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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folio/일반기사[1999~2002]

"전국을 돌아다녀 완성한 맛입니다."

[ okGGM 일반기사 ] 
 "전국을 돌아다녀 완성한 맛입니다."

 

☞ 전국의 올갱이 전문점 찾아 다녀

 

대전광역시 대덕연구단지 앞 주택가에 위치한 미각 올갱이 전문점. 세련된 현대식 건물 1층에 자리잡은 이 곳의 내부는 다른 식당과 별반 다를게 없다. 깔끔하고 깨끗한 실내는 조용한 인상의 주인 박종하씨(44)와 닮은 듯 하다.


"충청도에선 다슬기를 올갱이라 부르지요. 전라도에선 대설이, 경남에선 고동이라 부르는데 맑은 개울가라면 어디서든지 볼 수 있습니다." 2년째 대전에서 올갱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18년간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하면서 좋아하는 술때문에 항상 숙취에 고생하곤 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다슬기가 간에 좋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의 올갱이 맛집을 누비고 다녔다. 박씨는 술 때문에 이미 간의 상태가 많이 안좋았고 부인도 위장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때문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전국 올갱이 맛집을 뒤지고 다녔는데 이렇게 찾아다닌 음식점이 전국적으로 10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충청도 일대는 모두 샅샅이 뒤졌고, 강원·경상·전라까지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전국의 모든 올갱이 집을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하지만 올갱이 국물 맛이 시원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 더 맛있게 만들 수 없을까하는 고민을 하게 됐죠." 지난 98년 그는 이런 고민에 종지부를 찍고 전국의 모든 올갱이 음식점의 장단점만을 모아 새로운 맛을 창조해 내어 아예 식당을 오픈했다. 실제 이 곳의 올갱이 요리 메뉴는 전골·무침·부침 등 수가지에 이른다.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올갱이 전골은 이 곳만의 자랑.


올갱이는 물살이 세고 깊은 강물 바위틈에 사는 종으로 우리 나라 전역에 분포되어 서식한다. 올갱이의 속살을 보면 초록빛이 나는데 그것이 바로 인간의 간과 매우 흡사한 성분이라는 것이다. 올갱이에 관한 연구결과는 간질환 환자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 '미각'에 가면 올갱이의 녹색색소인 육수를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미각의 올갱이 맛은 단연 육수에 있는데 그 제조방법을 보면 이렇다. 올갱이의 속살을 깨끗한 것으로만 골라 약 6시간 동안 약한 불에 푹 끓인다. 그러면 초록빛의 육수가 베어나온다. 그 맛은 숭늉의 구수함과 이온음료의 시큼한 맛이 함께 곁들여져 있다.


☞ 올갱이 육수의 독특한 맛 일품


흔하게 맛볼 수 없는 맛인 올갱이 육수의 비결이 바로 올갱이 해장국 맛으로 이어진다. 해장국엔 아욱을 비롯해, 부추와 갖은 양념을 넣고 고향 경북 김천에서 공수해온 된장을 푼다. 올갱이가 들어가 쫄깃한 맛이 있으며 국물이 매우 시원한 것이 특징. '초록 해장국'이라는 별칭을 붙여주고 싶을 만큼 빛이 독특한 이 해장국 외에 또 다른 메뉴로는 무침과 전골, 파전 등이 있다.


"모든 음식은 주방을 지키는 제가 합니다. 제 손끝에서 맛이 우러나와야 제대로 된 올갱이 해장국이 나오니까요. 전국을 누비며 먹었던 그 맛을 저랑 바깥양반 밖엔 모릅니다." 위장병으로 한동안 고생했다는 부인 김정화씨(46)의 말처럼 '미각'의 맛의 비결은 주인 박씨와 그의 부인 밖에 모른다.


푹 고은 육수를 넣으면 5분도 안돼 완성되는 해장국을 맛보러 오는 인근 충남대학과 대덕대학, 대덕연구단지의 사람들이 주로 단골이다. 점심시간에는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이 곳은 매일 100여 그릇의 올갱이 해장국이 주방을 통해 나가는데 손님중의 일부는 서울에서 찾아온 여행 손님도 포함돼 있다고.


호남고속도로 상의 엑스포 IC로 나오면 수도권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곳은 지난해 KBS 1TV '좋은 아침' 방송에서 향토음식으로 선정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그 때 방영된 이 후 손님이 더 늘어났다고 즐거워하는 박씨는 이김에 아예 체인점 개설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오시는 손님에게 거리가 멀어 죄송한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방송을 보시고 체인점 문의도 들어와 고려 중에 있습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줄 예정입니다."


☞ 인간의 간과 흡사한 올갱이 성분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방에서 설명하고 있는 다슬기의 효능은 '성질은 서늘하고 맛은 달며 독은 없다. 간의 열과 눈의 충혈, 통증을 다스리고 간장과 신장에 작용하여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한다.'고 되어 있다. 올갱이를 삶아 보면 깨끗한 물에서 난 것은 맑고 파란 물이 우러나고 그 맛이 담백하고 시원한데 비해 오염된 물의 것은 우러난 물빛이 탁하고 맛도 이상하며 좋지 않은 냄새가 나기도 한다.


또 올갱이의 살과 달인 물은 신장질환에 좋으며 껍질은 간담에 좋다. 올갱이는 간장과 신장에 작용하여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위통과 소화불량을 치료하며 열독과 갈증을 풀어주는 등의 많은 효험을 지녔다. 이런 올갱이 요리를 2년째 대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박씨의 사명감은 남다른 데가 있다.


"저희 업소가 대한민국에서 올갱이 요리를 가장 잘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음식을 내놓고 있습니다. 건강식이라는 자부심 또한 매우 크며 손님들에게 '정말 맛이 독특하고 좋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술안주나 군것질로 여겨졌던 다슬기의 청색소가 인체의 간과 흡사한 성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면서 세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0여년 음식의 맛을 이어온 종가집처럼 맛의 깊이는 없을지 모르나 새로운 맛의 창조로 100여년을 이어나갈 종가집 '미각 올갱이 전문점'은 분명 현대인의 영양 보충에 한 몫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인 박종화씨는 마지막으로 "제가 숙취에 좋다는 명약들은 모두 써봤지만 올갱이만큼 좋은 것은 없었습니다. 위장병이나 신장병에도 좋은 올갱이 많이 드시러 오세요." 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한라공조 사보 게재(2000년 1월)
[종가집을 찾아서] - 대전광역시 미각 올갱이집

- 끝 -