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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한국의 ET 수준 아직 '걸음마 단계'

[ okGGM 일반기사 ] 
한국의 ET 수준 아직 '걸음마 단계'
독자적 기술 개발로 중복 투자 우려

 
테크놀러지 산업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환경 기술(Environment Technology). 산업이 발전하면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난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 나라도 환경 선진국의 모습을 닮아가려 애쓰며 인식 변화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며 어려움을 양산해 내고 있다. 수많은 ET 관련 업체와 함께,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개발로 미래의 환경을 새롭게 바꾸려 노력하는 정부의 모습을 담아본다.


☞ 에이스랩, 환경비젼21 등 환경 벤처들 '미래의 희망'


 지난 11월 1일 충북 제천시의 농약 제조업체인 I사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부터 인근 주민 195명에게 1인당 50만원씩 총 9,750만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회사는 지난 1월부터 연료 저장 탱크가 고장나는 바람에 용제인 크실렌 등을 누출시켰고, 올 3월에도 황화수소를 기준보다 두 배 넘게 배출해 주민들이 악취로 고통을 받은 바 있다. 환경부는 곧 시정 명령을 내렸으나 I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장을 계속 가동했다. 이에 주민들은 조정 신청을 냈고, 분쟁 조정위가 현장 조사를 거쳐 배상 결정을 내렸다.


지난 91년 낙동강 페놀 오염 사고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이다. 오염된 수돗물을 마신 주민 피해를 배상토록 하는 조정 사례는 페놀 사고를 기점으로 도입된 이후 올해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사법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당사자간 합의나 조정으로 환경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는 환경분쟁조정제도는 지난 97년까지 연 50여건 정도 신청이 이뤄졌으나, 올해는 벌써 100여건을 넘기고 있다. 현재까지 신청된 조정 건수는 총 108건. 지난 10년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총 509건의 조정 신청 중 조정위가 배상결정을 내린 것은 427건으로 84%에 이른다.


이러한 환경에 대한 자각이 업체들 사이에서 쟁점으로 떠오르며, 중소기업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환경 보존 및 개선을 위한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른바 환경과 기술의 접목으로 시행되고 있는 ET 산업은 최근 산업자원부의 5개년 계획인 10조원 투자 종목에 오른 유망 산업이다.


반도체 관련 기술을 토대로 각종 환경 개선 제품 및 실내 공기 정화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환경 전문 벤처기업 에이스랩(대표 김광영)은 반도체를 활용해 대기 중 유해 가스를 측정할 수 있는 미량 가tm 측정기를 개발했다. 반도체 클린룸, 가스필터링 관련 기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술을 자랑한다.


일류기술의 남승엽 대표는 하·폐수 처리 분야에서 가장 창의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현 상황에 대해 "하·폐수 처리 시설은 화학공학과 토목공학, 기계 공학, 생물학, 환경 공학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야 제대로 설계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업체는 지난해 6월 과학기술부로부터 국가지정연구실로 선정됐으며, 최근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차세대 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ECO21)의 하수처리장 효율향상 고도처리기술 사업자로 뽑힌 바 있다.


환경비전21의 BCS 공법은 ET와 IT를 접목한 국내 첫 사례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하수 종말처리시설 공사는 이 업체에서 개발한 것으로 에코아이티21의 통합관리와 자동화 기술 에코닥스시스템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하수종말처리시설의 가장 큰 단점인 과도한 유지관리비를 절반이하로 줄이고 오염물질의 정화와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 것. 현재 이 공법은 국내 100여개 시설에 적용되고 있다.


☞ 정부, G-7프로젝트 시행 중 ... 독자 행보에 '눈총'


이미 지난 8월 부산대는 IT와 BT, ET를 묶어 입체적 통합 연구의 산실인 나노바이어테크놀러지 센터를 오픈했다. 센터에는 포항대, 부산대, 한국과학기술원 등 전국 25개 대학과 기관의 생물학, 의학, 약학, 물리, 화학 등 관련 교수 및 연구원 78명이 참여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활동처럼 정부가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 우리 나라의 환경 기술 개발 역사는 지난 90년 수돗물 파동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일부에서는 1990년을 '환경의 원년'이라고 칭하면서 그해 10월 환경연구센터를 발족시키고, 정부는 이를 환경기술연구개발사업단으로 지정하여 수질분야 7개 과제, 대기분야 8개 과제에 총 8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했다.


 환경부는 또 지난 92년부터 올해까지 환경기술 수준을 G-7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기 및 수질, 폐기물, 청정, 환경 보건 등의 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민관협력 기술개발사업인 '선도기술개발사업(일명 G-7프로젝트)'을 추진 중에 있다. 이는 KIST 스타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으로서 환경복원기술의 표준화, 폐광산 복원기술 개발, 불량매립지 복원기술 개발, 유류 및 화학물질오염지역 복원기술, 핵심공통요소 기술개발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산업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핵심산업기술인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은 지난 87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우리 나라 수질 부문의 환경기술은 지난 91년 낙동강 오염사고가 발생한 이후 18개 지자체 정수장에 3,000억원을 투자하며 고도정수시설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외국의 기술 및 기자재에 의존하고 있고 고도정수공정을 운영할 만한 기술 인력이 전무한 상태라 문제시되고 있다.


