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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모형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 천리안 모형 동호회

[ okGGM 일반기사 ] 
 "모형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 천리안 모형 동호회

 
     어릴 적 여자 아이들은 마론 인형을, 남자 아이들은 소위 '조립식'이란 플라스틱 모형 만들기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던 때가 있었다. 100원짜리 마징가Z에서부터 당시 5,000원 상당의 비행기, 배 모형을 손때 묻혀가며 조립했던 기억... 가장 인기있던 로봇 모형을 생각하면 아직도 흐뭇한 웃음이 나올 법한 20∼30대 청장년층. 그들이 한자리에 모여 솜씨를 뽐낸 곳이 있어 찾아가 봤다.


☞ 집중력과 관찰력 배양에 큰 도움


 지난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한국 산업디자인 진흥원에서는 소인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정교한 모형들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었다. 해마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모형동호회 회원들이 1년여 기간 동안 준비해 온 작품들을 모아 마련한 제 5회 모형전시회는 일반인들로 하여금 그들의 작품이 '장난감'이 아닌 '작품'으로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벌써 5회째를 맞이한 그들의 작품은 진정 작품이었다. 10여평 안팎의 작은 전시회장이었지만 그들의 노력이 묻어난 비행기, 자동차, 인형, 로봇, 군인 등은 실존의 그것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려면 대개 3∼4일이 걸립니다. 제품들은 비록 10,000∼20,000원 안팎의 가격이지만 색과 광택까지 내고 공을 들이면 한낯 플라스틱에 불과하던 것들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 저희들의 보물 1호가 되곤 합니다."


작년 천리안 모형동호회 시삽이었던 김상호(25. 연합모형동호회장)씨는 플라모델(플라스틱모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길 바라는 마음에서인지 계속해 플라모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나갔다.


"플라모델을 하면 제일 좋은 점이 집중력과 관찰력이 배양된다는 것입니다. 세밀한 부분까지 색을 칠하며 조립해야 하기 때문에 잡념을 없앨 수 있지요. 요즘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청장년층들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 이들의 참여도가 매우 높아 동호회 주연령층이 20대에서 30대까지 두루 다양하다. 이들의 1년 활동은 온라인에서 줄곧 이뤄지지만 동호회에서는 전시회를 해마다 열어 각자의 작품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해 준다. 또 잘못된 점등은 선배들의 조언을 얻어가며 고쳐나갈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많은 참여가 이뤄진다. 이와 더불어 다른 동회회처럼 정기모임도 종종 열어 회원들끼리 최신의 제품 정보도 교환하고 때로는 자신이 작업하고 있는 작품을 실제로 들고 나와 함께 작업을 마치는 경우도 있다고.


☞ "해박한 지식도 필요합니다"


전시회는 총 5개의 소테마로 이뤄졌다. '에어로', '스타워즈', '솔로몬전투', '페라리', '밀리터리'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밀리터리의 경우 실제 전투, 군인들의 진군, 휴식 등 손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정교했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군인의 손은 겨우 1cm도 돼 보이지 않았으며 물과 식판을 들고 웃고 떠드는 군인들의 휴식 장면은 실제 군인들이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전시회를 위해 1년여간 준비한 '스타워즈' 테마는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영화 '스타워즈'를 본떠 만든 것이긴 했지만 실제 영화에 출연한 작품인 것 같았다. 다스베이더가 머리에 썼던 헬맷은 회원이 직접 제작한 것이라고.


 "스타워즈 영화는 이러한 작은 모형에 컴퓨터 그래픽을 입혀 실제처럼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든 것을 조지 루카스감독이 보면 아마 웃을 지도 모르지요.(웃음)"


모형동호회연합회장인 김상호씨는 이어 "하나의 플라모델 1개를 제작하는 것 말고 기초적인 바닥을 마련하고 그 위에 상황을 설정, 각종 나무와 집, 건물 등을 세우고 모형을 모델링하는 것은 가장 힘든 작업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보람도 크다.


이와는 별도로 여러개의 모형을 함께 연출해야 하는 어려움은 종종 해박한 지식을 요구한다. 또 각종 플라모델 시중 판매 제품이 실제 제원이 틀리는 경우가 많아 직접 만들어 넣기도 한다. "예를 들어 탱크 두 대를 전시하는 데 한 대는 세계 1차대전 당시의 것이고 또 다른 한 대는 2차대전때의 것이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들은 종종 고증 자료들과 책을 펴놓고 공부해 가며 만들지요."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 '밀리터리'는 실제 플라모델 제품들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것 중의 하나다. 현재 이들은 국산과 일본 모형 제품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데 그 비율은 거의 5:5라고. 일본 최고의 히트작인 '건담 시리즈'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난 지 오래다. 그러나 이들이 만들면 뭔가 다르게 보인다. 그만한 노력과 땀을 투자하기 때문일까.


"플라모델 조립에서 제일 주의해야 할 것은 이음새 부분입니다. 두 개의 동체를 조립하는 데 있어 이음새는 꼭 제거해 줘야 합니다. 이것을 '퍼티'라고 하는데 젤 타입으로 돼 있어 이것을 칠하면 감쪽같이 이음새가 없어집니다."


☞ 올 1월 전국대회 '동상' 수상


이들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올 1월에 모형 제작 전문업체인 '아카데미'에서 개최한 전국 대회에서 '꿈의 동산'은 동상을 수상했다. 수많은 매니아들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이들은 거의 '고문'의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그래도 대회에는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고.


 "최근에는 여성분들의 참가도 늘고 있어요. 여성분들의 섬세한 성격이 제대로 맞아떨어져서 그런지 작은 비행기나 인형 등 종종 멋진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꿈의 동산은 해마다 열리는 전국 모임을 이런 식으로 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국의 모든 회원들이 서울로 집결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는 지방에서도 전시회를 열 계획에 있지만, 이제 겨우 5회를 넘어선 병아리들(?)이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는 게 중론.


"천리안 페스티발 기간 동안 전시회를 열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습니다. 전시회 임대료에 맞추고 방학 기간에 맞추다 보면 매번 페스티발에 참가하지 못하게 되죠."


지금까지 300여개가 넘는 모형을 조립해 왔고, 3일을 넘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한 작품에만 매달리는 그들의 모습. 이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속으로 들어가 군인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조종하는 로봇이 되어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지도 모르겠다.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몇이나 될까.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만들어 놓은 플라모델들이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영원히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며, 동시에 그런 꿈을 꾸는 지도 모르겠다.

 


천리안 웹진 천리안월드 게재(2000년 8월)
[동호회소식] - 천리안 모형 동호회 (go Dream)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