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편 디지털사랑방, 그 속내는?
제2편 정보화마을,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농림부, ‘정보화마을’과 별개로 ‘디지털사랑방’ 사업 시작
“아피스에 수정 요구해도 묵살” … ‘취소해 달라’ 요청 나와
PC와 인터넷망 설치하면 다 되는 일인가?
전국의 농촌이 디지털화 돼 가고 있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언론의 보도대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 하다. 한화그룹이 지난 7월 충청도내 5개 정보화 마을과 결연한 것을 비롯, 핀란드 국회의원, 대학교수, 민간기업 임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우리나라 정보화 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경기도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90억원을 들여 도내 관광 농어촌 30곳을 ‘정보화마을’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농촌을 위한 장밋빛 청사진이 디지털로 옷을 갈아입고 여기저기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농촌 지역에서 인터넷은 더 이상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전자상거래를 비롯, 마을과 마을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모토로 시행된 농림부의 ‘디지털사랑방’과 행자부의 ‘정보화 마을’. 뭔가 닮아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정책 시행자들은 분명 “서로 다르다”고 운을 뗐다.
디지털농경21의 창간 기획특집은 제호와 닮은 소재를 찾았다. 국내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 농촌의 디지털 화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시점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 이상만큼 거두고 있는 지 궁금했다. 진정 농촌의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는 지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편집자 주>
■ 강원도 화천 광덕마을 = 농림부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에 의하면, 디지털 사랑방은 “마을 사랑방에 컴퓨터 등 정보 이용 장비를 설치하고 마을 홈페이지를 구축해 정보 교류를 확산하고 전자상거래를 통한 유통과 IT를 접목시켜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그 운영 목적을 밝히고 있다.
디지털 사랑방은 농림부에서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한 ‘농촌의 디지털 사업’ 중 하나로서 지난해 5개 마을, 올해 20개 마을을 선정해 시행 중에 있다. 1개 마을 당 지원 금액은 3천만 원이며, 지원 금액은 인터넷 이용 장비 설치에 절반, 마을 홈페이지 구축에 절반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찾아간 농촌 마을회관에는 PC 5대와 컬러프린터 1대, 디지털카메라 1대, 방송시청용 TV 1대 등이 설치돼 있었다.
디지털사랑방 사업은 해당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계약을 체결, 7~8월 중에 장비를 구입, 설치하고 마을 홈페이지는 선정된 용역업체를 통해 매년 11월말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있다.
즉, 해마다 수많은 농촌 마을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농림부에서 이를 검토한 후 디지털사랑방 설치 마을을 선정, 3천만 원의 지원을 해줘 매년 농촌 마을 홈페이지가 줄줄이 오픈 한다는 얘기다.
본지 취재팀이 찾아간 곳은 지난해 설치 운영된 곳 중 현재 ‘취소’ 신청을 해 놓은 강원도 화천 광덕마을과 올해 선정된 경기도 여주군 성신마을이다. 무상으로 PC를 제공하며 마을 홈페이지도 만들어 준다는 데 화천군 광덕마을은 이를 왜 취소하려고 할까.
광덕마을 오종수 이장은 이에 대해 “우리 마을은 지난 2001년부터 전자상거래를 해오고 있던 마을”이라고 소개한 뒤, “현재 홈페이지 관리자(아피스) 측에 서버 및 데이터 등의 수정 보완 작업 요구를 수 십 차례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이장의 말대로라면 이렇다. 광덕마을은 지난 2001년 강원도 춘천시의 모웹호스팅 업체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실시하고 있었다. 하루 10여건 이상의 주문을 받아 좋은 판매 루트를 개척해 마을 사람들의 수익 증가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었던 것. 그러던 중 디지털 사랑방의 소식을 듣고 신청해 선정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올 1월 PC 5대가 설치돼 현재 8개월 여간 동안 전자상거래로 주문이 들어온 건수는 총 5건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광덕마을 오이장은 아피스 측에 홈페이지 수정 보완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다른 마을이랑 홈페이지 모양이 똑같잖아요. 이래갖고 무슨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우리 마을은 토마토가 특산품인데 그걸 홍보할 사진과 텍스트가 있으면 뭘 합니까. 올리질 못하는데. 아피스 측에 수 십차례 요구했는데 묵살돼 이달 안으로 한번 올라갈 참입니다.”