국내 폐수 발생량은 지난 86년 1일 2백7십만톤에서 연평균 14.1%씩 증가해 95년에는 8백7십만톤으로 약 3.2배 증가하고 있으나 처리시설이 미비하고 부족해 배출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폐수배출허용기준의 단계별 강화를 예고했으며, 지난 96년 1월부터 최고 40%까지 강화했다. 선도기술개발사업의 폐수 특성 조사 및 처리시스템 개발인 1단계(92∼95년)와 처리수 재이용 가능 기술 개발인 2단계(96∼98년)가 바로 대표적 국내 수질오염 방지기술 개발 사업이라 할 수 있겠다.


폐기물과 대기 오염 문제와 관련한 기술 개발도 매우 활발한 양상을 띠고 있다. 폐전지로부터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 제강분진으로부터 금속을 자원화하는 기술, 폐장동차로부터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 폐정보기기 및 가전제품으로부터 금속을 회수하는 기술, 폐알칼리의 재활용 기술, 석탄회 자원화 기술, 광미 자원화 기술, 도시 폐기물 소각재 자원화 기술, 배연 탈황·탈질 및 유해가스 처리 기술, 고효율 집진 기술, 자동차 배기가스 제어 기술, 대기오염 측정장치 기술, 대기오염 예측 및 원인 파악 기술 등 폐기물과 대기 오염과 관련한 재활용 기술 분야만도 20여개가 넘는다.


그러나, 환경 복원 기술의 수준은 아직 선진국의 10∼20% 수준에 불과해 혹자는 기초기술습득단계라 칭하고 있다. 70년대 이후 폐광산, 농업 및 산업 개발에 따라 발생하기 시작한 폐수 및 폐기물로 인한 토양 오염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지난 95년 1월 토양환경보전법을 제정, 토양보전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부문의 환경관련 기술 개발은 환경부, 산업자원부, 과기부 등에서 독자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민간 부문의 기술개발투자 역시 산학연 협조체제보다는 독자개발 위로 추진되고 있어 중복 투자 및 효율 저하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환경기술인력 구조면에서도 다양한 교육기관을 통하여 배출되는 환경 인력은 증가 추세이나 환경 기술을 연구 개발할 전문인력은 매우 부족한 상태다.


☞ 2005년 전세계 환경 시장 660조원 시장 규모


그렇다면, 외국의 사정은 어떨까. 지난 10월 모로코의 마라케쉬에서는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제7차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이 회의에는 세계 각국 정부대표와 국제기구, NGO 등 1만여명의 관계자가 참여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김명자 환경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 회의의 최대 쟁점은 경제 활동에 따르는 환경 훼손의 고리를 어떻게 막고, 환경 보전을 위한 경제적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환경과 경제의 조화'라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단순한 환경 문제'에서 '지속가능 발전한 맥락에서의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환경이 경제 활동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시대였다면 지금은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환경 보전을 고려해야만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현재 독일과 일본은 환경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선진적인 환경산업의 기반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스웨덴은 개인 소득에 대한 세금을 삭감하는 대신 탄소배출, 자동차 연료 판매 등에 대한 세금을 높여 조세 부담은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임금인상과 환경보전을 동시에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업의 경우에도 환경 경영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물질인 프레온가스를 처음 생산한 다국적 화학회사인 듀퐁사는 종전에 비해 1∼5% 분량만 살포해도 충분한 효과를 얻으면서 동식물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토양에서 자연 분해되는 새로운 제초제를 개발해 농약 사용을 대폭 줄이는 동시에 원가 절감 효과까지 낳고 있다.


미국 환경산업저널에 따르면, 세계 환경산업 시장 규모는 98년 580조원에서 2005년에는 약 660조원으로 연평균 2%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국내 환경시장도 99년 약 7조8천억원에서 2005년에는 약 20조8천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최근 산업자원부에서 내놓은 '2010년 전통산업 및 신기술 산업 전망'에 따르면, 환경 산업은 생산과 수출 모든 면에서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전통 산업은 물론, 반도체, 통신기기 등 다른 신기술산업들보다도 훨씬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봤을 때, 우리 나라의 환경 기술 개발 및 보존에 관한 대책 마련이 매우 시급해 보인다.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외국의 사례만을 쫓는 주먹구구식의 행정은 안될 말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환경 산업을 오는 201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환경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또한, 130억원 규모의 환경 벤처 전용펀드 조성, 환경신기술 창업보육센터 설립, 환경산업의 해외시장 진출 촉진을 위한 '한·중·일 국제환경산업라운드 테이블' 개최, 중국 북경에 '한국 환경산업상설전시관' 설치 등을 추진했고, 앞으로도 민관 공동으로 '환경산업 수출협력단'을 구성해 베트남, 싱가포르 등 수출유망국가에 파견할 계획이다.


김명자 환경부 장관은 최근 모 일간지 기고를 통해 "미래의 환경기술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부터 2010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입해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Eco-Technopia 21)'을 개발할 것"이라며, "환경신기술 평가제 등 기술개발 촉진시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장관은 또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만을 발전의 척도로 삼는 기존의 국민총생산(GDP) 대신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계량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기 위해 '녹색 GDP'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해 미래 환경 산업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전세계 수많은 국가와 기업이 이미 소리 없이 환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 테러 영향으로 경제 불황이 이어지며 경제 성장에만 더욱 급급해 환경 문제를 뒷전으로 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ET는 지난 90년대부터 인류의 환경에 대한 재인식으로 미래의 전략 산업이 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가지 명제를 잡아야만 하는 논리 앞에 수 없이 좌절감을 맛보기도 한다. 환경 문제와 결코 뗄 수 없는 인류의 미래. 이제 인류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환경 문제를 기술로 극복해 나가야 하는 시점에 서게 된 것이다.


#도표 생략


월간 비즈니스저널 게재(2001년 12월)
[기획특집] - ET 현황과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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