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물 5리터 마시는데도 화장실을 안 가게 되요”
SK 그룹 임직원 70명 약 1주일 참가
한낮의 기온이 32도를 웃도는 가운데,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의 연속이다. 올 초복부터 시작된 더위는 중복을 거쳐 말복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수은주가 30도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런 날씨에서 육체적 노동을 나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SK그룹은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 굵은 땀방울을 토대로 새삼 ‘봉사’의 의미를 다졌다. 충남 천안에서 진행된 해비타트 행사에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비롯, 임직원 70명이 동참했다.
# 참가자
SKC 화학부문 박원상 부장(39) 8월 2일~4일 제1기 참여
SK(주) 권승욱 과장(36) 8월 4일~6일 제2기 참여
SK건설 김권수 과장 8월 2일~4일 제1기 참여
SK해운 박준홍 대리(32) 8월 4일~6일 제2기 참여
구릿빛 피부는 여름철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거리에는 하나둘 검게 그을린 매력 남녀들의 활보가 시작됐다. 시원한 해변에서 뜨거운 태양을 벗 삼아 그을린 피부가 여름철 상징일 수 있지만, 엿가락 늘어지는 뜨거운 날씨에 무거운 망치를 벗 삼아 못질을 해대며 그을린 피부는 분명 그것과 다르다.
지난 8월 2일(월)부터 시작된 SK그룹의 사랑의 집짓기 행사 참여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값진 보람이다. 약 1주일간 충남 천안에서 진행된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총 70명이 참가했다. 물론 자원봉사다. 100% 자원봉사. 일반인은 1인당 24만 원 이상 참가비를 지불해야 했지만, 회사 차원의 지원이라 참가자들은 더운 날씨를 내심 걱정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에 약간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남들은 바다로 산으로 휴가를 떠나는 마당에 웬 자원봉사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 호와 마찬가지로 ‘봉사’란 것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자발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함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땀을 비 오듯 쏟았던 사랑의 집짓기 행사 현장으로 다시 한번 가보자.
32도 웃도는 날씨 속에 불평불만 ‘無’
박부장 SK그룹은 35명씩 1기와 2기로 나뉘어 행사에 참가했어요. 저는 1기로 다녀왔죠. 아침 6시에 기상해 오전 8시까지 식사를 마치고 작업에 들어가면 오후 5시 반까지 중식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쉴 틈 없이 일이 진행돼요.
박대리 이렇게 즐거운 봉사 활동은 처음 해보는 것 같습니다. 군 시절 대민 봉사 활동을 해본 후로 처음이었는데, 정말이지……. 즐거움 그 자체 이었습니다.
박부장 뜨거운 날씨 때문에 쓰러진 사람이 있기도 했지만, 모두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끝난 것이 퍽 다행이죠. 저는 땀을 얼마나 쏟았던지……. 수건을 하루에 3번 이상 짜내도 물수건처럼 땀이 줄줄 흐르더군요.
권과장 하루에 물을 5리터 이상은 마신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한 게요. 화장실을 별로 안간 것 같아요. 그 만큼 땀으로 모두 수분이 배출됐단 얘긴지 모르겠네요.(웃음)
김과장 모든 부분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다보니 그렇게 많은 땀을 흘려도 누구 하나 불평불만 하지 않지요. 또한, 일반인의 경우는 자비를 들여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고요.
이야기를 시작하니 궁금한 것투성이다. 집을 지어본 경험은 있는지, 건축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숙식은? 또한 저녁 시간은? 왠지 MT나 예비군 훈련소 같은 분위기가 재연됐을 것 같아 ‘재미겠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물어보았다. 여성 참여자가 10여명도 되지 않아 더욱 그런 분위기 연출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박대리 숙소는 매우 깨끗했어요. 2인 1실을 사용했는데 선풍기는 1대 밖에 없었죠. 에어컨이 없어 쉽게 잠을 이루진 못했어요. 오히려 실내보다 밖이 더 시원했을 정도니까요. 하하.
박부장 원래 해비타트가 기독교적 행사인지라 매일 아침 일과가 시작되기 전, ‘경건회’라 하여 간략하게 예배를 드렸어요. ‘오늘도 무사히’라는 것이죠.
김과장 기독교적 행사라고 해서 불교신자는 가톨릭 신자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거나 그러진 않아요. 모두 ‘자발적 참여’가 모토이기 때문에 매우 자유롭죠.
