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합시다] 사회공헌활동 참여자들과 함께
“결국 봉사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만화가 박광수씨는 일전에 이러한 말을 했다. 연말연시에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찾은 고위 인사들이 사진 촬영하며 선물 건네는 것을 비판하지 말라고. 기념사진 촬영이라도 하며 그들에게 선물을 줘 본적 있느냐고 했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항상 행동이 문제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들이 응해야 마지못해 응할 지라도 봉사의 마음은 아름답다. 이번 호에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이 때, 보다 낮은 이들에게 선한 손길을 많이 건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본격화하고 있는 SK의 그룹 방침에 발맞춘 사람들을 맞나봤다.
<참가자>
정기홍 차장(45) 사회공헌활동 1년차. SK텔레콤 네트워크 운용본부 운용계획팀.
김동욱 과장(33) 사회공헌활동 1년차. 사회공헌 담당자. SKC&C IT기획 운영팀.
강권기 주임(41) 사회공헌활동 17년차. (주)SKC 생산2부 기술팀.
신광묵 과장(40) 사회공헌활동 1년차. SK가스 정책협력팀.
이임철 과장 사회공헌활동 8년차. (주)SK 소매개발팀.
대인 관계를 주 업무로 오랫동안 본 사람이라면, 자원 봉사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과 종교에 흠뻑 빠져 있는 사람을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모두 공통분모를 지녔다. 선량한 눈망울이 그것이다. 강제성이 배제된 상태에서의 봉사는 세상 그 어떤 활동보다도 고귀하다.
종교인들의 활동과는 사뭇 다르다. 봉사자 자신들이 행복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굳이 소감을 밝히지 않아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들의 마음을.
오늘은 SK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사람들 다섯이 모였다. 훌륭한 레스토랑에서의 한잔. 그리고 그들이 풀어놓는 사회공헌의 밑그림과 나아갈 방향 등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었다. 우선 모두가 초면인지라, 자신을 소개 한 후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 장면 1 “내 자식처럼 생각한다면 어렵지 않아요”
김과장 SKC&C는 지난 4월부터 사회봉사를 시작했어요. 현재 12개의 동호회가 있는데, 제가 속해 있는 곳도 그 중 하나지요.
정차장 저는 나눔사랑봉사단 소속인데, 주위에서 활동을 잘한다고들 해요. 저는 이제 새내기라 별 할 얘기가 많진 않지만, 나름대로 느낀 바도 많습니다.
강주임 SKC에는 여사우들만의 사회공헌 동호회가 있어요.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있었으니까 벌써 18년이 넘었네요. 제가 속해 있는 모임 ‘꿈터’는 여사우 4명으로 시작해 한때 회원이 15명을 넘었으나 지금은 6명만 남아 있지요. 회원 가입률이 저조해 현재는 일반인도 받고 있는 처지랍니다.
모두들 와! 대단하네요.
강주임 과거 회사 지원도 받곤 했지만, 지금은 일반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회사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죠.
김과장 저는 지금까지 3번 정도 활동을 나갔는데, 좌충우돌하고 있죠.(웃음) 처음이라 어색하고 혼선이 빚어질 때가 많아요. 초창기 회사에서 다소 강제적으로 시행을 했던 터라 사원들의 반발도 좀 있었지만, 지금은 날로 모임 자체가 적극적으로 변모하고 있죠.
이과장 저는 생각해보니 7년 정도 활동한 것 같아요. 학창 시절 때부터 해왔으니까요. 중소기업 특별위원회와 함께 현재 실업계 고교생을 대상으로 교육 강의를 하고 있어요. 뭐 거창한 건 아니고요. 마케팅, 벤처 창업 등을 지원하는 것이죠. 그 것만으로도 학생들은 매우 좋아해요.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죠. 또한, 본사 최초의 사회봉사 모임인 SOS 봉사대는 현재 회원수가 45명으로 결손 가정을 돕고 있어요. SK corp의 모임들은 주로 올해 생겼죠. 이를 계기로 현재도 많은 모임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매우 좋습니다.
정차장 저는 ‘여담의 집’이라는 고아원을 방문했었는데요. 꼭 한번 가봤어요. 초등생들의 숙제를 주로 돕죠. 사실 처음 방문했을 때 상황이 매우 안 좋더라고요. 우후죽순 격인 상태였는데, 저희들이 정보를 입수,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청소와 각종 기자재 수리 등을 맡아 하니까 본래 모습으로 차츰 되돌아오더라고요. 한번 활동한 것으로 느낌을 말하긴 어렵지만, 내 자식처럼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죠.
