대로 농촌의 디지털화 사업은 행자부에서 의도한 대로 잘 운영되고 있을까. 본지 취재팀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경기도 여주 그린투어 마을을 찾아가봤다. <편집자주>
한글97, 엑셀2000 등 뒤떨어진 교육서적 발행
그린투어마을은 대로변에 큰 이정표를 세워놓을 만큼 마을 홍보가 비교적 잘 돼 있는 듯 했다. 전국에 이미 100여개 이상 정보화 마을이 개소돼 있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경기도 여주군 그린투어마을도 비교적 잘 정비돼 있을 듯 했다.
그러나 막상 방문하고 보니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마을 120여 가구 중 현재 행자부에서 PC를 지원받은 가구는 총 80여 가구. 행자부의 의도대로 마을 커뮤니티 형성과 전자상거래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 정보화선도자인 000씨에게 물었다.
“솔직히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노인 분들 연세도 있으시고……. 젊은 친구들이 없으니 PC를 제대로 다룰 수 있나요. 여름 방학 때 이렇게 인근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원 봉사 와 주는 것을 빼면, 별 다른 효과를 거두고 있지 않는 듯 합니다.”
취재팀이 방문했을 당시,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 자원 봉사를 나와 주민들의 PC 교육과 수리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학점을 위해 1주일간 무료 봉사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정보센터는 현재 그들의 차지다. 평소에는 주민들이 몇 명 방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보센터의 실내는 리모델링으로 매우 깔끔했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해 30도를 웃도는 외부 온도와 차이가 컸다. PC 총 11대와 프린터기, 스캐너가 구석에 설치돼 있으며, 한글97, 엑셀2000, 파워포인트2000 등 각종 프로그램 교육 서적이 꽤 많이 비치돼 있다.
디지털사랑방 지원 마을인 경기도 여주군 성신마을의 박종만 이장의 말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그는 “한참 뒤 떨어진 프로그램과 책을 비치해 두면 무엇 하냐”며 “PC 사양에 못 따라가는 그런 책은 쓸모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MS 프로그램이나 한글 워드 프로그램은 이미 2000버전과 97버전을 뛰어넘어 새로운 버전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PC에 대한 활용 시한을 5년으로 잡았을 때, 매우 뒤떨어진 교육 서적 발행이 아닐 수 없다.
그린투어 마을 한쪽에 비치된 ‘무인민원서류발급기’도 현재 설치만 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000씨는 “저거 운영하려면 매달 얼마씩 정부에 내야 한다”며 “처음부터 운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처음부터 설치만 해 놓고 새 기기를 먼지만 쌓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마을 채택된 후, 고향 내려와 IT 사업합니다”
정보화선도자인 000씨는 순수 자원봉사자다. 그런 그가 “그래도 정보화 마을 이후 실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PC와 초고속 인터넷 망이 깔린 이 후, 동네 주민 중 한 사람은 서울에 있던 사무실을 빼 이 곳으로 이사 왔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000사 서울지사장이었던 000씨는 “영국과 대개 이메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굳이 서울에 사무실을 둘 필요가 없었다”며 “공기 좋고 물 좋은 고향에 내려와 사무실을 차리니 한결 낫다”고 이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정보화 마을’은 물 만난 고기처럼 PC와 인터넷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람이 불과 1%도 안 된다는 데 있다. 실제 농촌의 주민은 독거노인을 비롯, 노인들이 대부분이며 주민들도 PC에 대한 필요성을 그다지 못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PC보다는 생필품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정보화 사업은 마을 커뮤니티 및 전자상거래로 인한 소득 증대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할 정도로 ‘게임방’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처음 선정될 때 전자상거래를 위해 2년간 유예 기간을 설정했어요. 정보센터에 있는 PC 구입 비용을 마을 주민들이 각각 개별 부담 했거든요. 내년 7월이면 만 2년 되는데요. 그 전에 특산물을 선정해 상거래화 시켜야 하는데 고민이 많아요. 이 지역에 특산품이 없거든요.”