권과장 또 하나 이채로웠던 것은 해외 교포들이 엄청나게 참가했다는 데 있어요. 저도 놀랐으니까요. 1주일 내내 참가한 교포가 무척 많더군요. 고교생 참가자들 중 절반은 교포 같았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봉사가 이미 정착돼 있다고 하더군요.
박대리 흔히 얘기하는 ‘노가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정말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어린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고, 이화여대 대학생들도 거의 1주일간 참가하더라고요. 마지막 날 헌정식때 우리 회장님이 감사패를 받고 또 한명이 받았는데, 그가 미국 교포 대학생이었는데요 5년 연속 참가하고 있다고 그러더군요.
해외교포 참가 줄이어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해본 적이 있다고 해도 아주 오래전 일일 텐데, 항상 사무실에서 정신적 노동을 하다가 땀을 줄줄 흘리며 육체적 노동을 하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각자 맡은 소임은 무엇이었는지도.
김과장 저희 건설파트는 5명이 참가했어요. 저는 1층 석고보드를 벽과 천정에 붙이는 작업을 맡았죠. 건설 분야 용어들이 거의 ‘일본어’로 돼 있어 대충 감을 잡는 모양이더라고요. 대화도 되고요. 말이 통했단 얘기죠.
박부장 저는 1층 내장재를 맡았는데요. 저 또한 석고보드 붙이는 작업이 주였죠. 천정 작업을 오래해 나중에는 목이 뻣뻣해 지더라고요.
권과장 저는 2층 인슐레이션(절연 絶緣, insulation, 전기 또는 열을 통하지 않게 하는 것) 부문을 맡았어요. 가장 어렵다는 작업 중 하나라는. 이튿날에는 지붕 작업도 도와 내부와 외부를 모두 섭렵(?)했지요.
박부장 사랑의 집짓기라는 이름만으로 그 규모를 설명하기 힘들지만 대략 설명해 드리면요. 1개동이 2층 규모로 총 4가구가 들어서게 되요. 연립 주택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이번 연도에 작업하는 분량이 총 4개동으로 16가구가 됩니다. 우리 SK그룹은 이 중 102동을 맡았죠. 저는 102호를 맡았고요.
김과장 1개 동에 대략 100여명 정도가 붙어 작업을 하게 되요. 8월 2일부터 시작된 작업에서는 우리 SK 식구들을 포함해 약 80~90명이 작업한 것 같아요. 우리가 행사에 참가했을 당시 공정률이 60% 이었는데요. 1주일 만에 80%로 끌어올렸죠. 집이 지어지는 모습이 진짜 보이더군요. 정말 신기했어요.
권과장 처음에는 합판 1장 붙이고 석고보드 1장 자르고 하던 업무가 나중에는 탄력이 붙더군요.
김과장 스스로 목표 의식이 생기는 거죠. 나중에는 스피드가 붙어서 일의 진척도가 상당할 정도죠.
박부장 원래 비가 오면 모든 공사가 올 스톱 돼야 하지만, 일정이 있기 때문에 해비타트는 멈추지 않아요. 비가와도 실내 작업은 계속 한다고 했어요. 다행히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박대리 저희 2기 때는 매일밤 비가 왔어요. 그런데 아침만 되면 깨끗이 개어 있더군요. 밥맛은 어땠냐고요? 너무 지쳐서 그런지 밥은 그다지 많이 먹진 못해요. 물을 많이 먹죠.
박부장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선물을 주실 때 고통을 보따리에 싸서 주신 다잖아요. 이는 새로운 시각과 사고로만 풀 수 있다고 하는데, 맞는 말 같아요. 흥미와 재미가 느껴지니 고통이라 생각되지 않더군요. 땀을 아무리 흘리고 힘들었다 해도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입주자와 함께 일하는 즐거움, 느껴봐야 해요”
박대리 특히 가장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은 바로 입주자가 함께 작업을 한다는 데 있어요. MBC에서 방송 중인 ‘러브하우스’와는 다소 다른 느낌이잖아요. 입주자가 함께 땀을 흘리니까요.
박부장 그렇다고 입주자들에게 그 집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15년간 분할 상환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에게 이 집을 제공하는 것이죠. 건설비용은 원가로 부담하면서 그 비용을 다음해 해비타트 행사에 또 사용케 됩니다. 대략 주택 구입비용이 총 4천만 원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또한 입주자는 500시간 동안 봉사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권과장 그렇다고 해서 해비타트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왠지 잔칫집 분위기 같은 것은 약간 거부감이 일기도 하더군요. 대대적인 언론 보도도 그렇고, 기업 참여를 너무 많이 홍보하는 것도 그렇고. 일반 참여자들을 위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박부장 저는 다음해에도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면 꼭 참여하고 싶어요. 만약 이번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 위주로 다음해에 인원 편성이 이뤄진다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참가할 것입니다.