# 장면 2. “사랑에 있어 다소 교만함도 필요합니다”
이과장 우리들 맘속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나 그러한 ‘길’이 있는 듯해요. 그 길을 처음 뚫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번 뚫으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사랑은 다소 교만해야 한다고 믿어요. 근데 SK맨들은 대체로 겸손하신 듯해요.(웃음) 지난번에는 에버랜드를 30명 데리고 방문했었는데요. 상명대학교 학생들과 동행했지요. 처음 활동에 나오신 간부님들은 “아이들과 어떻게 노느냐”고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호흡하는 보람을 느꼈다고들 하십니다. 놀라운 사실이죠.
신광묵 과장 지난 3월 회원 16명 정도를 데리고 영종도내 장봉도란 곳을 갔었어요. ‘해리몬’의 장애우들이었는데, 사우들과 한조를 이뤄 1박 2일 코스로 잡았죠. 1박이란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도 많은 사우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는 것을 보고 놀랐지요. 인천 시내 쇼핑도 하고 목욕도 함께 했는데, 그 목욕이란 게 정말 쉽지 않더군요. 함께 목욕탕에 들어가 씻는 것인데,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웃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누군가 저희들에게 “당신들은 천사 같다”고 말해 기분이 퍽 좋았답니다.
김과장 저는 정신과 신체가 모두 장애인 아이들을 돌봤는데요. 경기도 광주에 있죠. 월 2회 방문한답니다.
이과장 저희 corp에서 1천만 원 모금해 방문했던 곳이네요?
김과장 맞아요. 평일에는 주로 생활봉사가 이뤄지고요. 주말에는 분당 까르프 등 나들이를 나가죠. 평일에는 주로 목욕 봉사를 주로 하는데, 신과장님처럼 함께 옷을 벗고 목욕한 것은 아니지만, 말씀대로 정말 어렵습니다. 10여 평 작은 목욕탕 안에 20여명의 아이들의 옷을 벗겨 차례로 누워 씻기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다소 충격적이었죠. 냄새가 심해 비위 약한 사람은 꺼려하는 일이죠.
신과장 그래서 빨래 등 청소 같은 곳에만 사우들이 몰리는 경우도 많죠.
강주임 천안에는 3주에 한번씩 방문하는데요. 88년 월회비로 2천원 모금하던 것을 지금은 2만원 정도 모금하고 있죠. 우리는 주로 ‘먹는 것’에 초점을 맞춰요. 봉사 활동이라 해서 특별한 것은 없고요. 주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죠. 생필품이나 화장품도 종종 구입해 방문하죠. 우리들이 방문하는 고아원의 회원이 100여명을 넘거든요.
신과장 강주임님 상황이 우리랑 좀 비슷한 것 같아요.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강주임 하나 에피소드를 들려드릴까요? 과거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어 법정 소송까지 갔었거든요. 그 때 아이들이 저를 위해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해 도움이 되기도 했답니다.(웃음)
모두들 와~! 대단하시네요.
사회봉사라는 같은 테마를 놓고 모여도 모두들 초면인 상태였다. 서로 알고 있는 사이는 신과장과 이과장 뿐. 나머지 참여자들은 모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쉽게 풀렸다. 술 몇 잔 마시지 않았는데도 나름대로의 소감을 밝히며 술잔을 돌렸다. 사회봉사는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흔히 연예인들이 즐겨 쓰는 자숙의 한 방법이기도 하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교양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그 만큼 사회봉사는 가슴에서 우러나오지 않으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시간 때우기를 할 바에는 하지 말라는 충고도 던진다. 우리 시대의 진정한 사회봉사란 무엇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마저 들어보자.
# 장면 3. “와서 뭐 하실건데요?”
이과장 실천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아이들을 통해 결손 가정을 이해하고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처음 에버랜드 방문했을 때 “내가 어떻게 저런 아이들과 노느냐”고 반문하던 사우들도 다음에 또 참여합니다.
신과장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과장 과거 SK에서 ‘장학퀴즈’를 통해 얼마나 많은 공익 광고를 했습니까. 그런데 어느 샌가 없어져 버렸어요. 장기적으로 그러한 것들이 매우 유익하잖아요. 각 그룹사별로 장점만을 모아 특화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준비된 자만이 봉사할 수 있습니다.
신과장 SK그룹이 소비자 접점의 사업이 없어 그 동안 그랬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텔레콤을 중심으로 많이 시작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습니다.
정차장 사실 물질적인 도움은 누구나 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신적 도움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깨우치면서 시작된다고 봐요. 시간 때우기가 아닌 이상, 진정 쉽지 않은 것이죠.
이과장 주5일근무로 인해 사회 봉사활동이 다소 위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가정생활도 있거든요. 평일에 하지 못했던 ‘봉사’를 가정에도 해야 하니까요. 여러 가지로 고충이 있네요.(웃음)
신과장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좀 고려해 봐야 할 사항이긴 해요. 저도 결혼을 늦게 해 아이가 어려서 주말 봉사 활동에 다소 제약을 받는 게 사실이죠.