여주쌀은 꽤 유명한 특산품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판로를 개척해 판매하고 있어 신규 진입이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행정자치부 지역정보화과 이대영 계장은 정보화 마을 선정 기준에 대해 “정보화가 소득과 연결되면 아주 좋은 입지 조건”이라며 “관광지 및 특산물이 연계되면 우선 선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여주 그린투어 마을은 무엇인가. 특산품도 아직 선정되지 않았고 인근에 관광지도 없다. 매년 3: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화 마을 선정에 대한 의혹이 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행자부, “10년 내 전국 모든 읍면 인터넷 활용하게”
현재 정보화 마을을 시행 중인 마을은 전국에 약 100여개다. 각 시도에 약 6개 정도가 분포돼 있다는 결론이다. 무조건 칭찬할 수도 없지만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점이 많다. 농촌 경제의 열악함과 유동적인 인구 밀도, 농촌의 도시화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하나, 현재 농촌의 정보화 마을은 비교적 그들에게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둬야 할 듯싶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를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줬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행정자치부 지역정보화과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현재 전국에 읍면을 기준으로 했을 때 1,400여개의 마을이 있다”며 “이 모든 마을이 10년 내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PC는 있으나 인터넷이 되지 않았던 미개척 지역에 대한 인터넷 활용은 어쩌면 큰 변화일 수도 있다. 인터넷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농촌과 도시의 정보 격차를 줄인다는 목표에도 크게 근접할 것이다.
다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보화 마을이나 디지털사랑방이나 모두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으므로, 모두 신중을 기해 선정 및 목표 설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복 투자로 인한 네트워크 이중화는 추후 국민 세금만 부담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농경21 2004년 인터넷판 게재-
제2편 정보화마을,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PC 활용, 잘되고 있진 않아요”
행자부, 2001년부터 시행 … 현재 전국에 103개소 운영 중
본지는 ‘농촌의 디지털화’ 제1편 디지털사랑방에 이어 제2편 정보화 마을을 집중 분석해 본다. 행정자치부에서 지난 2001년부터 시행 중인 ‘정보화 마을’ 사업은 현재 전국에 103개가 개소돼 있으며, 올해 88개가 더 오픈할 예정에 있다. 1개 마을에 투자되는 금액이 5~6억원에서 많게는 8~9억원까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디지털사랑방’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가구당 PC가 1개꼴로 지원되는 점도 그렇고, 마을회관 등에 설치되는 ‘정보 센터’에도 에어컨, 무인민원서류발급기, 각종 교육 서적 등 많은 편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토대로 농촌의 디지털화 사업은 행자부에서 의도한 대로 잘 운영되고 있을까. 본지 취재팀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경기도 여주 그린투어 마을을 찾아가봤다. <편집자주>
한글97, 엑셀2000 등 뒤떨어진 교육서적 발행
그린투어마을은 대로변에 큰 이정표를 세워놓을 만큼 마을 홍보가 비교적 잘 돼 있는 듯 했다. 전국에 이미 100여개 이상 정보화 마을이 개소돼 있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경기도 여주군 그린투어마을도 비교적 잘 정비돼 있을 듯 했다.
그러나 막상 방문하고 보니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마을 120여 가구 중 현재 행자부에서 PC를 지원받은 가구는 총 80여 가구. 행자부의 의도대로 마을 커뮤니티 형성과 전자상거래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 정보화선도자인 000씨에게 물었다.
“솔직히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노인 분들 연세도 있으시고……. 젊은 친구들이 없으니 PC를 제대로 다룰 수 있나요. 여름 방학 때 이렇게 인근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원 봉사 와 주는 것을 빼면, 별 다른 효과를 거두고 있지 않는 듯 합니다.”
취재팀이 방문했을 당시, 인근 대학교 학생들이 자원 봉사를 나와 주민들의 PC 교육과 수리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학점을 위해 1주일간 무료 봉사를 펼치고 있는 중이다. 정보센터는 현재 그들의 차지다. 평소에는 주민들이 몇 명 방문하지 않는다고 한다.
정보센터의 실내는 리모델링으로 매우 깔끔했다. 에어컨 바람이 시원해 30도를 웃도는 외부 온도와 차이가 컸다. PC 총 11대와 프린터기, 스캐너가 구석에 설치돼 있으며, 한글97, 엑셀2000, 파워포인트2000 등 각종 프로그램 교육 서적이 꽤 많이 비치돼 있다.
