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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내 방같은 환상의 '예술 지하철' - 지하철 7호선 탐방

[ okGGM 일반기사 ] 
 내 방같은 환상의 '예술 지하철' - 지하철 7호선 탐방

 
     숨막히는 출근길의 지하철을 타보지 않은 사람은 지하철을 논하지 말라. 한겨울에도 땀으로 범벅되는 것이 어제오늘 일인가. 하지만, 이제 그런 지하철이 '오명 벗기'에 나섰다. 비록 한시적이지만 시민에게 사랑받으려 하는 몸짓이 재밌다. 아무튼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예술지하철을 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 그 현장을 살펴봤다.


☞ '야광칸' 큰 인기... 9월 30일 운행중단


   지난 8월 전구간이 완전 개통된 지하철 7호선은 여러모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 유일하게 2단 구조로 돼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예술 지하철'이란 이름으로 하루 세 번씩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 등이 그것이다.


예술지하철 운행은 특히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와우 프로젝트'란 이름하에 시행된 이번 이벤트는 인포아트코리아에서 주관하고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주최했다. 테마명은 '여러분 그림을 아세요?'. 참여작가는 고낙범, 김재웅, 정인엽씨 등 명성있는 미술설치가들이 참여했다.


몇 명의 밝은 아이디어가 천편일률적인 지하철 문화에 숨통을 트게 만들었다. 서울 면목동에 사는 최경아(26)씨는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이 이런 모습으로 다닌다면 출근시간이 기다려질 것"이라며 "특히 야광칸은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실내를 온통 야광 조명으로 구성해 시민들에게 가장 인기를 끌었던 야광칸에서 '흰옷'은 댄스클럽에 온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웃을 때 치아만 하얗게 보이기도 한 이 곳은 연인들에게 특히 인기를 끌었는데, 여기저기서 프레쉬를 펑펑 터뜨리며 즐거워 했다.


지하철에서 보기 힘든 장면들을 연출하며 지하철 여행 내내 함박 웃음을 떨치지 못했던 7호선에서의 시민들 모습과 지옥철이라는 오명아래 땀으로 범벅된 여느 지하철의 모습은 사뭇 비교 될 만 했다.


지난 9월 30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달리지 않게 된 예술 지하철.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이런 지하철을 타고 달린다면, 거대한 공룡도시인 서울에서의 지하철 여행이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 예술 지하철 살펴보기

"안전선 밖으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멘트가 나와도 도저히 안전선 밖으로 나설 수 없게 만드는 예술지하철의 외관. 밖에서도 일반지하철이 아님을 눈치 챌 수 있다.
인기 톱 야광칸. 천장에 붙여놓은 설치물이 인상적이다. 시민들이 모두 흰소복을 입고 있다면 어떨까?
천장에 달린 손. 누구의 손을 그토록 기다리는 것일까.
지하철의 문은 양쪽으로 열린다. 미닫이문처럼. 한쪽은 남자화장실, 한쪽은 여자화장실. 그럼 객실내부는 남녀 공용 화장실?
시커먼 지하의 탁한 공기를 뚫고 달리는 지하철 내부에서 알록달록한 싱그런 꽃줄기를 만난다는 것은 퍽이나 행운일 듯. 기분까지 상쾌하다.
밖으로 날아가지 못한 나비들이 천장에 붙어 쉬고 있다.
'강타짱', '애인구함 011-***-****' 등등은 화장실 벽면을 보는 듯 하다. 한국인의 기록정신을 보는 듯 하다. 유럽의 유적지에 적어놓은 문구처럼. '19**년 나 왔다 감'
짐칸에 왠 바위? 이 바위들을 올려놓은 헤라클래스는 지금 어디에...
빨간 커튼에 마루바닥까지... 안방에 들어온 기분이다. 이런 바닥에 침 뱉는 인간은 아마 없겠지?
누군가가 진짜 쌌나 보다. '이 설치물은 전시물이니 사용하지 마세요'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왜 남성 소변기만 있는 건가? 여자는

 

단독취재(2000년)
[지하철 7호선] - 예술지하철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