광덕마을의 경우는 매우 특이하다. 이미 전자상거래를 시행하고 있었던 마을로, 농림부에서 새롭게 다시 만들어준 홈페이지를 오히려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망이 설치되지 않은 농촌 마을은 이러한 ‘디지털 사랑방’이 꽤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광덕마을처럼 개별적으로 전자상거래를 시행하고 있던 마을은 수익 감소가 초래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종수 이장은 “아피스에 2천여 개가 넘는 마을 홈페이지가 있어 검색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며 “또 주문을 한다해도 회원가입을 해야 가능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루 두 세 차례 항의를 했는데도 농림부에서 전화 한통 없어 섭섭하다”며 “마을도 방문하지 않고 어떻게 농정연구센터에서는 1천만 원이나 들여 연구를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아피스 디지털사랑방 담당자인 하철호 과장은 “올 20개 마을 홈페이지가 오픈되는 시점에 업데이트가 가능해 수정 보완이 미뤄진 것”이라며 “올 9월이면 모든 이미지와 텍스트의 업로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디지털사랑방이 시작하면서 프로그램의 미흡과 관리 소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농림부 예산이 편성되고 나면 내년부터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부 정보화담당관실 관계자는 “아피스 측에서 요구 사항을 받아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도 현재 전반적으로 디지털사랑방은 성공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화천군 광덕마을은 지난 2001년 전자상거래를 시작한 이 후, 강원도의 ‘새농어촌건설운동’에 동참해 2002년에는 표창과 함께 5억원의 지원금도 받아 비교적 모범 마을로 알려져 있다.
■ 경기도 여주 성신마을 = 광덕마을과는 달리 성신마을은 올해 농림부로부터 선정된 곳으로 기자가 찾아간 그 날 PC 설치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중이었다. 성신마을 박종만(49) 이장은 “직접 부품을 구입, 설치해 원가를 좀 낮췄다”고 자랑했다.
성신마을도 광덕마을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특이한 케이스다. 박이장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386 PC를 사용해 온 PC 준 전문가다. 혼자 독학으로 포토샵 등 그래픽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하드웨어 설치 및 복구, 수정, 보완 작업을 혼자 뚝딱 해낸다.
농림부에서 지원해 준 PC도 직접 부품을 구입, 원가를 절감해 50만 원짜리 프린터를 85만 원짜리 컬러레이저프린터로 바꾸기도 했다.
박이장은 “현재 우리 마을은 쌀이 주 생산 품목으로 전자상거래 보다는 다른 관광 자원을 개발코자 한다”며 “실제 이러한 정부의 지원이 매우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여주군에는 디지털 사랑방 외에도 ‘정보화 마을’이 두 곳이나 조성돼 있다.(행정자치부에서 운영 중인 정보화 마을 사업은 디지털 사랑방과 지원 금액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다. 약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박이장은 “3~4억원 들여 한 마을에 PC를 깔아 놓는 것 보다 3천만 원 정도 지원해 10개 마을을 디지털화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월 32명이 모여 치러지는 ‘면단위 마을 회의’에 PC 32대를 깔아 화상 토론을 하자고 주장할 정도로 PC 마니아다. 실제 농촌은 도시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PC 보급이 덜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실제 PC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가구당 2~3대씩 구입해 놓기도 해요. 인터넷요? 이미 들여놨죠. 정부에서 하는 이러한 사업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늦기도 하고 매우 빠르기도 한 이중성을 가진 사업이라 할 만 합니다.”
PC와 상관없이 살아온 농촌 마을에게는 이득이 될 것이고, PC를 이미 오래전부터 접해온 농촌 마을에게는 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디지털사랑방에 선정되면 마을 홈페이지를 ‘커뮤니케이션형’과 ‘전자상거래형’ 등 2개 중 어떤 것으로 할 것이냐고 묻는데, 우리 마을은 2개를 모두 접목시켜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 문제점은 없는가 = 성신마을 박종만 이장의 말을 토대로 전후 상황을 살펴보자면, 화천군 광덕마을은 ‘디지털 사랑방’으로 선정되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 2001년부터 전자상거래를 시행하고 있었으며,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농림부에서 인터넷망 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을 선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터넷망 조차 없었던 충청 영동 모리마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모리마을 디지털사랑방 담당자 이원희씨는 “디지털사랑방 선정 이 후 가장 큰 성과라면 역시 초고속인터넷망의 설치”라고 말할 만큼 총 1억원 이상의 소요자금이 필요한 농촌 마을의 인터넷망 설치는 매우 시급한 당면 과제다.