디지털사랑방 지원 마을인 경기도 여주군 성신마을의 박종만 이장의 말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그는 “한참 뒤 떨어진 프로그램과 책을 비치해 두면 무엇 하냐”며 “PC 사양에 못 따라가는 그런 책은 쓸모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MS 프로그램이나 한글 워드 프로그램은 이미 2000버전과 97버전을 뛰어넘어 새로운 버전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PC에 대한 활용 시한을 5년으로 잡았을 때, 매우 뒤떨어진 교육 서적 발행이 아닐 수 없다.
그린투어 마을 한쪽에 비치된 ‘무인민원서류발급기’도 현재 설치만 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000씨는 “저거 운영하려면 매달 얼마씩 정부에 내야 한다”며 “처음부터 운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즉, 처음부터 설치만 해 놓고 새 기기를 먼지만 쌓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마을 채택된 후, 고향 내려와 IT 사업합니다”
정보화선도자인 000씨는 순수 자원봉사자다. 그런 그가 “그래도 정보화 마을 이후 실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PC와 초고속 인터넷 망이 깔린 이 후, 동네 주민 중 한 사람은 서울에 있던 사무실을 빼 이 곳으로 이사 왔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000사 서울지사장이었던 000씨는 “영국과 대개 이메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굳이 서울에 사무실을 둘 필요가 없었다”며 “공기 좋고 물 좋은 고향에 내려와 사무실을 차리니 한결 낫다”고 이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정보화 마을’은 물 만난 고기처럼 PC와 인터넷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사람이 불과 1%도 안 된다는 데 있다. 실제 농촌의 주민은 독거노인을 비롯, 노인들이 대부분이며 주민들도 PC에 대한 필요성을 그다지 못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PC보다는 생필품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정보화 사업은 마을 커뮤니티 및 전자상거래로 인한 소득 증대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할 정도로 ‘게임방’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처음 선정될 때 전자상거래를 위해 2년간 유예 기간을 설정했어요. 정보센터에 있는 PC 구입 비용을 마을 주민들이 각각 개별 부담 했거든요. 내년 7월이면 만 2년 되는데요. 그 전에 특산물을 선정해 상거래화 시켜야 하는데 고민이 많아요. 이 지역에 특산품이 없거든요.”
여주쌀은 꽤 유명한 특산품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판로를 개척해 판매하고 있어 신규 진입이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행정자치부 지역정보화과 이대영 계장은 정보화 마을 선정 기준에 대해 “정보화가 소득과 연결되면 아주 좋은 입지 조건”이라며 “관광지 및 특산물이 연계되면 우선 선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여주 그린투어 마을은 무엇인가. 특산품도 아직 선정되지 않았고 인근에 관광지도 없다. 매년 3: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화 마을 선정에 대한 의혹이 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행자부, “10년 내 전국 모든 읍면 인터넷 활용하게”
현재 정보화 마을을 시행 중인 마을은 전국에 약 100여개다. 각 시도에 약 6개 정도가 분포돼 있다는 결론이다. 무조건 칭찬할 수도 없지만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점이 많다. 농촌 경제의 열악함과 유동적인 인구 밀도, 농촌의 도시화 등 여러 가지 사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하나, 현재 농촌의 정보화 마을은 비교적 그들에게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둬야 할 듯싶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교두보를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 줬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행정자치부 지역정보화과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현재 전국에 읍면을 기준으로 했을 때 1,400여개의 마을이 있다”며 “이 모든 마을이 10년 내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PC는 있으나 인터넷이 되지 않았던 미개척 지역에 대한 인터넷 활용은 어쩌면 큰 변화일 수도 있다. 인터넷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농촌과 도시의 정보 격차를 줄인다는 목표에도 크게 근접할 것이다.
다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보화 마을이나 디지털사랑방이나 모두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으므로, 모두 신중을 기해 선정 및 목표 설정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복 투자로 인한 네트워크 이중화는 추후 국민 세금만 부담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농경21 2004년 인터넷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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