에필로그 - 봉사의 추억
사랑의 집짓기는 연례행사로 진행 중에 있다. 매년 신청자를 받아 참가자를 선정, 약 1주일간 시간을 할애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올해는 1만여 명의 참가 신청자가 몰려 단 3일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고 한다.
봉사는 언제나 훈훈한 미담을 남긴다. 입주자가 함께 고생하며 쌓아올린 시멘트와 나무 하나하나에 정성을 깃들여서인지, 그들은 입주하는 날 눈물을 흘리며 집열쇠를 손에 쥔다고 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찡하기 마련. 진정 보람을 느끼며 다시 한번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무더운 여름날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아닐는지……. 그들의 금빛 미소 속에 오늘도 타들어갈 구릿빛 피부를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왠지 모르게 쏠쏠한 따뜻함이 물든다.
글/ 원창연(자유기고가)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
해비타트(Habitat)란, 무주택 서민의 주거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1976년 미국에서 창설된 국제적인 민간 기독교 운동단체로 입주자에게 무이자 장기분할 상환 형식의 주택을 공급,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기준으로 세계 76개국 1,700여 개 지회가 활동 중이다.
한국 해비타트는 1980년도 후반에 시작됐다. 예수원 원장으로 있는 대천덕 신부가 그의 저서에서 해비타트운동을 소개했고, 사무총장이었던 고왕인 박사가 한국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예수님의 영광을 위해 이 사업에 참여했고 1992년 1월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을 이사장으로 추대해 공식기구로 발족했다.
1994년 필리핀 건축 자원봉사를 통해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확신한 참가자들이 의정부 첫 지회를 결성했으며, 1995년에는 건설교통부 산하의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등록했다. 2000년까지 국내 5개 지역에 87세대를 위한 주택을 건축했고 2000년 8월에는 국내 최초의 단기건축사업으로 섬진강변에 <평화를 여는 마을> 34세대의 주택을 지었다.
SK 그룹 임직원 70명 약 1주일 참가
한낮의 기온이 32도를 웃도는 가운데,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의 연속이다. 올 초복부터 시작된 더위는 중복을 거쳐 말복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수은주가 30도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런 날씨에서 육체적 노동을 나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SK그룹은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참여, 굵은 땀방울을 토대로 새삼 ‘봉사’의 의미를 다졌다. 충남 천안에서 진행된 해비타트 행사에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비롯, 임직원 70명이 동참했다.
# 참가자
SKC 화학부문 박원상 부장(39) 8월 2일~4일 제1기 참여
SK(주) 권승욱 과장(36) 8월 4일~6일 제2기 참여
SK건설 김권수 과장 8월 2일~4일 제1기 참여
SK해운 박준홍 대리(32) 8월 4일~6일 제2기 참여
구릿빛 피부는 여름철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거리에는 하나둘 검게 그을린 매력 남녀들의 활보가 시작됐다. 시원한 해변에서 뜨거운 태양을 벗 삼아 그을린 피부가 여름철 상징일 수 있지만, 엿가락 늘어지는 뜨거운 날씨에 무거운 망치를 벗 삼아 못질을 해대며 그을린 피부는 분명 그것과 다르다.
지난 8월 2일(월)부터 시작된 SK그룹의 사랑의 집짓기 행사 참여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값진 보람이다. 약 1주일간 충남 천안에서 진행된 사랑의 집짓기 행사에 총 70명이 참가했다. 물론 자원봉사다. 100% 자원봉사. 일반인은 1인당 24만 원 이상 참가비를 지불해야 했지만, 회사 차원의 지원이라 참가자들은 더운 날씨를 내심 걱정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에 약간 상기된 표정들이었다.
남들은 바다로 산으로 휴가를 떠나는 마당에 웬 자원봉사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 호와 마찬가지로 ‘봉사’란 것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자발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함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땀을 비 오듯 쏟았던 사랑의 집짓기 행사 현장으로 다시 한번 가보자.
32도 웃도는 날씨 속에 불평불만 ‘無’
박부장 SK그룹은 35명씩 1기와 2기로 나뉘어 행사에 참가했어요. 저는 1기로 다녀왔죠. 아침 6시에 기상해 오전 8시까지 식사를 마치고 작업에 들어가면 오후 5시 반까지 중식 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쉴 틈 없이 일이 진행돼요.
