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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33년동안 두부만 만들었어요"

[ okGGM 일반기사 ] 
 "33년동안 두부만 만들었어요"
 
     오랜 옛날부터 선조들이 즐겨 먹던 우리 고유의 음식인 콩. 콩은 '밭의 고기'라 할만큼 단백질이 풍부해 일찍이 여러 음식으로 만들어져 왔다. 그 중 두부는 콩을 재료로 한 최고의 음식이 아닐 수 없다. 33년간 두부만을 만들어 음식으로 내놓고 있는 종가집 '두부민속마을'을 찾아가 봤다.


☞ 일본식 친절 서비스 몸에 베어


지난 1968년 전라남도 무주에서 두부를 만들기 시작한 김점순 할머니(72)의 '두부만들기'는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으로 이어져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무주에서 30여년간 두부를 만들어 팔아오다 3년 전 별내면으로 이사온 것. 김할머니는 30여년을 고집스럽게도 두부만 만들어 온 것도 그렇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란콩으로 만든 '흰두부'가 아닌 검정콩으로 만든 '검정두부'만 만들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그러나 이런 김할머니의 고집은 단골 손님들을 끌어 모으는데 일조했다.


검정콩에는 '서리테'라고 하는 영양가 높은 고단백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거의 흰콩 3배에 달하는 단백질로 두부를 즐기는 매니아들 사이에선 벌써 입소문이 난지 오래. 그래서인지 날마다 밀려드는 손님들 인파에 주인 박정애씨(43)는 연신 신바람 난다.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은 멀리 지방에서 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주로 서울 지역에서 많이 오세요. 상계동에서 10여분이면 당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넓은 들녘을 바라볼 수 있는 풍경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주인 박씨는 김할머니의 딸로 10여년 전부터 콩을 만지기 시작했다. 21세때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약 10여년 간 '식품'에 대해 공부했고 귀국한지는 이제 6년 됐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그녀는 아직도 일본식 습관이 몸에 베어있는 듯 했다.


주 1회 실시하는 24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친절교육을 비롯해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도 거의 모든 게 '일본식'이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이 음식에 들어가 있다면 그 테이블의 밥값은 받지 않는다거나 아무리 어린 손님이라도 꼬박 존대말을 사용하는 등의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 김할머니의 두부제조비법은 '아무도 몰라'


30여년을 두부만 만들다 보니 김할머니는 이제 눈을 감고도 두부를 만들 정도. 두부만들기의 첫단계는 검정콩 불리기. 무주에서 직접 공수해 온 40kg정도의 검정콩을 물에 약 8∼10시간 정도 담가 놓는다. 물에 불은 콩이 어느 정도 물러지면 맷돌에 갈아 솥에 담는다. 자루에 넣어 짜면 그것이 바로 순두부가 되는데 그것을 간수를 붓고 들기름을 넣어 틀에 조형하면 바로 '민속마을 두부'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 때 다른 업소와는 달리 간수와 함께 '들기름'을 넣는데 이것이 바로 30여년간 두부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맛을 지켜온 이 곳만의 비법이다.


"지금도 두부는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세요. 저는 음식을 주로 만들지요. 두부 제조비법은 아직도 비밀에 부쳐진답니다.(웃음) 언젠간 전수해 주시겠죠. 그 비법을 제 딸에게도 전수해 대대로 이을 작정입니다."


박씨는 평소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이 곳에 가면 음식 하나를 시켜도 36가지에 해당하는 반찬이 나온다. 두 명이 찾아가 먹기에는 다소 많은 양이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음식 맛을 뵈주기 위함인지 맛깔스런 향토음식이 '한정식'처럼 화려하다. 홍어찜, 전통재래게장, 단호박찜, 어리굴젓 등 36가지의 반찬이 한상 가득하다. 상이 넘칠 정도.


영양돌솥밥(10,000원)과 검정콩 두부구이(8,000원)는 손님들이 제일 많이 찾는 메뉴. 이 밖에 두부전골(中 18,000원/ 大 22,000원)이나 우거지 정식(7,000원)도 식사 메뉴로 손색이 없다. "우리집은 두부 전문집이라기 보다는 '한정식집'에 가깝다고 말하는 손님이 많아요. 그 만큼 반찬이 많다는 얘기죠. 하지만 남기지 않고 다 드시는 것을 볼 때면 흐뭇하기만 합니다. 특히 남성분들보다 여성분들이 남기지 않는 것을 보면 더욱 좋지요."


12시부터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해 오후 4시까지 정신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손님들이 해치우는(?) 하루 영양돌솥밥 그릇수는 대략 800여개. 가장 잘 나가는 검정콩 두부구이도 하루 매출량이 150여개나 된다.


☞ 서울에서 10분 거리에 위치


새벽 5시에 일어나 솥뚜껑을 열고 장작불을 때며 그 날 판매할 두부를 만들어 내는 김할머니와 박정애씨. "하루 1000여 포기의 김치를 만들어도 그 맛의 실수가 발견되면 가차없이 전량 폐기처분 한다"고 말한다.


이런 맛의 고집이 멀리까지 소문이 나 얼마전 KBS 아침방송에 방송됐으며 MBC 경제매거진 제작팀에서 풀무원 회장을 비롯해 박사급 10여명과 함께 방문했다. 전국을 통털어 '두부맛집 20선'에 뽑혔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날 각종 기계를 들여와 두부의 청결도도 검사했었는데 결과는 '최우수'. 지하 200여미터 암반수에서 끌어올린 물로 만든 두부맛이 거짓말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진 두부도 상하는 데는 촌각을 다툰답니다. 금새 상해서 보관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모두 버려야 해요. 여름철에 특히 심한데 흐르는 물에 계속 넣어둬야 하는 것이 제일 신경써야 할 부분이지요."


박씨의 친척들이 별내와 서울 상계동에 많이 살아 제2의 고향이 되어 버렸다는 이 곳 남양주시는 실제 서울과 거리가 짧아 입소문으로 퍼진 단골 손님들이 많다. 대중 교통이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석계역에서 45-2번이나 청량리역에서 35번과 45-1번을 타면 바로 덕릉내 '민속두부마을' 앞에 내릴 수 있다.


자가 차량으로 오는 경우엔 태릉에서 삼육대학교를 지나 의정부 방면으로 약 10여분 오다보면 오른편 동진레미콘이 보인다. 이 곳에서 바로 좌회전하면 찾을 수 있다. 서울에서도 매우 가까워 상계동에서 약 10여분 거리만 가면 '민속두부마을'의 두부맛을 볼 수 있다.


한라공조 사보 게재(2000년 2월)
[종가집을 찾아서] - 경기도 남양주시 '두부민속마을'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