행정자치부 지역정보화과 이대영 계장은 “현재 전국에는 3만여 개의 마을이 조성돼 있다”며 “읍면당 1개 마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국 1,400여개의 마을이 농촌의 디지털 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즉, 전국 1,400여개의 마을 대표가 정부에서 제공하는 PC를 받아내기 위해 신청서 작성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리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마을은 더욱 신청서 작성에 열을 올릴 것이다.
디지털사랑방 사업 시행 1년. 정보화 마을 사업 시행 3년. 농림부와 행정자치부 등 주무부서가 다른 것 외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들은 분명 “서로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규모 면에서 약 10여배 이상 차이가 난다. 농림부 지원이 3천만 원인 반면, 행자부 지원금액은 최대 7~8억원이다.
이를 보는 도시인들의 시선은 어떨까. 서울에 사는 김모씨(36.회사원)는 “농림부에서도 이러한 것을 시행하는 줄 몰랐다”며 “행자부의 정보화마을과 뭐가 다른 것이냐”고 반문했다.
농촌의 디지털 화를 위해 같은 공통분모로 뛰는 농림부와 행정자치부. 네트워크의 이원화 및 현실을 벗어난 부처간 생색내기용 행정이 되진 않을까 염려스럽다. 다음호에는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하는 ‘정보화 마을’을 집중 분석해 본다.
화천․여주=취재/사진 원창연 기자 won@nongkyung21.com
미니 인터뷰 1.
충북 영동 모리마을 디지털사랑방 담당자 이원희씨(60)
“손자 손녀들 게임머니로 전화요금 수백만 원 나와”
농림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곳” 평가
충북 영동 모리마을의 디지털사랑방은 농림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실제 그 곳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이원희씨도 “매우 운영이 잘 되고 있는 곳”으로 소개했다.
Q 현재 성과가 어느 정도 인지요?
일단 초고속인터넷망을 깔았다는 데 있지요. 현재 61호 농가 중 15호 농가가 PC를 설치했어요.(농림부 5대 지원 포함) 현재 과수전산화가 이뤄진 것도 성과라면 성과지요. 아직은 저 혼자 전자상거래를 시도하고 있지만 곧 널리 퍼질 겁니다.
Q 선정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저희 마을이 지난번 농림부에서 주최한 홈페이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탔어요. 그것이 큰 계기가 됐다고 보죠.
Q 디지털 사랑방 운영하시면서 문제점은 없었나요?
경로당(마을회관)에 PC를 설치해 놨는데요. 휴가철 손자 손녀들이 내려와 게임을 한 거예요. 경로당 전화요금으로 결재를 해서 석 달 전화요금이 수백만 원 나온 적도 있죠.
Q 실제 사용자들일 수 있는 노인들 PC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노인 분들은 잊어버리기 쉽잖아요. 그래서 계속 반복 복습을 시켜드리죠. 어떤 분은 나이가 70세를 넘으셨는데 저보다 PC 활용을 더 잘하는 노인분도 계시긴 해요. 농림부에서 교육을 하진 않고요. 운영자에게만 시키죠. 버스가 3박 4일간 방문해 교육시키기도 했고요. 학력이 낮고 영어 몰라 힘들지만 열정 만큼은 젊은이들 못지않죠. 올 농림부에서 80여명 견학 와서 놀라기도 했어요.
-디지털농경21 2004년 인터넷판 게재-
제2편 정보화마을,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농림부, ‘정보화마을’과 별개로 ‘디지털사랑방’ 사업 시작
“아피스에 수정 요구해도 묵살” … ‘취소해 달라’ 요청 나와
PC와 인터넷망 설치하면 다 되는 일인가?