박대리 이렇게 즐거운 봉사 활동은 처음 해보는 것 같습니다. 군 시절 대민 봉사 활동을 해본 후로 처음이었는데, 정말이지……. 즐거움 그 자체 이었습니다.
박부장 뜨거운 날씨 때문에 쓰러진 사람이 있기도 했지만, 모두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끝난 것이 퍽 다행이죠. 저는 땀을 얼마나 쏟았던지……. 수건을 하루에 3번 이상 짜내도 물수건처럼 땀이 줄줄 흐르더군요.
권과장 하루에 물을 5리터 이상은 마신 것 같아요. 그런데 이상한 게요. 화장실을 별로 안간 것 같아요. 그 만큼 땀으로 모두 수분이 배출됐단 얘긴지 모르겠네요.(웃음)
김과장 모든 부분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다보니 그렇게 많은 땀을 흘려도 누구 하나 불평불만 하지 않지요. 또한, 일반인의 경우는 자비를 들여 참가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고요.
이야기를 시작하니 궁금한 것투성이다. 집을 지어본 경험은 있는지, 건축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숙식은? 또한 저녁 시간은? 왠지 MT나 예비군 훈련소 같은 분위기가 재연됐을 것 같아 ‘재미겠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물어보았다. 여성 참여자가 10여명도 되지 않아 더욱 그런 분위기 연출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박대리 숙소는 매우 깨끗했어요. 2인 1실을 사용했는데 선풍기는 1대 밖에 없었죠. 에어컨이 없어 쉽게 잠을 이루진 못했어요. 오히려 실내보다 밖이 더 시원했을 정도니까요. 하하.
박부장 원래 해비타트가 기독교적 행사인지라 매일 아침 일과가 시작되기 전, ‘경건회’라 하여 간략하게 예배를 드렸어요. ‘오늘도 무사히’라는 것이죠.
김과장 기독교적 행사라고 해서 불교신자는 가톨릭 신자가 거부 반응을 일으키거나 그러진 않아요. 모두 ‘자발적 참여’가 모토이기 때문에 매우 자유롭죠.
권과장 또 하나 이채로웠던 것은 해외 교포들이 엄청나게 참가했다는 데 있어요. 저도 놀랐으니까요. 1주일 내내 참가한 교포가 무척 많더군요. 고교생 참가자들 중 절반은 교포 같았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봉사가 이미 정착돼 있다고 하더군요.
박대리 흔히 얘기하는 ‘노가다’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정말 즐거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어린 학생들도 많이 참여했고, 이화여대 대학생들도 거의 1주일간 참가하더라고요. 마지막 날 헌정식때 우리 회장님이 감사패를 받고 또 한명이 받았는데, 그가 미국 교포 대학생이었는데요 5년 연속 참가하고 있다고 그러더군요.
해외교포 참가 줄이어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해본 적이 있다고 해도 아주 오래전 일일 텐데, 항상 사무실에서 정신적 노동을 하다가 땀을 줄줄 흘리며 육체적 노동을 하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각자 맡은 소임은 무엇이었는지도.
김과장 저희 건설파트는 5명이 참가했어요. 저는 1층 석고보드를 벽과 천정에 붙이는 작업을 맡았죠. 건설 분야 용어들이 거의 ‘일본어’로 돼 있어 대충 감을 잡는 모양이더라고요. 대화도 되고요. 말이 통했단 얘기죠.
박부장 저는 1층 내장재를 맡았는데요. 저 또한 석고보드 붙이는 작업이 주였죠. 천정 작업을 오래해 나중에는 목이 뻣뻣해 지더라고요.
권과장 저는 2층 인슐레이션(절연 絶緣, insulation, 전기 또는 열을 통하지 않게 하는 것) 부문을 맡았어요. 가장 어렵다는 작업 중 하나라는. 이튿날에는 지붕 작업도 도와 내부와 외부를 모두 섭렵(?)했지요.
박부장 사랑의 집짓기라는 이름만으로 그 규모를 설명하기 힘들지만 대략 설명해 드리면요. 1개동이 2층 규모로 총 4가구가 들어서게 되요. 연립 주택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이번 연도에 작업하는 분량이 총 4개동으로 16가구가 됩니다. 우리 SK그룹은 이 중 102동을 맡았죠. 저는 102호를 맡았고요.
