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GGM 일반기사 ]
창립 4주년 된 新브나로드운동... "흙에 살리라"
97년 느닷없이 닥친 IMF 타격으로 흙 한번 만져보지 않은 많은 도시인들이 귀농했다. 흙이 그리운 사람들, 도시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떠났다. 그 즈음, 서울 한 모퉁이에 그들을 위해 생겨난 단체가 있으니 바로 新브나로드운동을 주창하는 '전국귀농운동본부'다. 이곳을 찾아가 보았다.
☞ IMF와 함께 시작, 현재 회원 수 1,000여 명
20세 초 일제 치하 시대에 많은 농민운동가들이 농촌계몽운동을 펼쳤었다. 이를 소재로 동아일보의 주관아래 출간됐던 심훈의 소설 '상록수'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 당시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같아서 일까. 지난 96년 9월 19일 평생 농촌을 위해 농민운동가로 활약해 오던 이병철(52)씨가 '전국귀농운동본부'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설립과 동시,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향으로 향하려는 사람들로 크게 붐볐고, 현재는 회원수가 대략 1000여명, 귀농 숫자만도 줄잡아 200가구를 넘는 단체로 성장했다.
이 단체는 李 본부장의 말처럼 사업을 목적으로 생겨난 게 아니다. 그래서 법인도 '사단법인'으로 등록돼 있다. '전귀운'은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손길은 전국 각지에 퍼져있다. 전귀운 본부는 작은 한옥집을 개조해 만든 사무실로 아기자기하다. 그 곳엔 농촌의 분위기가 그대로 서려있다. 한옥집의 작은방을 개조해 사무실로 사용하는 공간에 온갖 귀농에 관한 서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마당에 작은 나무와 꽃이 흙 냄새를 물씬 풍긴다.
전귀운은 지난 98년 9월 처음 마포구 신수동에 자리잡았을 때만해도 회원수가 10여명을 넘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회원수가 1,000여명을 넘었고 매달 '귀농통문'이란 정기간행물도 발행하고 있다. 또 지난 97년부터는 '귀농학교'를 서울에서 시작, 98년에는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 1년에 4번 열리는 '귀농학교'
1년에 4번 개교하는 국내 유일의 귀농학교는 열린 마당이다. 서대문구 농협중앙회에서 98년부터 강의를 시작한 귀농학교는 주2회씩 저녁나절에 강의를 한다.
"전귀운에서 가르치는 강의는 귀농에 관련된 것 말고도 많습니다. 염색이나 생활한복 같은 강의는 귀농에 뜻을 두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유익하지요. 또 그런 분들도 많이 찾으시구요."
이일중 사무차장의 말처럼 전귀운이 하는 일은 많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화학 농법이 아닌 유기농법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직접 체험을 통한 가르침으로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마음을 길러준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98년 농림부 발표에 따르면 귀농인구가 6,800가구를 넘었으나 99년엔 4,000가구로 줄었다고 한다. 가구 수는 줄었어도 IMF의 타격으로 많은 현대인들이 도시를 떠났다는 얘기.
이일중 차장은 귀농을 하려면 우선 자신의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념이 가장 중요합니다. 생활이나 문화적인 차이는 닥치면 극복하게 되어 있지만, 귀농에 대한 신념이 없으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가 힘듭니다." 그는 귀농을 할 때는 단순히 살 집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거 환경 전반을 둘러보라고 권한다. 자녀들도 생각해야 하고 1∼2년 정도 잠깐 살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관찰과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
☞ 많은 답사와 체험이 귀농에 도움
전귀운의 이병철 본부장도 작년 10월 귀농을 했다고 한다. 경남 함안으로 귀농한 그는 현재 그 곳에서 살고 있다. 지난 4년간 전귀운의 직원이 수시로 바뀐 이유도 모두 '귀농'에 있다고 귀띰했다. "많이 돌아다녀야 합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녀 자신의 상황과 가장 맞는 곳을 택해야 합니다. 자신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지요."
처음 터잡기가 매우 힘들다는 귀농. 이웃 사람과의 유대관계 또한 무시할 수 없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 등 수많은 과제들을 떠안게 되기 때문에 그의 말대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다시 말해, 적극적 사고방식과 계획성을 갖고 평생 농사를 짓는다는 생각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큰 후회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전귀운은 귀농을 하기에 앞서 고민을 하게 마련인 사람들을 위해 '귀농운동의 사회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인식의 변화를 꾀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본적인 취지는 역시 자연만이 인간이 돌아가야 할 곳이라는 설명. 또 귀농예정자의 상황과 가장 근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주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으로 있다. 혼자 귀농을 하면 힘들 수밖에 없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그만큼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이병철 본부장은 실제 귀농하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섣불리 나서지 말라고 충고한다. 또 새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생명의 보고인 농촌을 사랑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귀농은 직업을 바꾸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는 것이다.' 라는 전귀운의 슬로건처럼 귀농은 현재 자신이 추구해 왔던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전귀운'은 이런 '커다란 모험'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다.(문의:02-742-4611/4612)
아시아시멘트 사보 게재(2000년)
[탐방] - 사단법인 전국귀농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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