전국의 농촌이 디지털화 돼 가고 있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언론의 보도대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듯 하다. 한화그룹이 지난 7월 충청도내 5개 정보화 마을과 결연한 것을 비롯, 핀란드 국회의원, 대학교수, 민간기업 임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우리나라 정보화 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여기에 경기도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90억원을 들여 도내 관광 농어촌 30곳을 ‘정보화마을’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농촌을 위한 장밋빛 청사진이 디지털로 옷을 갈아입고 여기저기 꽃을 피우고 있는 중이다. 농촌 지역에서 인터넷은 더 이상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전자상거래를 비롯, 마을과 마을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모토로 시행된 농림부의 ‘디지털사랑방’과 행자부의 ‘정보화 마을’. 뭔가 닮아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정책 시행자들은 분명 “서로 다르다”고 운을 뗐다.
디지털농경21의 창간 기획특집은 제호와 닮은 소재를 찾았다. 국내 거의 모든 미디어에서 농촌의 디지털 화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시점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정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 이상만큼 거두고 있는 지 궁금했다. 진정 농촌의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는 지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편집자 주>
■ 강원도 화천 광덕마을 = 농림부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에 의하면, 디지털 사랑방은 “마을 사랑방에 컴퓨터 등 정보 이용 장비를 설치하고 마을 홈페이지를 구축해 정보 교류를 확산하고 전자상거래를 통한 유통과 IT를 접목시켜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그 운영 목적을 밝히고 있다.
디지털 사랑방은 농림부에서 지난 2003년부터 시작한 ‘농촌의 디지털 사업’ 중 하나로서 지난해 5개 마을, 올해 20개 마을을 선정해 시행 중에 있다. 1개 마을 당 지원 금액은 3천만 원이며, 지원 금액은 인터넷 이용 장비 설치에 절반, 마을 홈페이지 구축에 절반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기자가 찾아간 농촌 마을회관에는 PC 5대와 컬러프린터 1대, 디지털카메라 1대, 방송시청용 TV 1대 등이 설치돼 있었다.
디지털사랑방 사업은 해당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계약을 체결, 7~8월 중에 장비를 구입, 설치하고 마을 홈페이지는 선정된 용역업체를 통해 매년 11월말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있다.
즉, 해마다 수많은 농촌 마을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농림부에서 이를 검토한 후 디지털사랑방 설치 마을을 선정, 3천만 원의 지원을 해줘 매년 농촌 마을 홈페이지가 줄줄이 오픈 한다는 얘기다.
본지 취재팀이 찾아간 곳은 지난해 설치 운영된 곳 중 현재 ‘취소’ 신청을 해 놓은 강원도 화천 광덕마을과 올해 선정된 경기도 여주군 성신마을이다. 무상으로 PC를 제공하며 마을 홈페이지도 만들어 준다는 데 화천군 광덕마을은 이를 왜 취소하려고 할까.
광덕마을 오종수 이장은 이에 대해 “우리 마을은 지난 2001년부터 전자상거래를 해오고 있던 마을”이라고 소개한 뒤, “현재 홈페이지 관리자(아피스) 측에 서버 및 데이터 등의 수정 보완 작업 요구를 수 십 차례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이장의 말대로라면 이렇다. 광덕마을은 지난 2001년 강원도 춘천시의 모웹호스팅 업체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실시하고 있었다. 하루 10여건 이상의 주문을 받아 좋은 판매 루트를 개척해 마을 사람들의 수익 증가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었던 것. 그러던 중 디지털 사랑방의 소식을 듣고 신청해 선정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올 1월 PC 5대가 설치돼 현재 8개월 여간 동안 전자상거래로 주문이 들어온 건수는 총 5건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광덕마을 오이장은 아피스 측에 홈페이지 수정 보완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다른 마을이랑 홈페이지 모양이 똑같잖아요. 이래갖고 무슨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우리 마을은 토마토가 특산품인데 그걸 홍보할 사진과 텍스트가 있으면 뭘 합니까. 올리질 못하는데. 아피스 측에 수 십차례 요구했는데 묵살돼 이달 안으로 한번 올라갈 참입니다.”