김과장 1개 동에 대략 100여명 정도가 붙어 작업을 하게 되요. 8월 2일부터 시작된 작업에서는 우리 SK 식구들을 포함해 약 80~90명이 작업한 것 같아요. 우리가 행사에 참가했을 당시 공정률이 60% 이었는데요. 1주일 만에 80%로 끌어올렸죠. 집이 지어지는 모습이 진짜 보이더군요. 정말 신기했어요.
권과장 처음에는 합판 1장 붙이고 석고보드 1장 자르고 하던 업무가 나중에는 탄력이 붙더군요.
김과장 스스로 목표 의식이 생기는 거죠. 나중에는 스피드가 붙어서 일의 진척도가 상당할 정도죠.
박부장 원래 비가 오면 모든 공사가 올 스톱 돼야 하지만, 일정이 있기 때문에 해비타트는 멈추지 않아요. 비가와도 실내 작업은 계속 한다고 했어요. 다행히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박대리 저희 2기 때는 매일밤 비가 왔어요. 그런데 아침만 되면 깨끗이 개어 있더군요. 밥맛은 어땠냐고요? 너무 지쳐서 그런지 밥은 그다지 많이 먹진 못해요. 물을 많이 먹죠.
박부장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선물을 주실 때 고통을 보따리에 싸서 주신 다잖아요. 이는 새로운 시각과 사고로만 풀 수 있다고 하는데, 맞는 말 같아요. 흥미와 재미가 느껴지니 고통이라 생각되지 않더군요. 땀을 아무리 흘리고 힘들었다 해도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입주자와 함께 일하는 즐거움, 느껴봐야 해요”
박대리 특히 가장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은 바로 입주자가 함께 작업을 한다는 데 있어요. MBC에서 방송 중인 ‘러브하우스’와는 다소 다른 느낌이잖아요. 입주자가 함께 땀을 흘리니까요.
박부장 그렇다고 입주자들에게 그 집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15년간 분할 상환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에게 이 집을 제공하는 것이죠. 건설비용은 원가로 부담하면서 그 비용을 다음해 해비타트 행사에 또 사용케 됩니다. 대략 주택 구입비용이 총 4천만 원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또한 입주자는 500시간 동안 봉사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권과장 그렇다고 해서 해비타트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왠지 잔칫집 분위기 같은 것은 약간 거부감이 일기도 하더군요. 대대적인 언론 보도도 그렇고, 기업 참여를 너무 많이 홍보하는 것도 그렇고. 일반 참여자들을 위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박부장 저는 다음해에도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면 꼭 참여하고 싶어요. 만약 이번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 위주로 다음해에 인원 편성이 이뤄진다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참가할 것입니다.
에필로그 - 봉사의 추억
사랑의 집짓기는 연례행사로 진행 중에 있다. 매년 신청자를 받아 참가자를 선정, 약 1주일간 시간을 할애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올해는 1만여 명의 참가 신청자가 몰려 단 3일 만에 신청이 마감됐다고 한다.
봉사는 언제나 훈훈한 미담을 남긴다. 입주자가 함께 고생하며 쌓아올린 시멘트와 나무 하나하나에 정성을 깃들여서인지, 그들은 입주하는 날 눈물을 흘리며 집열쇠를 손에 쥔다고 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찡하기 마련. 진정 보람을 느끼며 다시 한번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 무더운 여름날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아닐는지……. 그들의 금빛 미소 속에 오늘도 타들어갈 구릿빛 피부를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왠지 모르게 쏠쏠한 따뜻함이 물든다.
글/ 원창연(자유기고가)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
해비타트(Habitat)란, 무주택 서민의 주거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1976년 미국에서 창설된 국제적인 민간 기독교 운동단체로 입주자에게 무이자 장기분할 상환 형식의 주택을 공급,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01년 기준으로 세계 76개국 1,700여 개 지회가 활동 중이다.
한국 해비타트는 1980년도 후반에 시작됐다. 예수원 원장으로 있는 대천덕 신부가 그의 저서에서 해비타트운동을 소개했고, 사무총장이었던 고왕인 박사가 한국 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예수님의 영광을 위해 이 사업에 참여했고 1992년 1월 정근모 전 과기처 장관을 이사장으로 추대해 공식기구로 발족했다.
1994년 필리핀 건축 자원봉사를 통해 한국에서의 가능성을 확신한 참가자들이 의정부 첫 지회를 결성했으며, 1995년에는 건설교통부 산하의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등록했다. 2000년까지 국내 5개 지역에 87세대를 위한 주택을 건축했고 2000년 8월에는 국내 최초의 단기건축사업으로 섬진강변에 <평화를 여는 마을> 34세대의 주택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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