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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나무아미관세음보살 '봉축 지하철' - 지하철 5호선 탐방

[ okGGM 일반기사 ] 
 나무아미관세음보살 '봉축 지하철' - 지하철 5호선 탐방

 
     숨막히는 출근길의 지하철을 타보지 않은 사람은 지하철을 논하지 말라. 한겨울에도 땀으로 범벅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인가. 하지만, 이제 그런 지하철이 '오명 벗기'에 나섰다. 비록 한시적이지만 시민에게 사랑받으려 하는 몸짓이 재밌다. 아무튼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이색지하철을 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 그 현장을 살펴봤다.


☞ 지하철 5호선 2개월간 운행


   지난 4월 지하철 5호선에 연꽃이 피었다. 4월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을 기념해 운행을 시작한 것이다. 도시철도공사는 하루 평균 1만여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봉축열차를 운행,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교의 현대적 이미지 제고와 불교문화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2개월간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다.


봉축열차는 서울시 지정축제인 '연등축제'와 연계해 외국인들에게 관광 명소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 일종의 퍼포먼스. 사상처음으로 봉축 기간을 전후해 2개월 간 운행된 봉축열차는 '소리와 색의로의 공(空)', '현실의 버팀목-불교', '연꽃세상', '나(我)를 찾아서' 등 4개의 주제로 꾸며져 하루 평일 4회, 주말 6회로 운행돼 왔다.


각각의 주제에 따라 설치 미술 작품으로 조성된 봉축열차에는 파리 제8대학에서 조형예술 박사과정을 이수한 양주혜를 비롯, 홍현숙, 안성금, 김인경과 한국 국제 꽃 기예개발협회 연화플라워 연구회장 정명 스님 등이 참여했다.


봉축 열차의 총기획자인 이기선씨(성보문화재 연구원 연구실장)는 "혼돈과 자기성찰로부터 불교 세계로 진행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며 "바쁜 현대인들에게 조그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봉축열차의 외부는 전통 단청 문양을 띠로 연결하고 석가탑, 다보탑, 반가사유상 등 불교문화재를 설치했으며 전동차의 앞과 뒤를 만다라 문양으로 만들고 창문은 전통 문창살을 넣었다. 열차 운행에 1억원이라는 예산이 필요했던 만큼 지하철 관계자들은 "불교 신자들과 일반인들의 성원이 무엇보다 필요했다"라며 그 동안의 소감을 밝혔다.


☞ 곳곳 훼손... 시민의식 '실종'


   지하철 내부는 지난 예술 지하철 못지 않은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지상으로 설계된 역사가 없는 지하철 5호선의 매력을 듬뿍 만끽하라는 의미인지는 몰라도, 빛이 없는 어두운 공간이 두 칸이나 됐다. 야광칸의 인기는 예술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신기한 듯, 흰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시선을 모으는 눈치였다.


다행스럽게 2개월간의 운행 끝자락에서 만난 봉축 열차는 곳곳이 훼손돼 다시금 시민들의 문화 의식 수준을 가늠케 했다. 연꽃으로 뒤범벅이 된 칸은 여기저기 뜯겨나간 흔적이 역력했으며, 끈으로 실내를 묶고 창호지로 창문을 도배한 칸에서도 약간의 흠집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천편 일률적인 지하철 공간에서 느껴보는 신선한 문화적 충격은 일반인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그만이었다. 지난 6월 30일을 끝으로 더 이상 운행에 들어가지 않는 봉축열차 외에 현재 지하철 공사는 환경열차, 영화열차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준비해 시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중이다.

 

☞ 봉축열차 살펴보기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멘트가 나와도 도저히 안전선 밖으로 나설 수 없게 만드는 봉츅열차의 외관. 달리는 열차를 순간포착하느라 진땀 뺐다.
사람들 모두 계단을 오르는 데, 기다렸다 한컷! 어찌나 쪽팔리던지...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다.
연꽃이 분홍빛인가? 잠시 착각했다. 온통 꽃으로 치장된 실내 전경. 완전히 꽃밭에서 진정한 꽃(?)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반야심경? 직지심경? 무슨 글인지 눈깔빠지게 읽다가 역을 지나칠 지도 모르니 주의요망!
실내 벽면에는 어려운 한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아들의 사진이 줄잡아 100여장은 돼 보였다. 누가 이 아이를 보셨나요? 저 아이들의 부모들이 이 열차를 탔어야 하는데...
여전히 인기인 야광칸. 북적북적. 손치워! 뭐? 어딜 만져? 안만졌어! 내 다리야 이건! 인간은 왜 어둠을 좋아할까. 전생에 모두들 박쥐였을까?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 촉감이 괜찮았다. 창문은 온통 창호지로 도배했고 의자도 베이지톤으로 치장해 눈을 편안케 해준다.
노약자 보호석에 젊은 양반들이 앉으면 때려주라고 준비해 놓은 걸까? 대나무 막대기 하나를 설치해 매우 이채로웠다.
스트로보(플래시)를 켜지 않고 촬영하려고 조리개를 열었다. 그랬더니 셔터 속도가 매우 낮아졌다. 지하철은 흔들리고... 결국 더 멋진 영상을 잡았다.
사진으로 봐선 어떤 곳인지 분간이 안갈 것이다. 왠 여성 머리까지 잡혔으니 더더욱. 천장에 검은 천을 두르고 조명을 설치, 반가사유상 등 불교 문화재를 축고 전시해 놓은 칸이다.

 

단독취재(2001년 6월 30일)
[지하철 5호선] - 봉축열차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