광덕마을의 경우는 매우 특이하다. 이미 전자상거래를 시행하고 있었던 마을로, 농림부에서 새롭게 다시 만들어준 홈페이지를 오히려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망이 설치되지 않은 농촌 마을은 이러한 ‘디지털 사랑방’이 꽤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광덕마을처럼 개별적으로 전자상거래를 시행하고 있던 마을은 수익 감소가 초래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종수 이장은 “아피스에 2천여 개가 넘는 마을 홈페이지가 있어 검색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며 “또 주문을 한다해도 회원가입을 해야 가능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하루 두 세 차례 항의를 했는데도 농림부에서 전화 한통 없어 섭섭하다”며 “마을도 방문하지 않고 어떻게 농정연구센터에서는 1천만 원이나 들여 연구를 했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아피스 디지털사랑방 담당자인 하철호 과장은 “올 20개 마을 홈페이지가 오픈되는 시점에 업데이트가 가능해 수정 보완이 미뤄진 것”이라며 “올 9월이면 모든 이미지와 텍스트의 업로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디지털사랑방이 시작하면서 프로그램의 미흡과 관리 소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 농림부 예산이 편성되고 나면 내년부터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부 정보화담당관실 관계자는 “아피스 측에서 요구 사항을 받아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도 현재 전반적으로 디지털사랑방은 성공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고 말했다.
강원도 화천군 광덕마을은 지난 2001년 전자상거래를 시작한 이 후, 강원도의 ‘새농어촌건설운동’에 동참해 2002년에는 표창과 함께 5억원의 지원금도 받아 비교적 모범 마을로 알려져 있다.
■ 경기도 여주 성신마을 = 광덕마을과는 달리 성신마을은 올해 농림부로부터 선정된 곳으로 기자가 찾아간 그 날 PC 설치가 한창 이뤄지고 있는 중이었다. 성신마을 박종만(49) 이장은 “직접 부품을 구입, 설치해 원가를 좀 낮췄다”고 자랑했다.
성신마을도 광덕마을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특이한 케이스다. 박이장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386 PC를 사용해 온 PC 준 전문가다. 혼자 독학으로 포토샵 등 그래픽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하드웨어 설치 및 복구, 수정, 보완 작업을 혼자 뚝딱 해낸다.
농림부에서 지원해 준 PC도 직접 부품을 구입, 원가를 절감해 50만 원짜리 프린터를 85만 원짜리 컬러레이저프린터로 바꾸기도 했다.
박이장은 “현재 우리 마을은 쌀이 주 생산 품목으로 전자상거래 보다는 다른 관광 자원을 개발코자 한다”며 “실제 이러한 정부의 지원이 매우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여주군에는 디지털 사랑방 외에도 ‘정보화 마을’이 두 곳이나 조성돼 있다.(행정자치부에서 운영 중인 정보화 마을 사업은 디지털 사랑방과 지원 금액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다. 약 10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박이장은 “3~4억원 들여 한 마을에 PC를 깔아 놓는 것 보다 3천만 원 정도 지원해 10개 마을을 디지털화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월 32명이 모여 치러지는 ‘면단위 마을 회의’에 PC 32대를 깔아 화상 토론을 하자고 주장할 정도로 PC 마니아다. 실제 농촌은 도시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PC 보급이 덜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실제 PC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가구당 2~3대씩 구입해 놓기도 해요. 인터넷요? 이미 들여놨죠. 정부에서 하는 이러한 사업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늦기도 하고 매우 빠르기도 한 이중성을 가진 사업이라 할 만 합니다.”
PC와 상관없이 살아온 농촌 마을에게는 이득이 될 것이고, PC를 이미 오래전부터 접해온 농촌 마을에게는 별 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디지털사랑방에 선정되면 마을 홈페이지를 ‘커뮤니케이션형’과 ‘전자상거래형’ 등 2개 중 어떤 것으로 할 것이냐고 묻는데, 우리 마을은 2개를 모두 접목시켜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 문제점은 없는가 = 성신마을 박종만 이장의 말을 토대로 전후 상황을 살펴보자면, 화천군 광덕마을은 ‘디지털 사랑방’으로 선정되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 2001년부터 전자상거래를 시행하고 있었으며,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농림부에서 인터넷망 조차 들어오지 않는 곳을 선정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터넷망 조차 없었던 충청 영동 모리마을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모리마을 디지털사랑방 담당자 이원희씨는 “디지털사랑방 선정 이 후 가장 큰 성과라면 역시 초고속인터넷망의 설치”라고 말할 만큼 총 1억원 이상의 소요자금이 필요한 농촌 마을의 인터넷망 설치는 매우 시급한 당면 과제다.
