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GGM 일반기사 ]
기능성 화장품 인프라 구성 아직 '걸음마 단계'
식약청, 잇단 설명회 개최로 이견 좁혀 나가
'황금알 낳는 거위'로 여겨지며 업체는 기능성 화장품에 사활을 걸고 연구 투자에 몰두하고 있다. 또 정부는 정부대로 원료 첨가 제한을 두며 경직된 태도로 심사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기능성 화장품은 99개 항목으로 확대되며, 업체들은 정부의 심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탄생한 기능성 화장품. 이에 대한 분석 기사를 기획 특집으로 묶어 4회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 기능성 성분 고시 다소 늘어날 듯
지난달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화장품법 및 기능성 화장품과 관련해 민원설명회를 개최했다. 5백여명의 청중이 모인 가운데 기능성 화장품의 심사 절차와 원료 규정 고시, 안정성 및 유효성 판단 기준에 대한 내용을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나갔다.
현재 대기업에서 독식하고 있는 듯한 인상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식약청 관계자들도 모두 수긍하고 있는 듯 했다. 이 날 김영찬 서기관은 인사말을 겸해 "현재 기능성 화장품과 관련한 문제가 도출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중소기업들이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식약청은 2회에 걸친 민원설명회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민원이 들어오고 있음을 주지시키며 "불평 불만이 쌓여 가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 날 식약청에서 제시한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새로운 원료 규격 및 안전성 심사에 관한 기준은 60일 이내로 처리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화장품 원료의 규격 및 안전성 심사의뢰서와 원료 규격 검토에 관한 자료, 안전성에 관한 자료를 식약청에 제출하면 60일 이내로 처리된다고 밝혔다.
둘째는 현재 기능성 성분으로 고시된 26개 원료 이외에 기능성 원료가 추가로 지정된다는 것이다. 일부만 고시된 미백 및 주름 관련 기능성 원료에 대한 추가적인 고시가 조만간 이뤄지면 더 많은 제품들의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셋째는 수입업자와 관련해 식약청이 화장품 원료로 고시하지 않은 원료가 함유됐거나 화장품을 제조 및 수입하고자 할 때는 원료에 대한 규격 및 안전성 심사를 받아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화장품영문증명서는 현재 식약청에서 발급했으나 추후 대한화장품공업협회가 발급할 것이라고 했으며, 광우병, 기능성 화장품 수입 요령, 기능성 화장품의 유사 성분 고시 등과 관련해 많은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이러한 일련의 식약청의 활동은 대체로 업계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견을 좁히기 위한 식약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사 분위기와 업계의 불만은 여전히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 고품질 제품에 대한 승인과 생산 의지만이 살 길
현재까지 기능성 화장품으로 승인을 받은 품목 수는 138개(5월 16일 기준)이며, 업체 숫자로 따지면 11개로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한국 화장품의 33개, LG 생활건강, 태평양이 각각 27개씩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승인을 얻어 전체 품목 대비 63%를 넘어섰다.
이는 대기업의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열의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인프라가 매우 잘 구성돼 있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에 대한 사전 준비가 철저히 이뤄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의 개발 의지나 열의도 만만찮다. 현재 소수이긴 하지만, 매우 적극적인 자료 준비로 승인을 얻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코스맥스는 현재 기능성 화장품과 관련해 지난 4월26일부터 현재까지 5개회사 8개 품목에 대해 승인을 받으면서 OEM 업체 가운데는 최다 승인업체로 등극됐다. 대기업들과 그 수치가 비교되진 않지만, 이는 타사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코스맥스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자체 기술개발과 연구인력 보강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외부적으로는 미국의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인 '나떼라'사와 일본·유럽 등 해외의 유수한 화장품 업체 연구원 출신들을 고문으로 영입한 결과"라고 말했다.
OEM 업체와는 달리 R&D 중심의 벤처 기업으로 기능성 화장품 승인을 받은 국내 화장품 업체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바이오스킨텍(대표 이 호)의 메디블록선미스트는 지난 5월 10일 식약청으로부터 기능성 화장품으로 승인 받아 그 동안 대기업에 편중돼온 승인 양상에 신선함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메디블록은 외국의 유수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 메디칼 스킨케어 시장에서 최초로 승인 받은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국내 화장품 기술력의 가능성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바이오스킨텍의 이 호 대표는 "대형 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라며 "병원 유통 시장을 공략하며 현재 로레알 자회사인 라로쉬 포젤사 등과 경쟁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품 개발 1년 만에 승인까지 얻어 틈새 시장을 노리며 병원 피부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일반 시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화장품 시장에 나서는 전략은 중소업체로서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대기업들의 막강한 홍보력과 마케팅에 힘을 잃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매출 증대 등을 고려한다면 시장 진출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중소기업의 비애가 다시금 나타나게 된다.
"전문적인 조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기업과의 마케팅 경쟁은 매우 어렵습니다. 좋은 품질을 갖추고도 홍보력에서 뒤지면 결국 살아남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뛰어들면 소비자들은 외국 브랜드에 길들여져 있는 상태에서 경쟁이 되지 않으므로 결국 품질과 서비스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바이오스킨텍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어려움은 승인 전후 상황이 모두 같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 업체가 연구 개발부터 유통까지 모든 책임을 맡고 있긴 하지만, 제조업체의 이름이 승인 리스트에 오르는 현실만 봐도 그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고품질 제품에 대한 승인과 생산 의지만이 살 길
업체들에게 기능성 화장품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대개 같은 대답이 나온다. 심사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대답을 들고 식약청을 찾으면 그들도 나름대로의 변을 내놓는다. "기능성 화장품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자료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화장품 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기능성 화장품을 두고 서로간에 신경전을 펼치는 것인가.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서로간에 불신과 반목이 풀어지지 않고 쌓여만 가는 데 있다. 또, 아무리 힘들고 험난한 승인 절차를 밟게 돼도 일단 승인만 떨어지면 그 제품은 일약 '효자 상품'으로 일어선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능성 화장품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원흉'으로 보고있는 업체들의 반응 또한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대한화장품공업협회는 업체들의 애로사항 및 개선점을 수렴해 식약청에 제안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이런 이유에서인지 '무관심'으로 일관해 전체 회원사 중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견 접수율을 보였다.
이렇듯 서로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 식약청은 민원설명회 개최, 화장품 안전성 관리 사업 실시 등의 활동을 펼치며 노력하고 있다. 업체들도 식약청의 민원설명회에서 들은 지적대로 심사 자료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관련법 시행 10여개월 만에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금 한국인의 조급증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이런 시점에서 10∼20여 년 후의 현 시장을 상상해 보면, 더욱 난감해 진다. 기능성 화장품이 국민들에게 과연 얼만큼의 호응을 얻고 있을까라는 것. 어쩌면 기존 화장품 품목들을 잠식해 나가 모든 화장품들이 '기능성'의 이름을 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기능성이 아닌 제품들은 아예 발도 붙이지 못하는 그런 현실이 오지 말란 법은 없다.
훗날 지적대로 기능성 화장품이 판치는 세상이 온다면, 또 어떤 이유로 서로간에 반목과 불신을 낳게 될까. 궁금해진다.
주간 코스메틱 신문 게재(2001년 6월 4일자)
[기획특집 시리즈] - 기능성 화장품 무엇이 문제인가? [3] 기능성 화장품의 문제점 진단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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