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GGM 일반기사 ]
기획에서 테스트까지... 치밀함과 창조적 발상 필수
현실 세계에서 약자도 사이버 상에선 얼마든지 강자가 될 수 있다. 1인용에 한해 제작됐던 과거의 게임 문화과는 달리 게임 산업의 발달로 요즘은 온라인 상에서 수 많은 게이머들과 시합을 벌일 수도 있게 됐다. 그만큼 게임이 다양해졌다는 얘기. 이러한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주)율도국을 찾아가 함께 만들어 보았다.
☞ 사이버 영웅을 직접 만들자
'쌈장'은 세계 스타크래프트 대회 1위 이기석의 인터넷 아이디 이름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상추쌈에 들어가는 '장'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게임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쌈장'이 뭔지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게임방을 중심으로 이기석과 같은 프로게이머를 비롯해 아마추어 게이머들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단돈 천원만 있으면 1시간 동안 사이버상에서 영웅이 될 수 있어 더욱 확산되는 추세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게임을 직접 만들순 없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꿈이다. 내 얼굴이 그려진 주인공을 앞세워 악당들을 물리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정말 신나지 않는가?
자, 그럼 지금부터 (주)율도국의 임정희 팀장과 함께 게임만들기를 시작해 보자. 참고로, (주)율도국에서는 올 8월 출시를 목표로 롤플레잉 패키지 게임인 '판타지 텍티스'를 개발 중에 있다.
☞ 게임 기획
기획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중의 하나다. 하얀 백지위에 연필로 그림을 그려나가듯이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 위에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하는 것이 바로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단 한명의 기획자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사람이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창의적인 발상 보다는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내면 훨씬 작업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종류의 게임을 만들 것인가?'가 게임을 만드는 가장 첫 번째 업무이며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아케이드로 할 것인지, 어드벤처 시뮬레이션으로 할 것인지, 롤플레잉 게임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롤플레잉 게임이란 이용자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각각의 상황에 따라 선택을 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으로, 그때 그때 선택에 따라 이후의 이야기 전개가 달라지는 게임을 말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리니지'를 생각하면 쉽다.
롤플레잉 게임은 다시 리얼타임(실시간 온라인 게임) 게임과 턴제(실시간 게임이지만 전투장면 등에서 화면 변화가 있는 게임)게임으로 나뉘어진다. 만약, 롤플레잉 턴제 게임으로 결정이 됐다면 이젠 게임을 직접 하게 될 게이머들의 대상을 찾아야 한다. 요즘 게임업체들은 주로 중고교생들을 목표로 게임을 만든다고 한다. 이러한 사안들이 결정되면 스토리라인을 짜게 되는데 기획단계는 적게는 3∼4개월이 소요되며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 시나리오 만들기
시나리오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으로 하나의 '소설'을 써내려가야 한다. 이야기가 없는 롤플레잉 게임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대사 하나하나까지도 신경써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긴 이야기를 만들어 골격을 갖춰야 하는 '스토리 라인 짜기'와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대사 만들기' 작업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주로 시나리오 작가가 따로 있긴 하지만 이 작업을 집에서 혼자 스스로 해내려면 글쓰는 재주가 조금은 있어야 할 것이다. 역시 기획의 연장선상에 있는 시나리오 만들기 작업은 일단 스토리나 대사를 만들어 내려면 주인공을 비롯해 게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인물들의 성격이나 말투, 모양새까지 모두 창조해 내야 하는 작업인 것.
만약 강아지를 좋아한다면 강아지 캐릭터를 만들면 될 테고, 평소 머리가 긴 여성을 좋아했다면 머리가 길고 날씬한 여전사 캐릭터를 만들어 내면 될 것이다.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겠지만 "실제 작업하다 보면 이 작업이 제일 힘들다"고 임정희 팀장은 말한다. 또 인물 설정외에도 게임에 들어갈 배경에 해당하는 지형이나 국가·등장인물들의 행동 방향 설정·시야·전투 중 행동·반격·공격 등 여러 가지 행동 양식들을 결정해야 한다. 또 그것들을 직접 종이에 그려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 그래픽과 프로그래밍 작업
이 작업은 주인공이 설정되고 모든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결정되면 시작하는 단계로 종이에 그려진 주인공을 컴퓨터에 그려 넣어 3D 작업을 하며 등장인물들의 피부를 입히게 된다. 주인공의 눈동자나 피부·머리카락 등 세밀한 부분까지 그려 넣어야 하므로 섬세함을 요하게 된다.
칼을 휘두르는 주인공의 찡그린 얼굴이나 환하게 웃고 있는 공주의 입을 직접 손으로 컴퓨터에 그려 넣어야 한다. 한마디로 모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픽 작업은 인물을 비롯해 각종 지형이나 빌딩·산악 지형에 해당하는 엄폐물(숨을 수 있는 곳) 등도 설정하고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에 입력시켜야 한다. 임팀장은 "그래픽 작업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야 하는 작업이므로 이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신경이 많이 예민해 진다"고 말한다.
프로그래밍 작업은 게임을 움직일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업은 게임의 가장 기초적 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엔진을 만들어 내야하며, 여러 사람이 온라인 상에서 게임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구성을 해야 한다. 또 소리·영상 등을 입힌 전투 장면을 만들어 게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곧 주인공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인 셈. 프로그래밍은 게임 업체라면 전문 프로그래머가 해야겠지만 집에서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면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 봐야 한다. 혼자서도 충분히 터득해 낼 수 있는 작업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픽과 프로그래밍 작업이 끝나면 그 동안 만들어 놓은 주인공들의 3D 그래픽과 프로그램을 맞물린다. 쉽게 말해 두 개를 합치는 것으로 이 작업이 끝나야 비로소 게임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이 완성됐다고 해서 자만하면 안된다. 온갖 버그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 테스트 하기
게임 제작 업체인 경우에는 전문 모니터 요원을 약 30여명 정도 두고 시험에 임한다. PC통신이나 인터넷의 게임 동호회의 회원들을 선발해 난이도 3단계(상·중·하)로 나눠 실시한다. 게임을 잘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못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면 테스트시 필히 '약한 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
주로 '베타판(시험판)'이라고도 불리는데 약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두고 시험한다. 게임의 강도에 대한 분석이나 주인공 캐릭터가 너무 못생겼다던지, 대사가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다던지, 캐릭터들의 행동이 너무 느리다던지, 배경이 너무 멋있지 않다던지 하는 것들을 모니터 요원들을 통해 듣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수집해 좋은 점은 살리고 나쁜 점은 수정하고 보완하여 완성품을 만들어 낸다. 백일장에 나가 쓴 글을 고치듯이 게임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수 많은 버그들을 수정하게 되면 이제 완벽한 정품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 게임의 완성
이렇게 게임이 완성되면 게임 제작업체인 경우, 게임이 잘 팔리게 하기 위한 홍보 전략을 세워야 하며 게임 시장에 나가 경쟁사의 제품을 분석하는 등의 조사를 해야 한다. 그래야 완성된 게임이 여러 사람들에 의해 이용되기 때문이다. 게임을 만들어만 놓고 누군가가 그것을 사용해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만들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얼핏보면 매우 쉬워보이는 게임만들기. 하지만 총 약 1년∼2년 정도가 소요되는 게임 제작 기간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무척 고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매일 밤을 새워가며 작업해야 하는 힘든 점도 있을 수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게임을 만들어 놓으면 산모가 진통 끝에 아기를 낳아 흐뭇해 하는 그 기분처럼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월간 '야호' 게재(2000년)
[게임만들기] - (주)율도국과 함께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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