행정자치부 지역정보화과 이대영 계장은 “현재 전국에는 3만여 개의 마을이 조성돼 있다”며 “읍면당 1개 마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전국 1,400여개의 마을이 농촌의 디지털 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즉, 전국 1,400여개의 마을 대표가 정부에서 제공하는 PC를 받아내기 위해 신청서 작성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리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마을은 더욱 신청서 작성에 열을 올릴 것이다.
디지털사랑방 사업 시행 1년. 정보화 마을 사업 시행 3년. 농림부와 행정자치부 등 주무부서가 다른 것 외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듯 하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들은 분명 “서로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규모 면에서 약 10여배 이상 차이가 난다. 농림부 지원이 3천만 원인 반면, 행자부 지원금액은 최대 7~8억원이다.
이를 보는 도시인들의 시선은 어떨까. 서울에 사는 김모씨(36.회사원)는 “농림부에서도 이러한 것을 시행하는 줄 몰랐다”며 “행자부의 정보화마을과 뭐가 다른 것이냐”고 반문했다.
농촌의 디지털 화를 위해 같은 공통분모로 뛰는 농림부와 행정자치부. 네트워크의 이원화 및 현실을 벗어난 부처간 생색내기용 행정이 되진 않을까 염려스럽다. 다음호에는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하는 ‘정보화 마을’을 집중 분석해 본다.
화천․여주=취재/사진 원창연 기자 won@nongkyung21.com
미니 인터뷰 1.
충북 영동 모리마을 디지털사랑방 담당자 이원희씨(60)
“손자 손녀들 게임머니로 전화요금 수백만 원 나와”
농림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곳” 평가
충북 영동 모리마을의 디지털사랑방은 농림부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실제 그 곳에서 운영을 하고 있는 이원희씨도 “매우 운영이 잘 되고 있는 곳”으로 소개했다.
Q 현재 성과가 어느 정도 인지요?
일단 초고속인터넷망을 깔았다는 데 있지요. 현재 61호 농가 중 15호 농가가 PC를 설치했어요.(농림부 5대 지원 포함) 현재 과수전산화가 이뤄진 것도 성과라면 성과지요. 아직은 저 혼자 전자상거래를 시도하고 있지만 곧 널리 퍼질 겁니다.
Q 선정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저희 마을이 지난번 농림부에서 주최한 홈페이지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탔어요. 그것이 큰 계기가 됐다고 보죠.
Q 디지털 사랑방 운영하시면서 문제점은 없었나요?
경로당(마을회관)에 PC를 설치해 놨는데요. 휴가철 손자 손녀들이 내려와 게임을 한 거예요. 경로당 전화요금으로 결재를 해서 석 달 전화요금이 수백만 원 나온 적도 있죠.
Q 실제 사용자들일 수 있는 노인들 PC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노인 분들은 잊어버리기 쉽잖아요. 그래서 계속 반복 복습을 시켜드리죠. 어떤 분은 나이가 70세를 넘으셨는데 저보다 PC 활용을 더 잘하는 노인분도 계시긴 해요. 농림부에서 교육을 하진 않고요. 운영자에게만 시키죠. 버스가 3박 4일간 방문해 교육시키기도 했고요. 학력이 낮고 영어 몰라 힘들지만 열정 만큼은 젊은이들 못지않죠. 올 농림부에서 80여명 견학 와서 놀라기도 했어요.
-디지털농경21 2004년 인터넷판 게재-
'Portfolio > 일반기사[2003~20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획특집]①과수산업의 현 주소-“빚만 늘어나는 데 무슨 과수 농사냐” (0) | 2009.03.12 |
---|---|
[기획특집]농촌의 디지털화-제2편 정보화마을,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가 (0) | 2009.03.12 |
[신기술&신제품]쌀 아이스크림 개발, 가장 중요한 것은? (0) | 2009.03.12 |
[sk]한잔합시다 - 인턴사원들 (0) | 2009.03.10 |
[sk]한잔합시다-사랑의 집짓기 참가자들과 함께 (0) | 2009.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