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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2003~2007]

[탐방]SK그룹 친선 동호인 야구 대회-“잔디 구장 밟는 게 어떤 기분인지

[ okGGM 일반기사 ] 
“잔디 구장 밟는 게 어떤 기분인지 모를 겁니다”

 
햇살이 내리쬐던 11월의 어느 주말, 인천광역시 남구 용현동 SK 저유소내 드림파크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찬바람이 옷속까지 깊이 스며들었지만 얇은 야구복을 입은 선수들은 깊은 숨을 내쉬며 몸풀기에 한창이다. 프로야구 선수는 아닌 듯 하다. 그러나, 뛰는 모습을 보니 그들을 능가한다.


☞ 올해로 3회째 총 10개팀 참가 ... SK 그룹 야구 동호인들의 ‘축제 한마당’


늦가을의 푸른 하늘 밑으로 펄럭이는 SK 깃발 아래 잔디가 펼쳐져 있는 이 곳은 SK 프로야구단인 ‘SK 와이번스’의 전용 연습 구장. 시즌 기간에는 선수들의 연습장으로, 시즌 후에는 그룹 야구 동호회의 시합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SK 그룹 관계사 동호인 친선 야구 대회’는 현재 총 10개팀이 참가해 서로의 기량을 뽐내는 자리다. 아마추어로 야구 활동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잔디 구장에서 경기하는 것이 얼마나 ‘영광’인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항상 흙바닥에서 축구 경기를 했던 유소년 축구 선수들이 잔디 구장을 한번 밟는 기분과 같다고나 할까. 기분이 다르니 흥이 절로 난다. 이러한 흥에 장단을 맞춰 준 것이 바로 SK 와이번스 프로야구단이다. 그들의 연습장을 그룹내 야구 동호인들에게 개방한 것. 모두들 추운 날씨인데도 잔디 구장에서 경기를 한다는 생각에 들뜬 표정들이다.


SK 와이번스 마케팅팀 곽상훈(33)씨는 “이 대회는 순수 아마추어 야구 동호인들이 모여 만든 자리”라며 “총 10개팀이 8개의 경기를 소화해 우승팀을 가리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잠깐. SK 와이번스는 어떤 팀인지 잠시 살펴보자. SK그룹이 지난 2000년 출범시킨 이 팀은 올 시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무서운 상승세로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창단 4년만에 준우승까지 차지한 SK 와이번스의 저력 때문인지 현재 인천시민은 물론이고 전국에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서인지 올해 이 대회에 5개팀이 더 출전해 10개팀이 자웅을 겨루게 됐다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 이틀간 경기를 4게임 소화해 내는 것이지만, 버스로 울산에서 5시간이 넘게 달려올 정도로 그 열성은 어떤 팀에도 뒤지지 않아 보인다. 직장인 야구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주)SK 서울본사팀과 (주)SK 네트워크 에너지 판매 부문팀은 SK 그룹내 명문 아마추어 야구팀으로 통한다. 올 시즌까지 이 두 팀은 소위 ‘한강리그’라는 곳에서 상위권 입상을 종종 일궈내 올해도 막강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주)SK 네트워크 에너지 판매 부문팀에서 3루수를 맡고 있는 최하부(32)씨는 “1년에 15게임 이상을 소화해내는 직장인 야구 리그의 수준은 매우 높다”며 “이 리그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주)SK 네트워크 에너지 판매 부문의 전력도 상대적으로 꽤 높은 편”이라며 웃었다.


그렇다면 이들 팀들의 선수 구성은 어떻게 될까. 일단 아마추어면 된다. 학창시절에 학내에서 야구로 이름을 날렸다는 사람이라면 더욱 환영이다. 선수 출신도 상관없다. 팀당 3명으로 제한해 놓고 있기는 하나, 경기 출전이 가능하다.


실제 야구 동호회 경험이 있는 필자의 소견으로는, 선수 출신의 기량은 가히 가공(?)할 만 하다. 투수와 포수를 제외하고 포지션을 정한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타격 기량은 아마추어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3명으로 제한해 놓고 있는 것이다. ‘깠다하면 홈런’이라는 말을 아는가. 바로 그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마추어들의 경기라 해서 얕보면 안된다. 야구 유니폼을 입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그들에게도 1군과 2군, 3군이 엄연히 존재한다. 1군의 에이스 투수는 직구 구속이 130km를 넘는 것은 보통이고 커브와 싱커, 체인지볼 등을 구사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 경기가 진행될 때는 기록원이 정식으로 야구 폼에 맞춰 기록을 하며 아마추어 심판을 3명 섭외해 ‘정식 경기’ 못지않은 경기를 펼친다.


프로야구에서는 보지 못하는 재미를 고교야구에서 느끼듯이 동호인 야구 대회 또한 그들만의 재미가 분명히 있다. 야구는 흔히 축복받은 사람들만의 잔치라고 한다. 왜냐하면, 일단 야구할 공간이 있어야 하고, 함께 할 사람들이 있어야 하며, 장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야구를 직접 즐기고 싶어하지만 그렇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다.