강주임 저는 아이들을 월 2회 고아원에 데려 가죠.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녀와 동행하는 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에게 도움 되는 것이라 믿거든요.
정차장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내가 가끔 “저 아이들 도와줄까”라고 말을 건넨답니다. 누구나 마음은 있다는 얘기죠. ARS로 쉽게 도울 수 있기도 하잖아요.
이과장 진정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봉사는 분명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랑하는 순간에는 그것을 모른다고 하죠. 각 계열사별로 특화된 장점을 잘 이용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김과장 저희 같은 경우는 컴퓨터 도사들이 많아 주로 컴퓨터 기부 등 수리까지 해주거든요. 그런 것을 이용하면 되겠네요. 그룹차원에서요.
강주임 저희 회원 중에 간장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사원이 있는데, 고아원 방문할 때마다 고추장과 간장은 끊임없이 가져온다니까요.
모두들 하하하
이과장 사회봉사를 노동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교육 봉사’도 생각해 줬으면 하는 게 제 바램입니다. 사우들 각각 조금씩만 자신의 지식을 떼어 내 그들에게 가르쳐 주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정차장 이과장님은 저희 회사 오셔서 봉사 프로모션을 하셔야 겠네요. 하하하.
김과장 사실 사우들이 봉사를 일로 생각해요. 담당이라 무척 힘들었죠. “바꿀 수 없냐” “안가면 안되냐”는 말씀들로 처음에는 무척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대체로 자발적 참여로 애착을 보여주고 계시죠. 지금은 오히려 회사 지원금을 더 많이 타보려고 애쓰고 있어요. 하하.
신과장 어떤 곳은 도와줄 것 없다는 데도 많더군요. 새로운 곳을 방문하려고 전화를 걸면, 대뜸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와서 뭘 하실 건데요?”라고 말하는 곳도 있더라고요. 무척 당황했죠. 별로 기뻐하지 않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놀랐어요.
정차장 보통 봉사의 본질을 퇴색시키는 사람들 때문에 그럴지도 몰라요. 원장님들이 그런 주문을 하더군요. 체계적인 봉사 활동이 필요하다고.
김과장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그런 경우를 대비해, 전문가를 초빙했어요. 봉사 전문가가 오시고 나서는 컨택도 매우 수월해 졌죠.
이과장 대학생들 농활 프로그램 같은 것을 연계해 시도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정차장 봉사는 강제적으로 해도 역시 좋은 것이라 생각해요. 평소 접하지 못한 환경을 강제라도 겪어보면 지금 나의 행복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게 되잖아요.
# 에필로그 - 앞으로 더 노력 봉사해 주세요.
이야기가 끝날 줄 몰랐다. 실타래 풀리 듯 술술 풀어내니 값비싼 건더기가 들어간 걸쭉한 국물의 찌개의 맛이 났다. 누가 초보이고 누가 베테랑인지 모를 정도로 토론장 분위기를 내니, 모두들 흐뭇한 모양이다. 연신 웃었고 연신 들떠 있었다.
사실 이 기사가 나가고 나면, 이제 그들은 ‘봉사’의 울타리에서 어느 정도 ‘수고’를 해주셔야 한다. 팔린 이름과 얼굴 때문에. 그러나 후회하지 않으리.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누구나 하지 않는 것이기에 봉사는 그들에게 큰 힘이 되고 큰 의미가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의 활기찬 웃음을 보며 보다 활기차게 움직일 봉사의 메아리를 듣는 듯 해 기분이 퍽 좋았다.
글/ 원창연(자유기고가)
사회 공헌 활동하며 일어난 일들
1. 김혜자씨 저서인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책을 고아원에 비치해 놓은 적이 있는 데요. 그것을 어느 날 몰래 읽은 청소 아주머니께서 SK에 자신의 월급을 쪼개 10만원을 기부하시더라고요. 독후감까지 써서 말예요. 결국 그 돈과 독후감은 유니세프에 전달됐고, 지금은 더 많은 참여자들이 모이고 있답니다.
2. 지난해 강릉 수해시, 도로가 막히고 마을이 고립됐을 때 SK 경쟁사인 L정유사가 음식과 물을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했어요. 진정 소비자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번뜩 들더라고요.
3. 술자리 회식이 있던 날, 사회 공헌 담당자들이 그러더라고요. 건배하면서 “우리 이렇게 술 먹어도 되는 거야?” 라고. 그러나 한 선배가 그러더군요. 봉사가 있기 전에 우리들의 커뮤니티가 먼저 이뤄진 것이라고요. 그래서 우리에게 봉사기회가 생긴 것이라고요.
4. 신체 발달이 늦은 여성에게 큰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7-8세로 보여 반말 섞어 가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그랬었죠. 귀엽다면서요. 그런데 알고 보니 24세였던 것예요. 얼마나 민망하고 부끄럽던 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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