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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sk]한잔합시다 - 인턴사원들

“SK만의 사람 냄새를 느끼고 싶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경제난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져 있는 듯 합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미 한국의 경제가 절정에 닿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경제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런 가운데 젊은이들의 취업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모취업전문사이트에서 직장인 53만7,689명을 대상으로 근속기간을 조사한 결과, 1년 미만 근속자 12만3,527명 중 65.7%(8만1천157명)이 20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신입구직자 1,123명 중 32.9%(369명)는 취업 후 연봉이나 근무환경 등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다시 구직활동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고요. 그렇다면 SK 그룹에 입사를 확정지어 놓은 인턴사원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현재 상태로 놓고 보자면 가히 축복받은 인생이라 할 만 하지 않을까요?

<참석자>
SK커뮤니케이션스 조윤정(23) 충북 청주 태생. 불어불문학 전공.
SK텔레텍 허재강(27) 서울 태생. 경영학 전공.
SK건설 강승민(27) 경북 구미 태생. 경영학 전공.
SKC&C 이선종(27) 경기 분당 태생. 경영학 전공.


# PM 08:00 + 인사

“안녕하세요?” 오늘 참석한 4명이 인사를 건넵니다. 다들 처음 보는 얼굴들이지만,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익숙한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문화 때문일 겁니다. 이미 입사가 확정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 또한 있네요. 혹 인터뷰에 응하고 나서 입사가 결정되지 않으면 어찌될까 라고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군요. 걱정 마세요. 그럴 일 없을 겁니다. 하하.

조윤정 저는 순전히 싸이월드 때문에 입사 지원을 하게 된 케이스예요. 싸이홀릭이라 할 만큼 중독이죠. 그런데 중독된 것만으로 SK커뮤니케이션스에 입사 지원을 한 것은 아녜요. 제가 중독된 이 곳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그 사람들과 함께 부딪히고 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으니까요. 제가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요. 싸이월드에 대해 평을 하자면, 하나의 일기장 같기도 해요. 펜과 연필만 없을 뿐이지 하루를 마감하는 때에 싸이 만큼 든든한 친구가 돼주는 것도 드문 듯 합니다.
허재강 저도 조윤정씨와 비슷한데요. IT에 관심이 많았죠. 모바일의 가능성을 항상 생각했어요. SKY를 제조하는 곳에서 꼭 일해보고 싶었답니다.
강승민 저희 학교에서는 1, 2학년 때 C기업이 큰 이슈로 받아들여졌어요. 기업문화가 좋다는 이유죠. 상사와 부하직원이 모두 ‘님’을 붙여 호칭하는 것도 신선했거든요. 그러나 저는 건설 분야가 좋았습니다. 인사 파트를 맡고 싶은 것도 우수한 인재를 건설 현장에 투입시키고 싶은 열망이 꿈틀댔다는 데 있습니다. 건설 회사들이 망하면 ‘책상과 사람만 남는다’고 하잖아요. 특히 SK건설에서 인재 양성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선종 저도 IT에 관심이 많아요.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나이와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해 고민하고 있던 차에 학교에 채용 공고가 떴더라고요. 이때다 싶었죠. C&C를 지원한 것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본 것이죠. 내가 하고픈 일을 원하는 기업에서 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요?

모두들 남다른 입사 지원 동기를 밝혀주셨네요. 딱딱하게 면접 보는 것도 아니고 이런 질문은 좀 그렇죠? 하지만 현재 취업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이 상반기에는 몇 명 취업되긴 했어요. 그러나 하반기 취업은 제가 처음예요. 주위에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위에서 놀라죠. 취업됐다고 하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친구들도 꽤 있었어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제일 기뻐하시죠.
허 친구들과 괴리감이 없을 순 없어요.
이 이러한 취업난은 제 생각에 경력직 선발 위주로 채용이 이뤄진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거든요. 신입을 선발해 2~3년 공을 들여야 비로소 ‘돈’이 되는 인재들로 변하는 데 그 시간을 단축하고 싶은 거죠. 이해합니다. 회사의 돈은 경력 3년 이상 된 경력자들이 벌어다 주는 것이잖아요.
허 70년대 제2차 베이비붐의 영향도 있을 겁니다.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죠.
강 구직자들이 눈을 낮춰야 하는 것도 있어요. 대기업 경쟁률은 수 천대를 넘어서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역시 자신의 길을 정하고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브랜드 밸류를 깊이 있게 생각지 않아도 될 듯해요. 다소 언론들의 과장된 취업난 정보도 있다고 봅니다만,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될 듯싶어요.
이 중소기업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정말 중소기업의 정보가 턱없이 부족해요. 좋은 곳이 정말 많거든요.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일례로 S양회는 순이익이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회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입사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겁니다. 수치로 계산된 인터넷 채용 사이트에서 회사 소개는 별다른 신뢰를 주지 못합니다.
조 구직자의 성향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어요. 획일화된 기준 있잖아요. 토익은 몇 점 이상 되어야 한다, 학점은 몇 점 이상 되어야 한다 는 식의. 수치화된 기준에 맞추려고 구직자들은 획일화 되어 가고 있는 듯해요. 분명 수치가 중요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구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채점할 수 있는 면접 방식도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례로 모 호텔에서는 실제 고객을 면접관으로 초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M 포털 사이트에서는 메신저로 면접을 본다고 합니다. 결국 구직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 지에 대한 평가 기준 툴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 PM 08:40 + 술자리

대학교 4학년이면 술을 많이 먹을 때는 아닐 수도 있지요. 허나 술을 배우는 단계에 있다 보니 먹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평소 술을 많이 드세요?