일전에 모야구동호회 감독이 전 고건 서울시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했던 적이 있다. 사회 복지 차원에서 야구장 하나 건립해 달라는. 답장이 왔는데 ‘목동 야구장’을 사용하라고 했단다. 불가능한 얘기다. 목동 야구장을 동네 구장쯤으로 여기는 건 아닌지. 그 만큼 아마추어인들에게 잔디 구장에서 뛰어보는 것은 ‘영광’ 그 자체다. 초등학교 클레이(Clay) 야구장 하나 1년 임대하는 대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돈 내고 야구해야 하는 현실이다. 연회비가 수십만원이라 해도 그들의 열정은 꺽지 못한다. 그 만큼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이 대회를 개최하곤 하는데, 보통 동호인들이 잔디 구장 한번 밟는 것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야구 경력 8년차인 어떤 선배도 오늘 처음 잔디를 밟아본다고 하더군요.”


SK 와이번스 마케팅팀 곽상훈씨의 설명이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이들에게 이러한 경기장 보다 더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바로 ‘친목도모’라는 것. “같은 그룹내 사원이라 해도 우리가 언제 한 자리에 모여 고기도 구어먹고 이야기를 나누겠습니까. 모두 이러한 자리가 있어 1년에 한번이지만 만날 수 있는 것이고, 서로 정보 교환도 하고 친목도 도모하는 것이지요.”


우승과 준우승이 목적은 아니라는 얘기다. 추운 날씨지만 서로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자리를 마련한다는 취지가 그들의 가슴을 데울만 하다. 승리에 연연하는 것 보다는 그룹내 사원들의 생각을 서로서로가 야구공에 대입시켜 쌓였던 현안도 풀고 정도 나눈다는 의미다.


올해 SK 와이번스 프로야구단의 준우승으로 그들의 분위기는 더욱 상승했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더 많은 참여가 이뤄질 듯한 분위기다.


곽상훈씨는 “이제 3회째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팀과 선수들이 참여할 것”이라며 “기념상품 제공도 대회에 참여하는 회사들이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가을 소풍 온 기분이 난다는 어느 선수의 말처럼, 프로야구는 끝났지만 그들만의 리그는 가을부터 시작하고 있다.


☞ 그들만의 리그 - SK 그룹 관계사 동호인 친선 야구 대회


올해 참가한 팀은 총 10개팀으로 SK 텔레텍, SK 텔링크, SK 텔레콤, SK 와이번스, SK 수원, 워커힐, SK 네트워크(에너지판매, 상사), (주)SK(울산, 본사) 등이다. 총 8개 경기를 통해 우승팀을 가리며 우승팀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선발해 상을 수여한다.


SK 그룹 야구 동호인들의 열정은 프로야구 선수 못지 않다. 새벽 4시에 서울에 도착해 사우나에서 새우잠을 자고 경기에 출전한 팀이 있는 가하면, 추운 날씨 속에 몸이 얼지 않도록 따뜻한 음식 등 각종 먹거리를 제공해 놓은 팀도 있다. 모두가 한마음이고 모두가 한자리인 셈.


초창기, 대회를 기획할 당시 SK 그룹의 임직원들의 마음을 동요했던 것도 바로 프로야구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때문인지 SK 와이번스는 올 시즌 준우승까지 거머쥐었다. SK 와이번스의 드림파크로 불리우는 인천광역시 용현동 소재 야구장은 현재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1군 선수들의 숙소이기도 하며 연습장이기도 하다. 원래 축구장이 4면 있었으나, 2000년 야구단이 창단하면서 축구장 1면을 야구장 및 내야연습장으로 개조했다.


그룹 차원의 지원은 아직 미비하지만 이제 3회 대회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도 만족할 수준이라는 게 그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LG그룹과 삼성그룹은 이미 사내 야구 대회를 개최 중이라고.


☞ 미니 인터뷰 - SK 네트워크 에너지 판매 부문 최하부씨


결승전에 오른 SK 네트워크 에너지 판매 부문팀은 드림파크 좌측에 마련된 내야 연습장에서 열심히 몸을 풀었다. 빨간 유니폼이 SK를 상징하듯 엔크린 주유소 사장님이신 최하부씨는 빨간 모자를 쓰고 필자를 반갑게 맞았다. 그는 올해로 8년째를 맞는 야구 동호회 베테랑.


“매년 가을만 되면 이 대회에 참가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습니다. 잔디 구장을 밟는 것도 좋고, 가족과 함께 소풍 온 기분으로 즐길 수 있어 더더욱 좋지요. 특히, 그룹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현재 3루수를 맡고 있지만 몸상태가 좋지 않아 결승전 출전은 어렵다고 덧붙인다.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이미 직장인 야구대회에 출전이고 지난해까지 상위 입상을 줄곧 해냈을 정도로 그의 실력은 뛰어나다. 실제 그의 야구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확인(?)할 순 없었지만, 까맣게 그을린 표정이 야구 선수의 그것 못지않아 보였다.


“SK 그룹 회장님이 야구 명문 신일고 출신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웃음) 이러한 대회를 계기로 SK 그룹내 임직원들의 야구 잠재력을 일깨워준 것이라 생각합니다. 건강을 지킬 수 있어 좋고, 스트레스도 함께 날려버리니 이 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습니다.”


대체로 젊은 연령층이 많다는 SK 네트워크 에너지 판매 부문팀은 SK 그룹내의 명문팀이다. 줄곧 상위권에 들며 올해도 우승을 목표로 뛰고 있다. 최강의 상대팀은 (주)SK 이지만, 동네 야구팀처럼 급조되는 팀이 아닌 8년여간 주말마다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걱정은 별로 안한다고.


(주)SK 사내보 'SK management'(2003년 12월)
[탐방] SK그룹 친선 동호인 야구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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