허 예전보다 확실히 술자리가 많이 줄어들었어요.
이 끼리끼리 문화가 더 번성했죠. ‘이 정도면 내 울타리가 만들어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말예요.
강 몇 명이랑 술을 마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싸이 1촌이 몇 명인가가 중요하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어요. 제가 아는 친구는 랜덤으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케이스도 있거든요. 하하.(싸이월드의 랜덤 : 싸이월드 미니홈피 우측 중간에 ‘랜덤홈피로 바로가기’란 아이콘이 있다. 이를 누르면 수백만 개의 홈피 중 1개를 무작위로 선정, 찾아가게 된다)

술을 별로 마시지 않는다니 놀랍네요. 대학문화는 곧 술 문화라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어쨌든 좋은 결과네요. 책과 친해져야 할 때이니까요. 이제 대학생의 티를 벗고 사회인이 될 텐데요. 인턴을 겪으면서 재미났던 일들이 있을 것 같아요.

강 전체 6주 중에 4주를 건설 현장에서 보냈는데요. 파트가 총 4개거든요. 많은 경험을 했지요. 좋았습니다.
이 C&C는 전산 교육이 총 6주 이었어요. 결과물을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몇 년 만에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듯 했어요. 5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힘들지만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친해져 얼마 전에는 강촌으로 MT도 다녀왔습니다. 사람을 얻었다고 할 수 있죠.
허 저희는 상반기에 이미 42명을 선발해 놓았습니다. 각각 프로젝트를 나눠주고 PT를 시켰죠. 제가 1등을 해서 유럽 여행권을 따낸 것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래서 입사하게 됐는지도 모르죠.
이 저희는 사실 회식을 수차례 했는데요. 대학생이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돈 걱정 없이 술을 많이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제일 좋았습니다. 하하.
조 저희는 실질적으로 업무를 배웠는데요. 총 15명 중 홍보파트를 맡은 건 저 뿐이었어요.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얼마나 좋았는지……. 원래 홍보직은 경력자를 많이 선발하잖아요. 정말 뜻 깊은 경험이었어요. 아직 인턴이 끝나지 않아(8월 31일 종료) 입사도 결정된 상태가 아니죠. 잠시나마 싸이월드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설마 이 인터뷰에 합격하지 않은 사람을 참여시키진 않았을 겁니다. 불안하세요? 하하. SK에 들어온 이상, 이제 뭔가 해내야 할 텐데요. 젊은이들의 특권이라는 패기와 열정을 바탕으로 큰 포부가 있을 것 같아요.

이 저는 면접 시 회사에 이익을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회사의 이익이 곧 회사 문을 여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경제 활동의 이유이기도 하고요. 3년간 제게 투자하면 3년 후 이익을 내주겠다고 했습니다. 프로그램 매니저가 되어 IT분야에서 ‘이선종’이란 이름을 남기고 싶어요.
허 입사지원서에 보면 ‘10년 후 모습’이란 것이 있었는데요. 10년 후 채용을 담당하는 중견 간부가 되어 화상전화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고급관리자가 되고 싶은 게 꿈이죠. 현재 텔레텍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내수 필드를 넓혀나가고 있는데요. 신입 입장에서 보면 일할 기회가 많다는 얘기도 되니 좋습니다.
조 네이트 포털 사이트는 어찌 보면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데요. 다소 어수선한 이미지를 ‘정돈’해 내고 싶어요. 또한 싸이월드에서 하나하나 제작하는 과정에 서 있고 싶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최대 경쟁사인 MS보다 뛰어난 회사로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홍보 업무를 좋아해 미디어를 더 깊이 있게 공부해 보는 것도 과제 중의 하나죠.
강 저는 삼국지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유비나 조조 같은 사령관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밑의 참모를 흠모하죠. 지휘관을 빛나게 할 수 있는 참모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이미 SK건설이라는 지휘관을 택했고 이제 제가 참모가 될 차례라 생각합니다.

# PM 10:00 + 에필로그

오늘은 퍽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과 있어서 그럴까요? 그렇다면 예전에 만난 분들이 섭섭해 할 지도 모를 일이겠네요.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무거운 이야기도 무겁지 않게 소화해 낼 수 있어 좋았단 얘깁니다. 섭섭해 말아 주세요. ^^
인턴 생활을 하면서 면접관들과의 에피소드도 참 많이 나왔어요. 지면이 짧아 모두 싣지 못하는 것이 아쉽네요. ‘영화감독이 됐다고 가정하고 투자자를 설득해 보라’는 질문도 있었다고 하고, ‘여기 왜 올라고 하느냐’는 공격성 질문도 있었다고 하네요. 원래 준비해 간 것이 모두 생각나면 그건 로봇나 마찬가지 일 테죠.

컴퓨터 키보드 자판에서 영문으로 ‘나’를 입력하면 ‘sk’가 출력된다는 사실을 모두 잘 아시겠죠? 이들은 이러한 것들까지 의미를 부여해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생각하고 있더군요. 대단한 신입사원들이죠? 앞으로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 봐도 좋겠죠? 어떠세요. 잘 뽑은 것 같죠? 앞으로 회사 내에서나 밖에서나 이들과 마주치면 눈인사로 따뜻한 격려라고 건네주세요. 이들은 SK의 포근한 인간미를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글/ 원창연(자유기고가)

-SK그룹 사내보 'SK management' 9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